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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의 행복 수업
정진석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제목 : 정진석 추기경의 행복수업
지은이 : 정진석/
펴낸 곳 : 가톨릭출판사

그러면 사제여 너는 누구냐.
너는 아무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다.
2021년 4월 27일 밤 10시 15분
아무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었던 정진석 추기경님은 영면에 들었다.
201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추기경님의 수많은 저서 중 한 권이지만 독자로서 내가 처음 만난 책이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마르 4,9)
들을 귀는 들을 마음, 들을 의향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진리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 이 책이 여러분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책을 끝내면서 정신적 추기경)
모태 신앙이었지만 이제야 진심을 다해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서 지나치며 들었던 교리도 차근히 알아 가는 중이다. 지금 만난 『정진석 추기경의 행복 수업』은 신자로서 교리 교과서이자 신앙의 초석을 마련해주었다. 행복의 초석까지도.
책을 다 읽고 저자 조사를 했다. 정진석 추기경님은 어떤 분이신가? 홀어머니 외아들로 자란 추기경님은 신심 깊은 가톨릭 신자였던 외삼촌 밑에서 자랐다. 자연스럽게 가톨릭 신자가 된 정진석 추기경님은 사제가 되기까지 9년 동안 신부님을 도와 고아들을 돌봤다. 당시 외아들은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어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입학하여 공부 후 다시 신학교에 들어가신 추기경님. 하느님이 계획하신 뜻에 맞는 일에 쓰시려고 여러 공부를 하게 하셨나? 생각해본다.
“사제로 사는 동안 매년 1권의 책을 쓰겠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 보답하는 제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정진석
그렇게 사제로 지내면서 교회법 해설과 해외 서적 번역까지 수많은 책을 내며 하느님께 보답해 드린 정진석 추기경.
이 책은 제 1부 행복하게 사는 인생, 제 2부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람, 제 3부 진화하는 우주와 하느님의 섭리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부는 화학 공학을 전공하시고 사제가 되신 정진석 추기경님이 아니면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었을까? 감탄하게 한다.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된 빅뱅 이론부터 원소, 원자 이야기. 생명이 살아남으려면 꼭 필요한 것들까지. 종교 서적에서 보기 드문 내용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들을 왜 하는 걸까? 의문이 들 때쯤, ‘하느님의 섭리를 이야기 하려고 그랬구나.’ 잔잔한 울림으로 설득된다. 마지막 부분에는 ‘하느님이 왜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세상을 창조하지 않으셨을까?’ 라는 물음에 악을 정의하고 선악과에서 예수님이 오시는 일까지 이야기하며 윤리성의 본질을 알려준다.
기도할수록, 하느님께 다가감을 느낄수록 자주 시험에 드는 일이 생긴다. 더 평안해지고 좋아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영적 씨름을 한다. 아이가 입원해서 혹은 코로나로 격리하는 동안 성당에 못 나가다가 미사를 드리러 나서면, 생전 연락하지 않던 지인에게서 지금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사정이 다급하여 거절하기 참 어려운 순간이다. 어떤 때는 번개까지 치며 비가 왕창 쏟아진다. 속옷까지 다 젖어서 누가 볼까 민망하다. ‘이 꼴로 가? 가지 말까?’ 영적 씨름을 하다가 젖은 채로 미사를 드린다.
책에서 세례 성사는 원죄를 없애고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지만, 약해지고 악으로 기우는 인간 본성에 미친 결과는 인간 안에 남아서 영적 씨름을 하게 한다고 한다.
악마의 짓인지 원죄가 인간 본성에 미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험에 드는 일을 매번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씨름이라고 했을까?
책 머리말에 첫 문장으로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이 세상을 떠나며 하신 작별 인사가 나온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책을 읽을수록 대체 왜 책 제목이 행복 수업이지? 신자로서 알고 있어야 할 교리서 같은데? 신자로서 어떤 생각과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하느님의 섭리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거 같은데.
책을 다 읽고 다시 머리말을 읽으니 왜 책 제목이 행복 수업인지 알게 됐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볼 수 없는 정진석 추기경님을 책으로라도 만나게 되어 행복하다.
책 제목이 왜 행복 수업인지 궁금하시면 꼭 읽어보세요.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마르 4,9)

【✪몰랐는데 알았던 것을 꼽자면?】
제 1부 향주덕 이야기는 몰랐던 부분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하느님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귀한 인간으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하느님이 낳아주신 형제자매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인류가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면 바로 그것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인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 주신 이유이고 목적입니다. 94p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제 2부 부부의 친교 이야기다.
부부는 서로가 불완전한 ‘반쪽’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
어느 시대에서나 부부 사이에는 불화가 있었고 지배욕과 부정, 질투, 증오 때문에 결별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보편적 현상처럼 보이는 이러한 부부의 혼란은 남녀의 본성이나 부부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느님과 단절된 원죄의 첫 번째 결과는 부부의 원초적 친교가 단절된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책임을 넘기고 비난함으로써 그들의 관계는 왜곡되었고, 창조주께서 주신 선물인 상호 간의 매력은 지배와 탐욕의 관계로 변질되었습니다. 또한 자식을 낳고 번성해 땅을 정복하라는 남편과 아내의 아름다운 소명에는 생계 유지와 출산의 고통이라는 고생이 부과되었습니다.
죄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부부에게 하느님 은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느님 은총의 도움이 없으면 부부는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그들을 창조하신 목적인 두 인격체의 일치를 실현하지 못합니다.
(...)
사랑한다는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주는 것이고, 좋아한다는 것은 타인이나 어떤 물건을 자신의 만족이나 쾌락을 위해서 이용하는 것입니다.
(...)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고 이기심이라고 합니다.
102~104p

* 클리식 리더스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고 이기심이라고 합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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