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 남들보다 조금 더 섬세한 당신을 위한 관계 수업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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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이켜보면 나의 인간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늘 알 수 없는 어색함과 불편과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대가 가까운 듯 가깝지 않게 느껴졌고, 내가 진실한 듯 진실하지 않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를 다녀온 뒤에는 기쁘고 충만한 느낌보다는 에너지를 소모한 듯한, 소진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했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 비단 관계의 영역 뿐만 아니라, '건강한 나'와 '건강한 삶'을 위해서 '이것'을 담금질해야 함을 여실히 느껴가는 요즘이다. 바로 '건강한 자아'다. 오늘은 나의 자아를 돌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건강한 자아'부터 돌보는 것, '타인의 축'이 아닌 '자신의 축'을 세우는 것. 이 책 <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가 담고 있는 메세지다.

29 "사람과 어울리면 즐거워야 하는데,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 한마디에도 신경 쓰여서 그 자리를 편하게 즐기지 못해요."  ...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생각과 표정, 말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는 말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컨디션은 어떤지, 이를테면 얼마나 피곤한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에너지가 넘치는지 이 모든 것이 무시된다.

'좋은 사람'이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참 무엇하지만, 나도 꽤나 '좋은 사람'으로 보여졌던 것 같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에 예민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에 맞춰주기 위해서 애를 썼다. 상대방은 그런 나에게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는 제대로 돌봄받지 못했다. 나의 표정은, 내 내면의 목소리는, 내 몸의 신호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러니 관계속에서 나는 늘 몸과 마음의 피로를 경험하고는 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면서도 마음 한편의 부담감을 짊어졌다. 다가가고 싶지만 멀어지고 싶은, 속하고 싶지만 피하고 싶은 내면의 갈등은 가뜩이나 모호한 나의 자아를 더욱 흐릿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타인과 맺는 세 가지 패턴의 관계'를 분류한다. 첫째, '완전히 타인의 축에 서 있는 의존 상태'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채 상대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기를 기대하는 상태다. 둘째, '자신의 축에 서 있다고 착각하는 자립' 상태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상태다. 이는 얼핏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립한 것 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 또한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은 극단적인 사고로 인해 매사에 불안과 공포감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가 '인간관계의 이상적인 형태인 상호의존'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할 수 없는 일은 당당히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건강한 사고방식의 바탕에 '견고한 자신의 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면, 세 가지의 단계를 모두 거쳐온 것 같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타인이 알아서 나를 돌봐주기를 기대했고, 언젠가부터는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나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은 스스로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안좋은 일이며, 한편으로 타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이기적 행위라고 느끼기도 했다. 가까운 누군가가 자신의 문제를 나에게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드디어, 나의 문제를 아주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다. 열린 마음으로 감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건강한 너와 건강한 나, 각자의 건강함 속에서 함께 건강할 수 있음을 배워가고 있다.

'너를 위해'라는 의도가 늘 서로를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담감과 불편함을 떠넘기게 될 수 있다. 건강한 나로서, 건강한 너로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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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반기 해커스 GSAT 삼성직무적성검사 실전모의고사 - 2018 하반기 채용 대비 : GSAT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서류/인적성/면접 모두 대비 가능ㅣ상반기 최신기출문제 수록
해커스잡 취업교육연구소 지음 / 챔프스터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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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왕도는 없다만 객관식 시험을 준비하는 보편적인 큰길이 있다. 바로 시험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자신의 취약점을 진단하며, 그것을 보완하고, 다량의 문제풀이를 통해서 전반적인 실전감각을 체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험의 가장 큰 적인 '시간'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의 점수를 획득하는 '운영'의 기술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책 <해커스 GSAT 삼성직무적성검사 실전모의고사>는 GSAT대비를 위한 실전문제집이다. 얼마 전 해커스에서는 <해커스 GSAT 삼성직무적성검사 최신기출유형>이라는 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책에서는 각 과목별로 출제유형을 세분화하여 수험생 스스로의 취약점을 진단하고 극복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번 실전문제집에서는, 실전문제풀이를 통해서 더욱 정밀하게 실력을 가다듬고 실전연습을 통해 전반적인 운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의 기출유형문제집과 유사한 장점과 맥락을 담고 있기에, 연결해서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취약 유형 분석표, 기출유형공략, 합격스터디 자료집, 세심한 정보였다.
첫째, 취약 유형 분석표다. 각 회차별 모의고사 해설집 뒷편에, 오답률을 유형별로 추산하여 스스로 어떤 유형에서 취약성을 보이는지 진단할 수 있는 도표가 제시된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취약 영역의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  실전모의고사에 진입하기에 앞서서 책의 PART1로 제시된 '기출유형공략'파트다. 시험에 익숙하지 않은 수험생들을 위해서 유형별 출제경향과 공략방법을 제시한 부분이다. 출제비중의 추세도 확인할 수 있어 강약조절을 위한 기준을 얻을수도 있다. 실전모의고사에 진입하기에 앞서서 시험을 이해하고 기본유형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워밍업 파트였다.
셋째, 합격스터디 자료집이다. 책의 뒷부분에 '책 속의 책' 형식으로 첨부된 이 자료집은 각 출제유형별로 유용한 사전지식과 풀이기술들을 담고 있다.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유용한 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5일 합격플랜'과 '10일 합격플랜'은 매일 이 '합격 스터디 자료집'을 합께 풀어보기를 권하고 있기도 하다.
넷째, 세심한 정보다. 책의 앞부분에 GSAT에 대비하기 위한 친절하고 세심한 꿀팁들을 함께 담고 있다. 6가지 필승전략이나 전반적인 최신 출제유형, 시험장 팁, 준비물과 시험운영 과정들이 그것이다. 시험을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고 간다면, 한결 든든한 마음이 들 것 같다.

