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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걸인 사무엘 -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지혜에 관한 우화
브누와 쌩 지롱 지음, 이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눈물 나게 그리고 가슴 벅차게 고마운 책을 오랜만에 손에 쥐었다.
지금 시대에는 온갖 처세술과 성공서적들이 난무한다.
간단하게는 시험 잘 치는 법부터 시작해서 취업하기 그리고 회사에서 승진 잘하기.
복잡하게는 인간 관계의 회복과 자신의 상처 회복을 위한 책들도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은 잘 보지 않았다.
물론 행복한 걸인 사무엘이 자기 계발서라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장을 덮고 그 혼란이 극에 달했으니 말이다.
첫 장을 읽을 때 부터 느낌은 이솝 우화를 읽거나 아니면 종전에 히트를 쳤던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우회적인 비유로 독자의 깨달음을 얻게 하는 책인 줄 알았다.
물론 이 책 또한 궁극적인 목표는 아마도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종반에 가서는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반전은 책을 읽어본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산뜻함과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단지 자기 계발서가 아닌 독자 스스로의 깨달음을 준다는데 대해서 만족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생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통에
더욱 즐겁게 독서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기 마련인 존재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고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
행복한 걸인 사무엘은 두 사람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혀 다른 공간과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사무엘은 마지막 남은 가족인 아버지가 죽자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도서관에 이상한 사서를 만나게 되고 그는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달아가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 장-자끄는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부자이다.
스스로 이룩한 부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부는 그의 인생을 썩어가게 한다.
어릴 적 사랑한 여인과의 이별 이후 그는 인생의 목표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렇게 그는 향락과 안일함에 서서히 영혼이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집사의 권유로 사진전을 보러 가게 되고 그는 거기서 이상한 걸인을 만난다.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급격하게 변하게 된다.
사무엘의 모습에서는 현실의 가난함과 취업 또는 성공을 위해 갈피를 못 잡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장-자끄의 모습에서는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는 영혼에 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두 사람의 투영으로 인해서 우리는 좀 더 값진 보석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철학적 의미는 왜 필요한가?
어찌 보면 지금은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등에 업은 가난을 떨쳐버리고 그 가난을 우리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오로지 일만을 하셨다. 무조건 아끼고 공부 시키고 그렇게 자식들을 위해서 사셨다.
그분들에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현실 때문에 그 분들은 사색하고 명상하며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깨달음을 얻을 시간 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좋은가?
물론 지금 시대에도 각박하다면 각박하다.
그리고 얼마나 슬픈가?
우리에게나 또는 우리 자식들에게 오로지 남과 싸워 이기는 방법만 공부시키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성공이라고 믿는 것이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이란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보석을 찾아 끊임없이 여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을 만나는 모든 것이 그 보석을 찾기 위해서
나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 인생을 위해서 어떤 안배를 했든 안 했든 어차피 우리는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성공이라는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삶이 권태롭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가?
나는 아무런 의미도 목표도 없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생의 목표가 있어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배려도 없이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나보다 못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무시하고 천대하지는 않았는가?
지금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내 인생의 모든 일들과 상황들을 항상 부정적으로 바라 보고 있지는 않은가?
행복한 걸인 사무엘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수많은 질문들 중 지금 당장 답을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그 중 단 하나라도 의미를 깨닫고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면,
나도 수많은 행복한 걸인 사무엘중 한 명이 되지 않을까?
그 어떤 자기 계발서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한 행복한 걸인 사무엘에게 감사를 전한다.
진정한 행복한 자는 바로 오늘을 가진 자
오직 그만이 확신에 차 이렇게 말 할 수 있지.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
모든 것을 다해 오늘을 살았으니 아무런 후회도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