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 남들보다 조금 더 섬세한 당신을 위한 관계 수업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돌이켜보면 나의 인간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늘 알 수 없는 어색함과 불편과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대가 가까운 듯 가깝지 않게 느껴졌고, 내가 진실한 듯 진실하지 않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를 다녀온 뒤에는 기쁘고 충만한 느낌보다는 에너지를 소모한 듯한, 소진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했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 비단 관계의 영역 뿐만 아니라, '건강한 나'와 '건강한 삶'을 위해서 '이것'을 담금질해야 함을 여실히 느껴가는 요즘이다. 바로 '건강한 자아'다. 오늘은 나의 자아를 돌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건강한 자아'부터 돌보는 것, '타인의 축'이 아닌 '자신의 축'을 세우는 것. 이 책 <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가 담고 있는 메세지다.

29 "사람과 어울리면 즐거워야 하는데,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 한마디에도 신경 쓰여서 그 자리를 편하게 즐기지 못해요."  ...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생각과 표정, 말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는 말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컨디션은 어떤지, 이를테면 얼마나 피곤한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에너지가 넘치는지 이 모든 것이 무시된다.

'좋은 사람'이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참 무엇하지만, 나도 꽤나 '좋은 사람'으로 보여졌던 것 같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에 예민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에 맞춰주기 위해서 애를 썼다. 상대방은 그런 나에게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는 제대로 돌봄받지 못했다. 나의 표정은, 내 내면의 목소리는, 내 몸의 신호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러니 관계속에서 나는 늘 몸과 마음의 피로를 경험하고는 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면서도 마음 한편의 부담감을 짊어졌다. 다가가고 싶지만 멀어지고 싶은, 속하고 싶지만 피하고 싶은 내면의 갈등은 가뜩이나 모호한 나의 자아를 더욱 흐릿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타인과 맺는 세 가지 패턴의 관계'를 분류한다. 첫째, '완전히 타인의 축에 서 있는 의존 상태'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채 상대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기를 기대하는 상태다. 둘째, '자신의 축에 서 있다고 착각하는 자립' 상태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상태다. 이는 얼핏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립한 것 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 또한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은 극단적인 사고로 인해 매사에 불안과 공포감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가 '인간관계의 이상적인 형태인 상호의존'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할 수 없는 일은 당당히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건강한 사고방식의 바탕에 '견고한 자신의 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면, 세 가지의 단계를 모두 거쳐온 것 같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타인이 알아서 나를 돌봐주기를 기대했고, 언젠가부터는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나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은 스스로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안좋은 일이며, 한편으로 타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이기적 행위라고 느끼기도 했다. 가까운 누군가가 자신의 문제를 나에게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드디어, 나의 문제를 아주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다. 열린 마음으로 감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건강한 너와 건강한 나, 각자의 건강함 속에서 함께 건강할 수 있음을 배워가고 있다.

'너를 위해'라는 의도가 늘 서로를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담감과 불편함을 떠넘기게 될 수 있다. 건강한 나로서, 건강한 너로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