더하여 문제 중간중간 표시된 '여기까지 15분 내에 풀어야 합니다'라는 형식의 메세지는 전반적 운영을 계획하기에 유용해 보였다. 기본적 해설에 덧붙여진 '빠른 문제 풀이 Tip'는 한정된 시간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이 되었다. 도표와 그림이 적절하게 첨부된 정답해설도 마음에 들었다.

하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온다. 삼성채용을 포함한 인적성검사를 대비하는 모든 수험생분들께 이 책의 풀이는, 유용한 이해와 연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사고라는 전반적 두뇌기능을 끌어올려보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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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 푸른숲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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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니. 이 무슨 한가한 이야기인가.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어디 있는가. 실용적이지 않을거라면 재미라도 있든가. 지루하고 현학적이고 쓸모없는 말장난. 그런게 철학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만나기 전까지. 삶의 의미를 잃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완전하게 잃어버린 순간, 희망이 절망이 되고 신뢰가 혐오가 되고 의미가 허무가 되어버린 순간, 철학이 삶으로 찾아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5 저는 제 자신을 치유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고민과 혼란 속에서 헤매다 보니 어느새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도망치려 해도 피할 수 없으니 질문에 똑바로 마주설 수밖에 없었지요.

이 책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는 6명의 철학자를 다룬 철학 이야기다. '개인'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담백하게 담았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보편적 느낌과 다르게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이 책에 담긴 철학은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철학자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철학은 철학자 개인의 경험에 붙인 각주"라고 말한다. 각 챕터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풀어내면서도 그들 개인이 왜 그러한 사상을 정립할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의 삶을 담고 있다. 철학자의 이론과 개념을 넘어 철학자라는 개인과 그들의 삶을 만났을 때, 머리로 암기해오던 철학은 공감과 이해를 타고 마음으로 전해졌다. 

둘째, '저자의 삶'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자신을 치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쓰는 과정이 진심으로 즐거웠으며 생각을 나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개인의 발견'이라는 일관된 흐름을 타고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저자의 설렘과 기쁨이 진심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책의 이야기에 온전하게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었다.

셋째, '나의 삶'과 맞닿아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할 것은 나 스스로 '주체적 개인'으로 우뚝 서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와 미래의 불안은 의심과 회의감이라는 불안의 씨앗을 계속해서 던져댔다. 허나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삶의 고통을 치열하게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철학이라는 꽃을 피워냈다. 누구도 강제한 적 없는, 스스로의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위대한 영웅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은 오늘의 현실을 극복해나갈 나에게도 깊은 위로와 용기를 건냈다.  

넷째,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는 시대다. 모두가 믿고 신봉하는 절대진리는 무너진지 오래이며 선의를 이용하여 배후의 영리를 취하려는 위선마저 판을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중심을 갖춘 개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영감과 지혜를 주는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6인의 철학자들이 자신을 조각해간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중심을 갖춘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책의 제목처럼 '휘둘리지 않는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와 주장이 난무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삶은 비로소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은 '나 자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담고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위대한 철학자들이 든든한 어깨를 내어주었다. 다음은 그 어깨를 밟고 올라설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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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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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체를 좋아한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시절, 그의 철학으로부터 현실을 딛고 일어설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나간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당면한 불안을 '과정'으로 치환하며, 다가올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해주었기 때문이다. 지독한 자기혐오로부터 벗어나 자기조각의 여정을 향해 나아갈 의지를 선물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니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생애와 학문적 체계에 대해서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닿을때면 흥미로운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삶으로서의 철학'으로부터 '학문으로서의 철학'으로 살금살금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오늘, 이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난 후 삶의 어느 자락에서 철학을 만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시, 철학을 삶으로 가져올 시간이다."

