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 패권국가로 가는 규제혁신
구태언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전을 위해 서울 상공을 찾은 아이언맨. 작전을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를 수집하던 토니 스타크의 헬멧 스크린에 갑자기 팝업창이 나타난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시겠습니까?" 필수영역에 체크하고, 마케팅정보 제공은 체크를 해제하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머지 않아 새로운 동의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아이언맨은 이내 추락하고 만다. 규제 때문에 새로운 시도와 성장의 가능성을 제약받는, 우리나라 IT업계의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다.

이 책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규제현실을 짚어보는 책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각 나라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IT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규제혁신'이다. 안정적 기반이 취약한 기업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위험과 진입장벽을 낮추는 규제의 철폐다. 이러한 우호적 환경 속에서 우버, 에어비엔비, 위워크등의 기업들이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의 측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한 환경에 있다. 각종 규제들이 새로운 도전을 막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규제가 이미 시작된 도전을 가로막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참신한 아이템을 먼저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으며, 규제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그러한 아쉬움이 계속될 것이다.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국내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의 사례였다. 개인이 중고차를 거래할 때 전국의 중고차 딜러들로부터 비교 견적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격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창업 초기 인기를 끌며 매출을 높여가던 이 기업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오프라인 중고차 거래업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움직여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온라인 중고차 사업자에게 오프라인 사업자와 같은 자격기준을 요구도록 만든 것이다. 바로 1,000평 규모의 주차장과 100평 이상의 경비실 등 각종 시설과 인력이 그것이다. 이를 갖출 자금력이 부족했던 헤이딜러는 폐업을 선언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역풍이 불었고 결국 규제는 철페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해외의 스타트업 성공 사례와 국내의 현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공유경제, 핀테크와 금융혁명,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미래의 법률이슈 등 4차산업혁명 및 법률이슈와 관련된 광범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국가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규제가 과도하여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한다면 결국 기회의 상실속에 피해를 보는 것 또한 개인이며 국민이다. 해외의 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더더욱 그렇다. 현실은 규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우리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절충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지혜
틱낫한 지음, 정윤희 옮김 / 성안당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사는것이 잘 사는걸까. 법을 지키며 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내면의 준칙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다듬어 나갈 것인가. 나의 역사를 어떤 기록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어떻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그래서 나는 요즘 그 준칙을 돌아보며 다듬어나가고 있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하지 않으려 했고 그것을 했을 때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을수도 있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었다. 즐거움을 느껴도 됐었다. 비합리적 준칙을 걷어참으로써 나는 해방감에 한 걸음 다가섰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하려고 했고 그것을 하지 못했을 때 무력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을수도 있었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됐었다. 괜찮아도 됐었다. 비합리적 당위를 내려놓음으로써 나는 자유로움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 모든 과정에서 거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심리학, 철학, 종교, 인문학, 인지과학, 문학 등 위대한 학자와 영성가와 예술가들이 나에게 올라설 어깨를 제공했다. 넓은 시야와 귀한 지혜를 선물했다. 그 과정에서 오늘도 반가운 거인을 만났다. <화>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이다.

So-Hyang - 디즈니 모아나-“How Far I’ll Go”(언젠가 떠날거야) -소향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일곱 가지 삶의 지혜'
이 책 <삶의 지혜>는 저자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책이다. 부처의 가르침과 저자의 지혜를 모아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세심한 방향성을 풀어낸다. 7가지 명상주제가 그 핵심이다. 우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세 가지 잘못된 관점'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세 가지 수련 방법을 소개한다. '공', '무상', '무원'이 그것이다. 이는 불교교리에서 항상 등장하며 삼해탈문으로도 알려져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여기에 네 가지 집중 수련을 덧붙인다. '무상', '무욕', '내려놓음', '열반'이 그것이다. 앞서의 세 가지에 집중함으로써 평온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며 나아가 마지막 주제인 '열반'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한다. 7가지 주제를 거치며 저자는 '나', '자아', '우리', '몸', '관계', '꿈', '고통' 등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불교에 대해, 특히 남방불교에 대해 배움을 확장할 수 있었고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삶의 본질'들을 짚어보며 발견할 수 있었던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우리, 어울려 존재함
26 '존재함'이란 언제나 '어울려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존재함(to be)'이라는 동사에 접두어 'inter(안에서)'를 더하면 '어울려 존재함(inter-be)'이라는 새로운 동사를 얻게 되지요. 따라서 '어울려 존재함'은 현실을 더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인 셈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각기 다른 것들과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어울려 존재하고 있습니다. ... 인간은 오롯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어울려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주 만물은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통해서 더욱 명확한 실체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늘에 떠 있는 별도 구름도 꽃도 나무도 여러분도 또 저 역시 그렇습니다.

