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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의 힘 - 그 많은 숫자들은 어떻게 전략이 되는가
이토 고이치로 지음, 전선영 옮김, 이학배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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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디언 부족이 있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이들이 기우제를 지날때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고 한다. 이 신묘한 주술의 비책은 무엇을까? 바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기우제'-'비'라는 개별 사건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인과관계'로 오해함으로써 벌어진 촌극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인디언들을 마음놓고 비웃을 수 있을까? 위의 사례처럼 관련이 없는 사건을 관련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관'이 있을 뿐인 두 사건을 '인과'의 관계인 것 처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워하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이야"라고 비난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쩔 수 없었던 필연적 과거를 "내 탓이야"라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힐난하고 있지는 않은가?
데이터가 쏟아지는 시대다. 정보가 '없어서' 문제이던 시대를 지나 정보가 '넘쳐서' 문제인 시대가 왔다. 그러니 지혜가 필요하다. 정보를 분별하는, 분석하는, 해석하는 영민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 <데이터 분석의 힘>은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일상에서, 또 업무 현장에서 흔히 경험하는 비합리적 편향을 교정하고, 사건과 사건간의 '인과관계'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그렇게 획득된 '데이터 분석능력'은 과거를 이해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건 너머의 인과관계를 꿰뚫어볼 수 있는 직관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바로 '미래예측'이다. 특정한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내다 봄으로써, 자신의 원하는 미래에 한걸음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마치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선거에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함으로써 6,000만 달러의 선거 후원금을 추가로 모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광고를 했더니 매출이 올랐다. 그렇다면 매출 상승은 광고의 덕분이기 때문에 광고를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까? 확실치 않다. 다른 변수들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광고를 했더니 아이스크림 매출이 올랐는데, 그것이 올여름이었다면? 무시무시한 폭염이, 광고와 관계없이 사람들로하여금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면? 그렇다면 광고는 그저 '먼저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매출액 상승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아주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착각의 유형이다.
데이터는 많아졌고 데이터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졌다. 데이터를 읽을 줄·가공할 줄 알면서 악의를 품은 어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과관계를 그럴싸하게 포장함으로써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무지하고 선량하고 수치에 약한 사람들은 거기에 휘둘려 정당한 자신의 몫을 놓치게 될수도 있다. 비단 피해를 막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흥미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해석능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유용한 판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앎은 늘 즐거운 일이 아닌가? 세상의 인과를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흥미롭고 설레는 일인가?
데이터 해석의 초심자를 대상으로,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진 입문서다. 오바마 캠프의 후원금, 덴마크의 세제 개혁, 일본의 의료비 문제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인과를 이해하는 지혜를 넓힐 수 있었던 유익한 독서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