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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주앉기 ㅣ 3분 치유명상 1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선민 옮김 / 청년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다. 그 사람을 알고 싶다. 무엇이 그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지 알고 싶다. 그 사람을 감각하고 싶다. 그 사람을 느끼고 싶다. 그 사람을 경험하고 싶다. 그 사람이 내 앞에 마주앉아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나다. 그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나다. 그 누구보다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 누구인가? 나다. 그러니 이제, 나를 사랑해줄 시간이다. 나를 돌봐줄 시간이다. 나를 경험할 시간이다. 비로소 나와 마주앉을 시간이다.
명상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40가지 실천법
이 책 <나와 마주앉기>는 명상에 관한 책이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40가지 명상 실천법을 담고 있다. 길을 걸으며, 숨을 쉬며, 라타투이를 만들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삶의 미세한 순간으로 명상을 가져올 수 있는 짧막한 명상 가이드가 담겨 있다. 가이드의 뒷 장에는 한 페이지의 '조언'이 첨부되어, 해당 명상을 부드럽게 실천하기 위한 팁이 제시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명상의 장점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낯설고 난감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8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습관화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다. 쉽다. 간결하다. 그리고 친숙하다.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명상법들이, 그에 대한 친절한 해설들이 명상 초심자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명상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집중적인 명상시간 외에 일상에서 알아차림의 태도를 어느새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일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자동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독서는 나에게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명상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유용한 팁들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과 생각 사이의 고요함을 경험하고 있는것을 보면, 그 고요함 속에서 평온함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이 책의 독서가 나의 내면에 작은 울림을 전한것이 분명한 것 같다.
과녁을 맞히려 하기보다, 자세를 바로잡기
146 특히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궁수들에게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것보다 완벽한 자세를 잡는 것에 더욱 집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스코포스'보다 '텔로스'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지요. '스코포스'는 그리스어로 과녁을 맞힌다는 뜻이고, '텔로스'는 자세를 완벽히 바로잡는 것을 뜻합니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20장의 '텔로스(telos)와 스코포스(skopos)'였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으로부터 운을 떼며 일상의 명상법을 제시한다. 스코포스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다. 반면 텔로스는 '과정',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다. 오래된 격언인 '지인사대천명'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사람의 정신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압박감을 느끼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과, 지금 이 순간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인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어떤 사람이 더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명상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것들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나고 흩어지게 됨을 알아차릴 수 있다. 생각들, 호흡,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처럼 말이다. 생각 한가지만 해도 무궁무진하다. 과거의 수많은 후회들, 미래로 뻗어나가는 오만가지 시나리오들, 지금 이 순간 나를 책임지우고 있는 선택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텔로스'를 떠올리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있다. 활시위를 떠난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난 행복한 존재이기보다 의식이 있는 존재이고 싶다.
-알베르 카뮈
다만, 의식하기
25 다만 중요한 건 순간, 의식, 선택의 문제입니다. 삶의 이런저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살아가는 것을 제대로 의식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로 내가 바라는 대로 살아가는 걸까? 명상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 대체로 우리가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냉철하고 조금 더 차분해지는 것입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종교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불안 및 우울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또렷한 문체로 명징하게 명상이 삶에 필요한 이유들을 제시한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현재가 미래나 과거의 순간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으며,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이나 활동에 빠지는 것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는 저자의 이야기였다. 나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과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또렷한 의식상태를 갖기위한 목적으로 명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나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며, 생각에 빠지는 것보다 삶에 집중하는 것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깨어있는 삶이다. 또렷이 깨어서 의식적으로 살아간다면, 지혜가 우리를 어리석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우월한지 사전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는 의식을 통해 드러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그것이 나를 자연스레 기쁨과 행복으로 인도할 것이다.
앞으로의 명상은 한결 단순해질 것 같다. 기쁘고 고마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