1장의 '공'을 다룬 챕터에 담긴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공'은 '조건'에 의해서 형성된 것, 따라서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닌 가변적인 성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공'에서 '어울려 존재함'이라는 개념을 끌어낸다. 오늘의 '나'를 존재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조건들 중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내 몸 안의 미세 유기체들이 공존하지 않는다면 나의 몸은 건강하게 기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선조들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거나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나 뿐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고 사물과 자연과 우주가 그렇다. 

I am Moana (Korean) Subs + Trans

영화 <모아나>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모아나가 뱃머리에서 '나는 모아나!'를 외치며 포효하는 장면이다. 친구 마우이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며 좌절하던 모아나는, 자신의 사명이 담긴 보석인 '테피티의 심장'을 포기한다. 하지만 곧 가오리로 환생한 할머니가 나타나 모아나를 위로한다. "세상이 앞길을 막고 아픔도 남기지만, 상처는 아물고 길이 열릴거야", "배움은 널 인도하고 사랑은 널 강하게 해"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넌 과연 누구일까?." 이 때 스스로를 향한 모아나의 깨달음이 시작된다. "나는 바다와 섬을 사랑하는 소녀", "자랑스런 족장의 딸", "길 찾아 먼 길 떠나 누빈 항해자의 후손" 임을 자각한다. 섬은 안정이며 바다는 무한이다. 섬에서 '안전'한 삶을 누리던 모아나는 '가능성'의 바다로 몸을 던진다. 그렇게 '새로운 섬'에서 '새로운 자신'으로서의 풍요를 누린다. 물론 머지 않은 새로운 항해를 기약하면서 말이다. 동시에 그녀는 자랑스런 족장의 딸이며 항해자의 후손이다. 책임을 나눠가진 집단의 일원이며 조상의 용감한 모험으로부터 존재를 선물받은 수혜자다. 이 모든 '연결감'을, '어울려 존재함'을 하나하나 포용한 후에 비로소, 온 몸으로 포효하며 외친다. '나는 모아나!'라고. 

삶은 자기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나를 자각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데 영감과 영향을 건냈다. 받지 않으려 했으나 받은것도 있고 받으려 했으니 받지 못한것도 있다. 그 모든 과정속에서  배움의 기회가 있었다. 더 돌이켜보면 부모가 있었고 더더 돌이켜보면 조상이 있었으며 더더더 돌이켜보면 자연과 우주가 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없거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혜가 나에게 묻는다. "넌 과연 누구일까?" 한 가지 분명한 지혜가 떠오른다. 나는 무수한 조건에 따라 형성된 존재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 나를 들여다본다. 자비를 소원하는 약한 존재가 있다. 좋은 것을 주고 싶다. 적어도 '검열'과 '비판'이라는 칼날을 휘두르고 싶지는 않다. 주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것'을 주고 싶어진다.

온 마음을 다하는 삶
120 우리는 한 그루의 편백나무라도 마음을 다해 살펴볼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매일 일상처럼 지나치는 생활 속에도 수많은 기적들이 가득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여러분이 매일 출근하는 길에 마주치는 편백나무는 어떠한가요? 그런 사소한 것조차 놓치고 살면서 어떻게 사랑하는 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겠습니까? 그런 상태로 어떻게 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목표가 있었다. 그것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것을 이뤄내지 못한 나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목표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떳떳한 나로 완성될 수 있음을 믿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마음이 오로지 미래에 가 있었으니, 그 때의 '오늘들'을 알아차리지 못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삶을 눈 앞에서 놓쳤다. '알아차리는 삶'의 참맛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알아차림과 함께하는 삶은 맛있다. 달콤하다. 잘못먹은 독약을 뱉어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독약을 먹는다. 과거의 후회, 미래의 불안, 원망과 미움같은 두 번째 화살이 그것이다. 알아차림은 '이들이 나에게 이롭지 않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때로 약을 먹는다. 기쁨, 감사, 사랑, 안전감을 주는 것들이 그것이다. 알아차림은 '이들이 나에게 이로움'을 알려준다. 그렇게 알아차림은 나를 돌봐주며 사랑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모든 것이 기적이다. 다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 또렷이 깨어서, '깨어있는 알아차림'으로, 순간의 기적들을 예민하게 발견할 수 있기를, 반가운 안녕을 건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삶을 이끌어갈 '나의 뜻'
141 이처럼 행복을 고양시키고 고통을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나아가 현실에 완전히 충실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최대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면 바로 그것이 신의 뜻에 복종하는 것입니다. 신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수동적인 굴복과는 거리가 멉니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활력이 가득한 연민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니까요. 이는 신의 뜻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뜻이기도 합니다.

