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 - 나는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 삶의 기쁨을 맛보았나?
리 립센설 지음, 김해온 옮김 / 샨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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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을 돌보던 의사가 있다. 예방의학 연구소의 의료책임자로서 심장질환치료를 위한 '오니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자들이 죽음의 두려움을 뛰어넘어 삶의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왔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몸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다. 샌드위치를 먹다가 말이다. 음식이 식도에 걸린 느낌. 의사의 직관으로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문제를 직감하고 마찬가지로 의사인 아내와 상의 후에 병원을 찾는다. 검진 결과는 식도암. 진단 후 18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75퍼센트에,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90퍼센트에 이르렀다. 그가 이른 시일내에 죽음에 이른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해보였다. 과연 그는 이 거짓말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지금껏 그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해왔듯, 스스로를 돌볼 수 있었을까? 병의 치유자인 의사로서 바라보던 세계와, 병의 당사자인 환자로서 바라본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삶을, 결과적으로 2년 2개월이 되었던 시간을 어떤 경험과 생각으로 채워나갔을까?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구도자로서의 이야기

이 책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의 저자 리 리셉설은 의사다. 위의 이야기는 그가 경험한 실제의 이야기다. 병의 치유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52세의 나이에 식도암을 진단받는다. 누구나 두려워해 마지않을 '죽음'이 눈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불안해하지도 동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죽음을 정면에서 마주본다. 지금까지 삶에서 배워왔듯, 죽음을 앞둔 삶으로부터 배움을 얻고 성장을 이어간다. 이 책에는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구도자로서 그의 긴 여정이 담겨있다. 책의 전반부는 암을 진단받기 이전까지 그의 삶과 세계관으로 이루어져있다. 중반부는 암진단 이후 저자의 내밀한 마음과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이 진솔하게 기록됐다. 후반부는 삶을 회고하며 저자가 정리한 세계관과 인생관이 담겨있다. 이따금 혼란스러워지고는 한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의문은 지나온 삶을 회의스럽게 하고 다가올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일상의 삶에서도 이러한데 죽음이 분명해지는 시점에서 나는 얼마나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될까? 하지만 저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삶을 대하는 그의 신념은 더욱 분명해져갔다. 진솔해서 인간적이며 담대해서 대단한 저자의 이야기는,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감사, 인생이라는 샌드위치에 풍미를 내는 법

55 감사는 작은 실천으로 큰 대가를 받는 방편이 되었다. 사실 그것은 삶이라는 샌드위치에 풍미를 내는 핵심 재료이다.

 

202 감사하기 연습은 현실을 마주보고 , 자신의 여러 면(내적 자아, 하나인 자아, 하위 인격들, 주변 사람들)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의미이다. 자신과 타인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뜻이고, 우리를 해친 사람에게 연민을 품는다는 뜻이며, 삶의 힘겨운 면을 인식하면서도 눈 내리는 어두컴컴한 날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작고 순수한 꽃잎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사함은 희망의 궁극적인 표현이다.

 

저자의 삶을 관통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감사'다. 그는 암을 진단받은 이후에도 가족들의 마음을 걱정하며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동요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여기에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간다. 그 담대함의 배경에 '감사'가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날마다 감사하기를 연습하며 자신의 관점을 조율해왔다. 그렇기에 다가올 죽음보다 남아있는 삶에 집중하며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감사일기'는 나 역시도 실천하고 있으며 삶을 대하는 관점을 바꿔준 고마운 기술이다. 때때로 마음같지 않은 순간들을 마주하며 마음이 요동칠 때, 그것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나와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려 애쓴다. 고마운 사람들, 고마운 일들, 그리고 이 사건이 나에게 전해주는 새로운 '의미'와 '성장'을 떠올리며 말이다. 그리고 이번 독서를 통해 '감사'에 대한 관점을 또 한번 확장시킬 수 있었다. '사건'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로서의 감사다. 나는 꽤나 회피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실패한 경험이나 나의 미숙한 요소를 떠올리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개선해준 것이 바로 '의미부여'다. 실패라는 결과가 아닌 성장이라는 과정으로 사건을 바라보니, 취약성이라는 결과가 아닌 성장요소의 발견이라는 과정으로 미숙함을 바라보니, 한결 부드럽게 그것들을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의미'를 넘어 '감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한 직면을 넘어 반가움마저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저자의 감사는 그랬다. 현실을 비틀어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현실을 마주보고 자신의 그림자마저 이해하고 포용했다. 명과 암을 가리지 않고 지금까지의 삶과 자신의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포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 나아가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야말로 '희망'의 궁극적인 증거가 아닐까?

