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에세이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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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 신순규 | 판미동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첫째 날에, 나는 친절과 상냥함과 우정으로 나의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만들어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만약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을 보고 싶을까? 지긋지긋하게 싸웠던 그 사람도 보고 싶을까? 조금만 의견이 어긋나거나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꼴 보기 싫다.’라고 여겼던 사람. 자주 봐서 지겨웠던 사람.

 

만약 사흘만 들을 수 있다면? 무얼 듣고 싶을까? 사흘만 말할 수 있다면?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사흘만 먹을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 힘들어지는 질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일상을 빼앗긴다면? 며칠 주저앉아 울다가 분연히 일어나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희망을 선택할 수 있을까?

 

저자는 행복은 오늘을 보는 마음이고 말한다. 어떤 경지에 오르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을 어쩔 수 없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품는다라고 표현한다.

 

9살 때 시력을 잃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된 저자의 일상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 주먹을 쥐고 일어나 이 어려움에 방법이 뭐가 있지?’ 해결해 보려고 일어서게 한다.

 

내용 구성로는 월가 애널리스트로서 경제와 주식 이야기. 시각장애인으로서 맨해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거나, ‘스크린 리더로 들으며 일하는 도전과 일상 이야기. 아내와 아이들,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장애를 극복한 저자의 성공담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겪게 되는 일상의 도전 속에서 희망을 선택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혐오와 갈등이 만연해 있는 시대에 따듯한 빛을 품고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인상 깊었던 부분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사회

101P 사용법이 지나치게 복잡한 전자레인지, 기능이 늘어난 전기밥솥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의 제빙기나 정수기도 쉽게 다룰 수 없다. 예전에 가능했던 빨래조차 이제는 쉽지 않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은 세탁기와 건조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선택지가 늘어난 전자 제품들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간단한 것이 좋을 때도 많다.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257P 언젠가부터 기술의 발전 때문에 오히려 일상이 더 불편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해야 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나 자동판매기, 키오스크 등은 타인의 도움 없이 생활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짜증이 날 때가 많다.

 

변화의 과정이야 있기 마련이겠지만 아직도 키오스크는 불편하다. 같은 커피 집 이라도 멤버십이며 주문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눌러봐도 찾는 메뉴가 보이지 않아 슬슬 짜증이 올라올 때 갑자기 든 생각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주문하지?’


한 노인 분이 미안해 하며 직원에게 주문했다. 직원은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답답해 한다. 저는 늙지도 않고, 완전한 육체를 평생 지닐 것 같은가? 주문이 늦어지니 손님도 인상 쓴다참 못됐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은 성숙하지 못한 인간이었다



나는 저자를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완성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내 분 인터뷰를 보았다. 그의 아내는 신순규 작가가 이미 완성된 채로 와서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다고 했다. 때로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까먹는다고 하면서 웃었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이런 분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조금만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들면 화내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숙한 사람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는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다루고 감사한 마음으로 관계를 만든다. 어려움이 생기면 품고 희망을 선택한다. 옳은 것보다 나은 것을 선택한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선다. 어른이 실종된 요즘 진짜 어른 이야기를 만났다.

 



* 도서를 제공 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며칠 동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만들며 살고 있는가. 내가 작성하는 기업 분석 자료나 글보다 더 가치 있는 ‘만듦’은 결국 관계일 것이다. 아내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가족‧친구‧동료들과의 관계가 내게 더 우선적으로 ‘메이크’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향한 관심과 배려와 보살핌은 수고와 희생이 필요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이라 믿기 때문이다. - P37

외부의 위협 때문에 움츠린 삶을 살고 싶진 않다. 그런 삶이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친절한 말 한마디나 도움의 손길 같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워런 버핏을 존경하는 이유로 유머러스한 재치와 겸손과 장기적 관점이라 말한다. - P59

남을 비판하고 무시하는 것이 표준이 되어 가는 시대, 우리는 캐슬 컬쳐(유명인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하면 그의 지위를 박탈하려는 소셜미디어 운동)를 경험하고 있다. 경쟁자나 의견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이들이 인기를 얻는 세상이다. 이런 흐름에 휘말리지 않는 워런 버핏처럼, 나도 참된 겸손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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