해탈의 세 번째 관문인 '무원'챕터에 담긴 이야기다. 무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눈 앞에 놓인 무언가를 쫓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안에서 행복과 자유를 찾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눈 앞의 목표가 아닌 무엇을 지향하며 우리는 살아가야 할까? 우리를 인도하는 '신의 뜻'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저자는 말한다. 신의 뜻은 곧 자연의 섭리라고. 언제나 아름답고 용서하고 수용하는 대지의 모습이라고.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을 고양시키고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바로 신의 뜻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나는 모아나'를 외친 모아나는 바다로 뛰어든다. 그리고 포기했던 테피티의 심장을 움켜쥔채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의 낡은 배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망가진 갑판을 수리하고 돛을 꿰맨다. 물의 흐름을 통해 '현재의 경로'를 검토하고 별자리를 응시하며 '나아갈 길'을 떠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저 푸른 바다를 건너가서 , 테피티의 심장을 되돌려놓을거다"라고. 이 말은 모아나가 처음 항해를 시작할 때 주문처럼 외웠던 미션의 변형이다. 처음은 이렇다. "넌, 저 넓은 바다를 건너가서, 테피티의 심장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Should는 Will이 되었고, You 는 I가 되었다. '당위'는 '의지'가 되었고, '너의 일'은 '나의 일'이 되었다. 건너가야 할 고난의 망망대해는 푸른 빛의 '길'이 되었다. 지금 여기의 자신을 자각한 순간간 목표를 납득하며 수용하게 되었고, 순수한 자발적 의지로 바다를 향해 뛰어들게 된 것이다.

'신의 뜻'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확신할 수 있는 자신감은 없는 주제에 의심은 많아서, 하나의 '경전'을 믿지는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저자의 말에 '납득'했다. 나의 행복을 고양시키고 고통을 변화시키며,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일. 그보다 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을 '나의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의 뜻'일 가능성도 열어둔채로 말이다.

Who you truly are
210 고통을 겪어내는 기술을 배우면  덜 고통받을 수 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진흙을 통해 사랑과 이해심의 연꽃을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고득락. 고통을 피하고 즐거움에 이르는 것.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길일 것이다. 손톱 밑의 가시가 빠졌을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상쾌하고 후련하다. 그러니 고통의 상황은 일단 극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나에게 고통을 준 과거의 사건들 또한 후회스럽거나 원망스러운 느낌이 담긴 기억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까?

212 어쩌면 우리는 온갖 프로젝트와 일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매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언가에 대한 집착 혹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슬픔과 분노, 두려움이라는 틀에 갇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평생을 분노와 두려움이라는 밧줄에 묶인 채로 살아왔을 수도 있고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원한의 무게 속에 짓눌려 있을 수도 있고요.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미처 풀지 못한 오해들이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지위나 돈, 감각적 쾌락의 노예로 살아갈 수도 있겠지요. 이런 모든 것들은 여러분이 지금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행복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들입니다.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하지만 고통은 필연이다. 그러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것은 '고통을 어떻게 겪어낼 것인가'이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움'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그 첫걸음은 고통을 마주보는 것이다. 흔히 사람을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남에게 숨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억눌린 것은 결국 폭발하기 마련이다. 해소되지 못한 응어리는 삶의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반드시 고개를 내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감하게 눈 앞의 고통을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명상가는 예술가이자 전사입니다
p.211

응시는 이내 수용으로 이어진다. 명상가는 전사다. 두려움과 수치심과 불안함을 눈 앞으로 가져오며 온전히 깨어서 그것을 알아차린다. 그럼으로써 그것이 나와 결합된 실체가 아님을, 다룰 수 있는 '정신적 사건'임을 자각한다. 명상가는 예술가다. 고통을 삶의 일부로 포용하며 의미를 발견한다. 최악의 고통을신선한 창조의 씨앗으로 치환한다. 그렇게 성장과 이해와 자비의 꽃이 피어난다. 이제 고통은 더이상 회피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여기의 나와 함께하는 삶의 일부로 껴안아진다. 심장을 빼앗겼다는 분노에 휩쌓여 자신을 잃어버렸던 테피티가, 이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보란듯이 창조의 기쁨을 피워내듯 말이다.