 

곁을 내어준다는 것, 함께 고통받는다는 것

212 나는 성난 채로 침대로 갔다. 수프도 필요 없었다. 텔레비전도 필요 없었다. 그저 아내가 나를 안아주길 바랐다. 다음날 나는 내내 성이 나 있었다. 케이시는 왜 내가 필요할 때 안아줄 수 없는 거지? 이 생각을 하며 앉아 있다가 화가 가라앉자, 나는 나를 안는다는 것이 내가 아플 때 내 곁에 있는다는 뜻이라는 점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나를 안고 있다는 것은 나와 함께 고통받는다는 뜻이었다. 남편이 죽어간다는 뜻이었다.

 

책에는 암진단 이후 가족들에게 고백하는 과정, 마지막 가족 여행, 아내와의 갈등들이 진솔하게 기록되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티비 프로그램과 관련된 아내 케이시와의 갈등이었다. 아내는 좋아하는 의학 드라마가 있었고 퇴근 후 거실에서 혼자 시청하고는 했다. 하루는 저자가 문득 아내에게 안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침실에 와서 안아주기를 부탁한다. 하지만 아내는 티비를 보고싶다며 거절했고 저자는 크게 화를 낸다. 우는 아내를 뒤로하고 혼자 침실로 돌아오게 된다. 나같아도 서운했을 것이다. 마치 티비는 중요하고 나는 중요하지 않은것처럼, 티비보다 하찮은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속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이내 아내의 마음을 짐작한다. 티비를 보는 시간은 당면한 무거운 현실로부터 벗어나 쉴 수 있는 유일한 휴식의 기회였다. 남편을 안아준다는 것은 남편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직면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소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눈앞의 죽음에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부의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나 역시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오해할 수 있음을 상기했다. 나의 회피성향으로 상대방에게 오해와 상처를 주었을 과거를 돌아보고,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달콤할 샌드위치를 위하여

29 진단을 받은 바로 그날 나는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생애 처음으로 확실히 알았다. 더는 죽음의 두려움이 온갖 방법으로 우리 삶에 침투하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죽음의 두려움은 생존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지만, 다른 욕구들은-사랑하고, 행복을 찾고, 삶을 받아들이려는 욕구들은-이 생존의 욕구보다 훨씬 컸다. 나는 삶이란 그저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의사로서 살아온 긴 시간 동안 내가 그토록 경탄하던 환자들처럼 변해갔다. 죽어가고 있지만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이르든 늦든, 결국 우리는 모두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유일한 예외는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환자들을 도와왔다. 죽음을 앞두고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충만하며 생동감 있는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러한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저자가 직접 그러한 삶을, 그러한 태도를,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지식이 경험이되고, 타인이 자신이 되는 저자의 여정은 배움과 영감은 물론이거니와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딘 오시니 박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조셉 캠벨의 말을 인용하며 경험을 강조한다. "나에게 믿음은 없다. 경험이 있을 뿐."이라는 문장이다. 저자에게 죽음은 삶의 일부였다. 그 자체로 경험의 대상이었다. 시도하고, 실수하며, 배움을 얻는 것이 삶의 기본적인 과정이듯, 저자는 눈앞의 죽음을 껴안으며 여전히 시도하고, 실수하며, 배웠다. 예전보다 더욱 담대하고 생기있게.

 

