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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ㅣ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평점 :
제목 : 플랜B의 은유
지은이 : 윤슬빛 ┃펴낸 곳: 돌베개 ┃출간연도 : 2024.4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볍고 산뜻하게 이야기 한다. 거기다 설렘 한 스푼 추가. 살면서 겪는 사랑 이야기. 누가 누굴 사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좋아서 하는 게 사랑이니까.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사랑은 자동차 사고 같다고. 갑작스럽게 당하는 게 똑같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그런 거니까. 계획을 세울 수도 연기 할 수도 없다.
일곱 빛깔 사랑 이야기다. 어쩌면 누군가는 느끼고 보았을 색깔들이다. 사랑은 원래 좀 안쓰러운 구석이 있고 사람을 찌질하게 만들고 용기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용기 내는 것인데 책 안의 주인공들은 다들 용기 있다. 박수쳐주고 싶다.
다수 보다는 소수의 사랑이야기다. 소수는 늘 다수에게 밀린다. 한 명이 진실을 말해도 셋이 우겨대면 그게 진짜가 된다. 셋 중 하나가 진짜를 알아채도 다수 앞에서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해진다.
휠체어 타고 다니는 남자 박위님이 방송에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에 한국은 도와준다는 의미의 ‘배려’로 여기는 것들을 어느 나라에선 당연시 여기는 ‘통념’으로 생각한다고.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해보았는데 퀴어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우린 다수에 늘 밀리고 사니까.
부모가 된 뒤에 아이들을 잘 안 돌보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 결혼 후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이혼하는 불륜을 사랑이라 포장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났다.
“한국은 결혼하면 좋아하기를 그만둡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의 대사를 들으며 화가 났다.
이야기 중에 엄마가 이혼 후 다른 남자와 재혼해도 속상할텐데 여자와 결혼한다는 설정은 새로웠다. 같은 성끼리 결혼하는 것에는 그럴 수 있지 싶은데 아이들이 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모니까. 그래서 아이들 입장에서 바라 본 이야기가 반가웠다.
같은 성에 이끌리는 사람들. 무성애자. 양성애자. 젠더 퀴어. 퀴어. 잘 모르고 살았다. ‘퀴어축제’를 보고 퀴어가 뭐야? 찾아보았다. 우연히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 사는데 참 힘들겠다. 고통이겠다. 특히나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 시기에 성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치솟을 그때엔 얼마나 힘이 들까? 2차 성징이 나오는 청소년 시기에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데 들켜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무서울까? 숨고 견디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외롭고 힘든 분이 계시다면 힘내라고 한번 안아드리고 싶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존재만으로 박수쳐줄 그날이 곧 올 거라 말해주고싶다.


【아쉬운 점】
<환한 밤>에서 작가는 알레르기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일까?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데 횟집에서 일하는 설정.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하면 더 심하게 가렵고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악순환. 그런 거면 횟집 일을 관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급해서 다녀야 하는 처지를 부각시키려고 한 걸까? 여러 가지 식품 알레르기로 먹는 음식이 독이 되어 죽을 수도 있는 것을 잘 알기에 알레르기가 소재로 된 이야기에 바짝 긴장하며 읽었다. 어떤 질병을 소재로 삼으려면 그 병을 겪어봤거나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이미 겪는 사람이 읽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설핏 알고 쓰면 이야기에 거부감이 들고 몰입감은 제로가 되니까.
이를테면 『튜브』에서 주인공 김성곤 안드레아는 생계를 위해 자전거로 배달 일을 하게 된다. 작가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 소설에서 현실감이 훅 떨어지고 이후 이야기들이 다 시시해진다.
아쉬운 점에 이런 이야기를 담는 건 소수만 겪을 수 있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용기 있게 써준 작가님께 감사해서다. 욕심이 났다. 더 많은 소수를 응원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는 욕심.
*책만 제공 받아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나를 숨기고 사는 거. 드러내지 않는 거. 그냥, 없는 듯이 사는 거." "재호야, 엄마는 너무 오래 투명 인간으로 살았어.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 - P11
"너희…… 그런 느낌 알아? 나는…… 늘 한 뼘쯤 허공 어딘가 발이 떠 있는 것 같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야."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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