삶과 연결된 철학 이야기
이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노자 철학 연구로 유명한 서강대학교 철학과 최진석 교수의 저서다. 2015년 건명원에서 진행된 5회의 철학 강의를 엮은 책이다. 철학에 관한 책이지만 철학적 지식을 담은 책은 아니다. 저자는 철학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즉, 삶과 연결된 철학의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의 목적은 철학적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철학하는 것이다. 이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로 연결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갖게되는 것이다. 훈고적 태도나 타인의 시선이 아닌 인문적·철학적·문화적·예술적 시선이다. '우리'가 아닌 '나'로서 우뚝 서게 된다. 책임감을 가지 삶의 주체로서 자유롭게 세상과 교류한다. '의미'를 잃은 사람들이 늘어가는 시대다. '나'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자신을 찾고 자유를 획득하고자 하는 갈증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탁월한 철학은 그러한 시대적 조류속에서 피어올랐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대답이 아닌 의문이다. 삶과 연결된 철학과 만남으로써 사유의 시선을 확장하기를 기대하는 모든 분들께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독립적 주체로 우뚝 설 용기
15 짐승처럼 덤비면 짐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인간이 된다. 너무 인간적이면 자잘한 인간으로 남는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활짝 열기 위해 마음속에 야수를 한마리 키우자.

197 철학적 수준의 사고를 하려면 독립적 주체로 우뚝 서야 한다. 그런데 독립적 주체로 우뚝 서면, 기존의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게 보이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마주친다. 불안이 자신에게 다가올 때 독립적이지 않은 사람은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이것을 해소하여 편안함으로 바꾸려 한다. 독립적 주체는 불안을 편안하므로 바꾸려 하지않고 불안 그대로를 감당한다. 그대로 품어버린다.

저자가 제안하는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한 철학의 4단계'는 [부정-선도-독립-진인]의 과정이다. 각각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며,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나서, 인격적으로 참된 자신을 찾는다는 의미다. 니체가 말한 바 있는 인간의 3단 변신, [낙타-사자-어린아이]의 과정이 떠오르기도 하는 제안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짐승'이 되라는 저자의 제안이었다. 세상과의 불화를 자초하는 것이 바로 용기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말이 쉽다. 세상과 불화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불화를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무의식 속 내밀한 영역에 숨어서 이따금씩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하는 상처, 후회, 불안, 수치심같은 것들과도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서 내적 회피나 외적 도피를 선택한다. 자극적이고 중독성있는 오락거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게임, 쇼핑이나 도박처럼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피와 도피는 지난 나의 삶에서 빠트릴 수 없는 단어이다. 조금만 위험해보이거나 실패가 걱정된다면 도전을 주저하며 도피했고, 조금만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더라도 다른 정신세계로 회피했다. 그러나 최근의 어느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작은 직면'을 시작하고 있다. 자신과의 불화를 어느정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이 책을 읽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바로 세상과의 불화를 자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과의 진솔한 직면과 화해로부터 비롯된 굳건한 중심으로, 삶의 불균형을 향해 짐승처럼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갖게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읽어내는 시선
127 보통은 유물들 하나하나를 보고 평가하거나 감탄한다. 그런데 박물관 자체가 갖는 높이를 포착하고 거기서 재미를 느낄 정도의 수준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유물들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무르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유물들 하나하나를 보고 감탄하면서, 종국에는 그 유물들 하나하나를 가능하게 한 그 시대 그 문화권 사람들의 동선을 읽는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움직임의 패턴을 찾아 읽는 것이다.

2강의 '선도', 시대의 흐름을 포착해내는 지성적 힘으로서의 철학을 강조하는 파트에 담긴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인간의 지성을 성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성장된 지성의 높이를 가져야먄 더욱 깊게 음미하며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인솔하여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 파트를 읽고 지난 수업에서 나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에만 온통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안전하게, 별탈없이, 내가 해야 할 설명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결과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활동의 말미에 아이들이 초반의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모습에 나도 속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설명이 재미없음'을 원인으로 꼽았다. 보다 흥미롭고 재치있는 비유를 써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꾸며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나조차도 해당 유물에 빠져들지 못했던 것이다. 나에게 유물은 '설명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안에서 문화의 흐름을,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읽어내지 못했다. 말하는 사람조차 몰입하지 못하는 주제를, 어떻게 듣는 사람이 몰입할 수 있을까. 다음번 관람에서는 당장 나부터 유물로부터 사람과 삶을 떠올리기를, 무늬를 상상할 수 있기를, 그럼으로써 흥미와 몰입에 뛰어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의 뛰어내림을 위하여
220 푸코는 이런 종속적 주체성을 벗어나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능동적 주체란 무슨 의미인가? 자기만이 자신의 주인인 주체다. 자신이 하는 판단과 행위가 모두 자기의 결정으로부터 나와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는 주체, 이 사람이 능동적 주체다.