저자는 어려서부터 두려움이 많았던 자신의 성향을 고백한다. 나 역시 그렇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많지만, 새로운 경험을 향한 욕심은 많지만 기원을 알 수 없는 망설임에 주저하며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는 했다. 아마도 두려웠을 것이다. 실패가, 망신이, 좌절이, 시선이, 평판이.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 자체가 나의 발목을 묶었다.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렇게 살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죽을 것이다. 죽음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 곳에서의 경험들은 모두 기억과 추억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이 부끄러운걸까?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걸까? 적어도, 죽음보다 더 두려울 것은 없지 않은가? 저자의 말처럼 삶은 모험이다. 뛰어들자. 경험하자. 그리고 날마다 새로워지자. 일단 그보다, 눈앞에 놓인 샌드위치부터 온전하게 음미하자. 인생의 진짜 맛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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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최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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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 삶에는 '내'가 없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사회 통념상의 성취를 이뤄내길 바랐다. '좋아하는 것'의 목록은 황량했고 '해야 할 것'의 목록은 차고 넘쳤다. 기대와 의무에 따라 내 삶은 중심을 잃고 부유했다. '기쁨'보다 익숙한 것은 '압박'과 '불안'이었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잘 해낸 90%의 성공보다는 아쉬운 10%의 실패를 곱씹으며 후회하고 아쉬워했다. '지금 여기'에서 기뻐하지 못하고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며 맘편히 머무르지 못했다. 고통의 언저리에서 필연적으로 직면을 만났다. '시시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나 다움'으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습관적인 패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런 자기검열이 때때로 고개를 들며 스스로를 망설이게 했다. "이건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이번 독서는 그런 나였기에 더욱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신껏 나다운 삶을 살아가라는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다. "당신은 이기적인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라고.

이 책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는 '자기다운 삶'을 권한다. 세상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걷지 말고 스스로의 길을 직접 개척해나가기를 권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상 더더욱 그렇다.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 회사를 위해, 모임을 위해 소신과 취향과 신념을 내려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식의 삶은 자기희생으로 이어지며 결국 스스로를 행복과 기쁨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 삶의 주도권을 내어줄 것인가, 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갈 것인가. 저자는 이처럼 삶의 주도권을 획득하기 위한 5단계의 과정을 '높이뛰기'에 비유하여 제시한다. ‘준비 운동-도움닫기-발 구르기-공중 동작-착지’ 의 과정이 그것이다. 각 단계를 따라가며 자기독립의 이유와 목적, 문제점과 실천방법들을 제시한다. 자기독립의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조심해야 할 부분들도 함께 안내한다.

50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하고,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피할 뿐,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지금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를 '마음인식장애'라고 부릅니다.

54 나란 인간은 나의 조각가이면서 나로서 조각된 조각상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 못지않게 이런저런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나를 시험해봐야 합니다. 새로운 상황에서야 새로운 나의 모습이 드러나고,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마련입니다. ... 나를 알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흔히 자신을 설명할 때 객체로서의 자신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름, 성별, 키, 직업, 성격, 취미 등처럼 말이다. 물론 이들은 자신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더 큰 존재다. 객체로서의 '조각된 나'이기도 하지만 주체로서의 '조각가'이기도 하다. 나라는 조각을 조각하는,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의 조각가다. 이를 떠올릴 때 우리의 시야는 확장된다. 더 이상 고정적 자기개념에 속박되지 않게된다. "내가 그렇지 뭐"같은 자조적 자기연민에 갇히지 않게 된다. 나는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으며, 최악의 순간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 삶의 주체로서 그렇게 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79 자기 혁명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절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통상적인 다른 해결 방법이 있다면, 혁명이 필요할 리 없습니다. 살아갈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돌파구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태까지 살아온 방식을 모두 버려도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절실한 상태여야 자기 혁명에 다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뭔가 제대로 잘못되었다'고 자각했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인생을 비관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반가운 자기혁명의 기회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당위'와 '인정'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잃어버리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성장과 도약의 기회가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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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NCS 통합 기본서 (PSAT+직업기초능력평가+직무수행능력평가)
으뜸취업적성연구소(이원영.심준.이현정)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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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국가직무능력표준이다. 개별 직업에서 요구하는 직무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코드화한 것으로, 2015년부터 다수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에서 적용되고 있다. 직무와 무관한 스펙 일변도의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구체적 업무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실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의 능력, 즉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다. 객관식시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입사를 희망하는 취준생이라면 당연히 열심히 준비해야 할 '시험'이다.

이 책은 삼일회계법인 삼일인포마인에서 출간된 2019년 대비 NCS통합 기본서다. 직접 읽고 풀어보니 '기본서'의 취지에 맞게 기술된 문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친절한 해설이다. 해설집은 분리형 책자로 제작되었는데 문제와 선지마다 충분힌 이유를 부연하고 있었다. 정답이 되는 이유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답이 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제한된 시간내에 빠르게 선택지를 소거해가야 하는 객관식 시험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친절하게 자세한 해설은 이 책의 분명한 장점이다. 둘째, 최근의 출제 경향을 적용했다. 특히 PSAT의 경향을 따랐다. 요즘의 NCS는 기존의 모듈형 문제에서 PSAT형 문제에 가깝게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니 PSAT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고, 특히 마지막 실전모의고사 3회의 경우에는 전 문항을 PSAT 기출문제로 구성했다. 최신 경향을 따른 문제 구성은 실전연습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셋째, 단계적 구성이다. 이 책의 메인 챕터인 2부 '직업기초능력평가'를 구성하는 10개의 영역은 모두 '포인트 이론'으로부터 시작된다. 각 능력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이론을 설명한 뒤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연습문제를 통해 실력을 다지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3회의 모의고사를 통해 최종점검을 하게 된다. 각 영역의 이해에서 연습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성이 실력을 점진적으로 키워가는데 알맞겠다는 생긱이 들었다.

