바다로 가는 택시
김창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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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택시는 의외의 책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책을 손에 들고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아~ 통영에서 택시 운전하시는 분이 쓰신 에세인가 보다. 아님 시들이 적혀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부담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장이 넘어가면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와 이거 왜이리 재미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고 그런 생각 자체로 의외라고 생각했다. 바다로 가는 택시는 오십을 바라보는 택시 운전 경력 6년차인 김창환씨가 쓴 일기? 혹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살았고 열심히 공부해 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는 갑자기 연구원을 그만 두고 감자농사를 크게 하였지만 이마저 말아먹고 거름장사 두부, 밥 장사를 하다가 이제는 택시를 몰고 있다.


꼭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는 기분이다. 솔직함이 묻어 나와서 그런지 옆집 아저씨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재미나게 읽었다. 택시를 몰면서 생기는 일들과 그리고 평생을 살아온 마누라 이야기들이 주옥같이 펼쳐진다. 동료 택시 기사들이 낭만기사라고 부른다. 정말이지 낭만이 넘치는 택시운전사가 아닌가? 나야 직장에서 한정된 사람을 만나지만 택시기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손님을 모시는가? 아무런 사연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타시는 손님도 많다. 그리고 그 사연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저자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글로서 풀어내고 자신을 돌아 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오십을 바라보고 육십을 바라볼 때 내 인생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또는 낭만 넘치게 쓸 수 있을까? 바다로 가는 택시를 읽으면서 나도 꼭 그리하리라는 다짐이 생긴다. 아직은 나의 자식들이 없지만 저자처럼 남겨줄 거라곤 나의 이야기밖에 더 있겠어? 라는 생각도 들고 돈보다는 인생을 전해 주는 것이 더 큰 유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글을 봐서 기분이 좋다. 대충 후다닥 보고 말아야지 했었는데 손에 놓지를 못하고 읽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같은 남자라서 그럴까? 나도 나중에 저럴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바다로 가는 택시의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오면 좋겠다. 남자는 다 똑같다는 말 그리고 동성 친구와 문자로 장난치는 것 어떻게 보면 그 나이에 유치할 수도 있고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솔직함에 나도 가식 없이 욕심 없이 그리고 인생 자체를 행복하고 재미나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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