Moana/Vaiana (2016) - "Know Who You Are" / Heart of Te Fiti scene [1080]

두 번째 기쁨을 위하여
살다보면 '나 자신'과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지난 며칠간의 내가 그랬다.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나와 합이 맞지 않았고 그 순간들의 불편감이 오래 남았다.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회의감, 나 자신을 향한 자책과 무능감이 꿈틀거렸다. 이 책의 서평을 쓰고자 예정했던 날은 며칠 전이었고, 글을 쓰기 위해서 페이지를 열었으나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책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며 글감을 쥐어짜봤지만 저항감만 일어났다. 그래서 글을 쓰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오늘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어 세번째 독서를 시작했다. 공에서 무상으로, 다시 무원으로 읽어내렸다. 며칠 전과 달랐다. 시야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내 '내려놓음'에 이르러 내 마음의 육중한 무언가가 흘러나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조건에 따라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다. 나도 완벽하지 않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심지어 완벽의 기준 마저도" 그들에 대한 미움과 나를 향한 자책에 직면과 수용과 포용으로 이어졌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지금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기억은 실체가 아니다. 어느새 흘러갈 정신적 사건일 뿐이다." 좁은 시야에 매몰되어 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기억에 갇혀있는 나를 알아차려 본다. 지금의 행위는 나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중단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어? 내가 그걸 해줄게." 시야와 마음과 감각이 열리며 또 하나의 작은 구멍이 트였다. 영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꺼이 맞이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 끝맺음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돌아본다. 나에게 묻는다. "무엇을 하고 싶어?" 나에게 두 번째 기쁨을 선물할 차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수연 토익 750 최적화 문제 실전 모의고사 유수연 토익 실전 모의고사
유수연 지음 / 사람in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점을 맞는다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기회비용의 상실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600점에서 100점을 올리는 것보다 700점에서 100점을 올리는 것이 훨씬 어렵다. 시험이란 보통 고득점에 다가설수록 끌어올리기가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목표가 '영어'가 아닌 '토익'이라면, 목표로 하는 점수를 최소한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가 될 것이다.

토익 700점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점수이다. 공무원시험, 고시, 공기업 공채, 대학 졸업기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최소한의 기준으로 토익 700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기준이 토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준비해야 할 것이, 갖춰야 할 요소가 수두룩하다. 그러니 최소한의 노력으로 700점의 토익 점수를, 안전하고 넉넉하게 750점의 점수를 획득한 뒤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는 것이 큰 그림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 책 <유수연 토익 750 최적화 문제 실전모의고사>는 명강의로 유명한 유수연 강사의 책이다. 오로지 750점의 점수 획득을 목표로 짜여진 전략적 문제집이다. 해당 점수에 맞춰서 전반적인 난이도가 조절되어 있으며, PART1부터 7까지, 통계와 법칙을 바탕으로 점수를 높일 수 있는 꿀팁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책 후반부의 '해설'이었다. 이 책은 3세트의 문제와 해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해설이 참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며 유용해보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단계적 풀이과정'이다. 모든 문제가 단계적 STEP을 거쳐 정답에 접근해간다.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으로 접근해가거나, 최적의 공략지점을 찾아서 빠른 경로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PART1에서는 음성을 듣기에 앞서서 사진을 보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짚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토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험에 접근한다면 '본인의 영어 실력'보다  높게 토익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집에 담긴 모의고사가 3세트인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해당 문제들을 '씹어먹는'다면 많은 문제를 풀어본것보다 나은, 월등한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이터 분석의 힘 - 그 많은 숫자들은 어떻게 전략이 되는가
이토 고이치로 지음, 전선영 옮김, 이학배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인디언 부족이 있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이들이 기우제를 지날때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고 한다. 이 신묘한 주술의 비책은 무엇을까? 바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기우제'-'비'라는 개별 사건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인과관계'로 오해함으로써 벌어진 촌극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인디언들을 마음놓고 비웃을 수 있을까? 위의 사례처럼 관련이 없는 사건을 관련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관'이 있을 뿐인 두 사건을 '인과'의 관계인 것 처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워하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이야"라고 비난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쩔 수 없었던 필연적 과거를 "내 탓이야"라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힐난하고 있지는 않은가?