NCS를 풀 때마다 느끼지만, 단순한 수험형 문제풀이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 적용이 가능한 문제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사소통, 수리, 문제해결, 자기개발, 대인관계, 조직이해 등으로 구성된 10개의 항목은 꼭 합격과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생활을 더욱 능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유용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아직 모든 문제를 다 풀어보지는 못했는데 책에 제안된 학습플래너를 따라 전 영역을 풀어볼 계획이다.

초심자를 위한 기본서다. NCS가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해나갈 것인지의 윤곽과 방향을 잡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책에 제시된 학습 플래너는 20일 혹은 10일 완성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NCS의 기초를 다지고, 실전연습을 위한 문제집으로 넘어간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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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 너무 많은 생각이 당신을 망가뜨린다
닐스 비르바우머.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오공훈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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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러려던게 아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때리고 말았다. 또, 멍을 때렸다. 나는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을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마지막으로 책을 훑어보던 중 3년 전의 어느 날로 불쑥 끌려들어갔다. 저자의 전작 <뇌는 탄력적이다>를 처음 읽었던 수원의 한 도서관이다. 거기서 만났던 친구들, 대화들, 사건들에 빠져있던 나는 문득 고개를 빠르게 두차례 흔들고는 지금 여기로 돌아왔다.

나는 생각이 많다. 책을 읽다가도, 공부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특정한 키워드를 타고 생각의 가지를 뻗으며 연상에 연상에 꼬리를 무는 백일몽에 빠지고는 한다. 때로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실패에 대한 후회와 자책, 미래의 문제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휩쓸려 눈앞의 현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와같은 성향에는 나름의 장점도 있긴 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불쑥 떠올린다든가, 한 번의 실패를 여러차례 곱씹음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 우선 피곤하다. 머리가 언제나 공회전상태에 있다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경향이 있다.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잠깐이면 마칠 일을 생각의 바다에 빠져 떠돌아다니느라 불필요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했다. 삶의 기쁨에 대한 문제도 있다. 과업의 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만족감이 떨어지고, 불필요한 걱정과 후회에 빠져 있느라 기뻐하지 못했다. 나의 '생각 많음'은 이래저래 삶의 '무거운 모래주머니'처럼 나를 힘들고 지치게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명상'이다. 생각을 비울 수 있다니, 그럼으로써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니, 나에게 꼭 필요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던대로 이론부터 익혔다.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이론과 효과에 대해서 지식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내 직접 명상을 시작하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생각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생각이 많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생각이 많았다. 집중의 열차는 호흡이라는 선로로부터 생각이라는 오경로로 쉴새없이 이탈을 거듭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 생각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텅 빈 상태'를 다룬 다채로운 이야기

지난 1년간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우고 실천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생각은 명료해지고 목표는 분명해졌으며 무의미한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길이 멀지만 명상과 함께 더 중심잡힌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의지만큼은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말이지 반가운 책을 만났다.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이다. <뇌는 탄력적이다>에서 뇌가소성의 방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닐스 비르바우머의 공저다. 저자는 표지에서 "너무 많은 생각이 당신을 망가뜨린다"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생각을 비운 '텅 빈 상태'가 열어주는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텅 빈 상태'의 뇌과학적 특징을 설명하고 니체가 말한 '디오니소스적 황홀경'과 비유하기도 하며, 명상과 종교적 체험에서의 상태와도 비교하며, 음악과 섹스를 연결하기도 한다. '텅 빈 상태'를 향한 전방위적 탐구는, 하나의 테마를 바탕으로 한 여행과 같이 흥미롭고 유익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텅 빈 상태'