자신에 이르는 길을 찾는 여정에서 반가운 책을 만났다. 그동안 지나온 배움과 성찰의 과정은 '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후회와 상처와 수치심이라는 내면의 두려움과 직면하고, 삶의 과정속에서 나의 의지나 타당한 근거에 관계없이 무심코 수립된 '당위의 체계'를 해체하며, 자발성으로부터 비롯된 '나만의 신념체계'를 조각하기 위해 애썼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의 독서는 '세상과의 연결다리'를 놓아주었다. 자유로운 삶의 주체인 나로서, 세상을 향해 야수처럼 뛰어들 수 있어야 함을 다독였다. 늘 걱정이 많아 걱정이었다. 과거의 실패와 미래의 두려움은 달려들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용기를 내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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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주앉기 3분 치유명상 1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선민 옮김 / 청년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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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다. 그 사람을 알고 싶다. 무엇이 그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지 알고 싶다. 그 사람을 감각하고 싶다. 그 사람을 느끼고 싶다. 그 사람을 경험하고 싶다. 그 사람이 내 앞에 마주앉아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나다. 그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나다. 그 누구보다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 누구인가? 나다. 그러니 이제, 나를 사랑해줄 시간이다. 나를 돌봐줄 시간이다. 나를 경험할 시간이다. 비로소 나와 마주앉을 시간이다.

명상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40가지 실천법
이 책 <나와 마주앉기>는 명상에 관한 책이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40가지 명상 실천법을 담고 있다. 길을 걸으며, 숨을 쉬며, 라타투이를 만들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삶의 미세한 순간으로 명상을 가져올 수 있는 짧막한 명상 가이드가 담겨 있다. 가이드의 뒷 장에는 한 페이지의 '조언'이 첨부되어, 해당 명상을 부드럽게 실천하기 위한 팁이 제시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명상의 장점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낯설고 난감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8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습관화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다. 쉽다. 간결하다. 그리고 친숙하다.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명상법들이, 그에 대한 친절한 해설들이 명상 초심자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명상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집중적인 명상시간 외에 일상에서 알아차림의 태도를 어느새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일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자동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독서는 나에게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명상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유용한 팁들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과 생각 사이의 고요함을 경험하고 있는것을 보면, 그 고요함 속에서 평온함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이 책의 독서가 나의 내면에 작은 울림을 전한것이 분명한 것 같다.

과녁을 맞히려 하기보다, 자세를 바로잡기
146 특히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궁수들에게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것보다 완벽한 자세를 잡는 것에 더욱 집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스코포스'보다 '텔로스'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지요. '스코포스'는 그리스어로 과녁을 맞힌다는 뜻이고, '텔로스'는 자세를 완벽히 바로잡는 것을 뜻합니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20장의 '텔로스(telos)와 스코포스(skopos)'였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으로부터 운을 떼며 일상의 명상법을 제시한다. 스코포스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다. 반면 텔로스는 '과정',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다. 오래된 격언인 '지인사대천명'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사람의 정신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압박감을 느끼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과, 지금 이 순간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인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어떤 사람이 더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명상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것들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나고 흩어지게 됨을 알아차릴 수 있다. 생각들, 호흡,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처럼 말이다. 생각 한가지만 해도 무궁무진하다. 과거의 수많은 후회들, 미래로 뻗어나가는 오만가지 시나리오들, 지금 이 순간 나를 책임지우고 있는 선택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텔로스'를 떠올리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다. 활시위를 떠난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난 행복한 존재이기보다 의식이 있는 존재이고 싶다.
-알베르 카뮈

다만, 의식하기
25 다만 중요한 건 순간, 의식, 선택의 문제입니다. 삶의 이런저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살아가는 것을 제대로 의식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로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가는 걸까? 명상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 대체로 우리가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냉철하고 조금 더 차분해지는 것입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종교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불안 및 우울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또렷한 문체로 명징하게 명상이 삶에 필요한 이유들을 제시한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현재가 미래나 과거의 순간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으며,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이나 활동에 빠지는 것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는 저자의 이야기였다. 나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과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또렷한 의식상태를 갖기위한 목적으로 명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나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며, 생각에 빠지는 것보다 삶에 집중하는 것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깨어있는 삶이다. 또렷이 깨어서 의식적으로 살아간다면, 지혜가 우리를 어리석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우월한지 사전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는 의식을 통해 드러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그것이 나를 자연스레 기쁨과 행복으로 인도할 것이다.
앞으로의 명상은 한결 단순해질 것 같다. 기쁘고 고마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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