데이터가 쏟아지는 시대다. 정보가 '없어서' 문제이던 시대를 지나 정보가 '넘쳐서' 문제인 시대가 왔다. 그러니 지혜가 필요하다. 정보를 분별하는, 분석하는, 해석하는 영민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 <데이터 분석의 힘>은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일상에서, 또 업무 현장에서 흔히 경험하는 비합리적 편향을 교정하고, 사건과 사건간의 '인과관계'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그렇게 획득된 '데이터 분석능력'은 과거를 이해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건 너머의 인과관계를 꿰뚫어볼 수 있는 직관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바로 '미래예측'이다. 특정한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내다 봄으로써, 자신의 원하는 미래에 한걸음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마치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선거에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함으로써 6,000만 달러의 선거 후원금을 추가로 모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광고를 했더니 매출이 올랐다. 그렇다면 매출 상승은 광고의 덕분이기 때문에 광고를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까? 확실치 않다. 다른 변수들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광고를 했더니 아이스크림 매출이 올랐는데, 그것이 올여름이었다면?  무시무시한 폭염이, 광고와 관계없이 사람들로하여금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면? 그렇다면 광고는 그저 '먼저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매출액 상승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아주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착각의 유형이다.

데이터는 많아졌고 데이터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졌다. 데이터를 읽을 줄·가공할 줄 알면서 악의를 품은 어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과관계를 그럴싸하게 포장함으로써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무지하고 선량하고 수치에 약한 사람들은 거기에 휘둘려 정당한 자신의 몫을 놓치게 될수도 있다. 비단 피해를 막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흥미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해석능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유용한 판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앎은 늘 즐거운 일이 아닌가? 세상의 인과를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흥미롭고 설레는 일인가?

데이터 해석의 초심자를 대상으로,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진 입문서다. 오바마 캠프의 후원금, 덴마크의 세제 개혁, 일본의 의료비 문제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인과를 이해하는 지혜를 넓힐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문제 풀 수 있겠어? - 단 125개의 퍼즐로 전세계 2%의 두뇌에 도전한다! 이 문제 풀 수 있겠어? 시리즈
알렉스 벨로스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소한 흔적들로부터 번뜩이는 영감을 얻어낸다. 흔적은 단서가 되고, 단서는 열쇠가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칠법한 일상의 흔적들로부터 현장을 재구성하고, 끝끝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뇌섹남. 셜록.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보는 사람도 마음이 짜릿해진다. 그리고 마음 한켠으로는 '동경'도 싹을 틔운다.  "나도 저렇게 멋진 해결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현대의 인지과학은 '뇌가소성'이라는 뇌의 성질을 밝혀냈다. 뇌는 청소년기 까지만 발달한다는 통념과 달리, 평생에 걸쳐서 뇌는 변한다. 변화의 방향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많이 사용하는 부위는 성장할 것이며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기능이 저하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삶이 대부분 '습관'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늘 사용하지 않던 부위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자연스레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거 못해."

못하던 그런걸 잘하는 그런걸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툴고 피로할지라도 거듭하여 시도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우리의 능력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 문제해결능력 또한 마찬가지다. 양질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멋진 해결사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설 수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유용한 책이 나왔다. <이 문제 풀 수 있겠어?>는 지난 2,000년 동안 출제되었던 퍼즐 중 125편을 엄선한 퍼즐 모음집이다. 논리, 기하학, 실용, 소품, 수학이라는 다섯개의 주제아래 개성있는 문제들을 담았다. 특히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하여 딱딱함을 벗어났다. 때때로 저자는 문제의 뒤에 재치있는 힌트를 던지며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퀴즈를 대하는 저자의 어린아이같은 호기심과 흥미가 그대로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체감한 난이도는 꽤 어려운 편이었다. 워낙 이런쪽이 취약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논리문제는 그럭저럭 풀어 나갔지만 기하학 문제에서는 뇌가 성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긴 시간을 들여다보다가 책을 덮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시야를 넓히며 단서를 포착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은, 충분히 그 고통을 감당할만하게 만들었다.

뇌섹남이 되고자 했지만 아직은 그냥 뇌남인 것 같다. 부지런히 풀어나가야 겠다. 그러다보면 기하학 바보인 나의 뇌도, 언젠가 멋진 공간지각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