125 백일몽으로부터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백일몽으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 목표 달성에 바해가 되기 때문이다. ... 백일몽은 힘겨운 일상에서 원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휴식이 아니라 불안과 혼란이 발생하는 진앙지 노릇을 할 때도 있다. 혹은 선불교에서 자주 말하듯이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튀는 정신' 즉 생각이 지그재그 방향으로 허우적거리도록 조장해 일상사를 효과적으로 마치는 데 커다란 방해가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텅 빈 상태'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비교한 부분이었다. DMN은 겉보기에는 텅 빈 듯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상태다. 백일몽이다. 앞서 내가 경험했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서 부유하던 상태다. 이 경우 얼핏 휴식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몸이 쉴 뿐이지 머리는 계속해서 생각이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업무와 관계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지며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 역시 '명상'을 하겠다고 자세를 잡았으면서도 실은 DMN에 빠져있었던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작업을 몸으로 실천하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눈을 감고 걱정과 불안에 빠져있던 시간들은 오히려 명상을 불신하거나 회피하게 만들기도 했다. DMN과 '텅 빈 상태'의 구분은 앞으로 명상에 임하는데 있어서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기왕 쉴거라면 제대로 쉬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음악'과 '텅 빈 상태'

218 직업 음악가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명상을 하는 사람들과 유사한 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한편으로 저주파 세타파와 알파파가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 부드럽게 물결치는 바다에서 뇌 전기의 과잉 활동이라는 작은 섬이 튀어나왔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암악가가 고도로 집중하며 연주하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할 때 명상을 하는 것과 유사한 뇌활동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저자는 9장에서 '리듬 혹은 그루브의 미학'이라는 제목 아래 음악과 리듬이 우리를 '텅 빈 상태'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명상을 할 때 기분이 좋다. 그리고 피아노를 칠 때 역시 기분이 좋다. 하지만 두 가지의 느낌을 연결해서 떠올려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카타르시스 내지는 감정적 자기인식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러고보니 피아노에 한참 흥미를 느낄때는 '나 자신'을 잊고는 한다. 좋아하는 일부 음악을 듣고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치 명상에 깊이 빠져들었을 때 처럼 말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했던 '레빈의 풀베기'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몰입의 행복'도 생각났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어떤 리듬'으로 연주할 것인지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나의 '텅 빈 상태'를 위하여

113 어떤 이는 텅 빈 상태를 느낀 뒤에 "연료가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밝힌다. 또 어떤 이는 텅 빈 상태로부터 창의적인 충동과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고 말한다. 아울러 명상을 하면 이와 비슷한 방향의 이득을 얻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한 해 명상으로 부터 선물받은 두 가지가 바로 '지혜'와 '에너지'다. 깊은 후회와 자책과 불안과 걱정에 빠져있다가도, 깊은 명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난 뒤에는 그것을 딛고 나아가야겠다는 용기를 얻고는 했다. 상대와 나 자신과 상황을 이해하며 수용하는 관점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해야겠다는 에너지도 샘솟고는 했다. 올해도 그 이상의 지혜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경계하기로 한다. '텅 빈 상태'를 기대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 명상의 역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저 하기로 한다.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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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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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상 가급적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 소재들이 있다. 이를테면 종교나 정치같은 것들 말이다. 각자의 소신이 너무나 뚜렷하여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 자칫 논쟁이 과열되어 서로의 감정과 관계가 상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정치적 대화를 조심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정치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의 중요한 한 가지 목적이 '소통'과 '교감'과 '이해'라면 '정치'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소재다. 정치적 판단의 기저에는 '인간'은 누구이고 '삶'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면의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면으로 꺼내어 가감없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진실하게 소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이해와 성장을 위해서라면 정치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화의 소재라고 나는 믿는다. 단, 스스로와 상대방을 위한 '관용'과 '열린마음'이 전제되어 있어야 할테지만 말이다.

이 책 <좋은 정부>는 우리 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책이다. 오늘날의 정부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분명하게 비판하고 E-Wave의 흐름과 함께 내일의 정부가 맞이할 변화를 다룬다. 그 모든 과정에서 '좋은' 정부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요소들을 짚어본다. 모두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좋은' 정부를 꿈꾼다. 문제는 '좋은'에 대한 견해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의 공공선을 위해서 '좋은' 정부는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지의 문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인 저자가 말하는 '좋은' 정부의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다. 더군다나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쓴다니, 저자의 주장을 부연하는 철학적 과학적 근거들은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지 기대감도 생겼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헛되지 않았다. 저자가 제안하는 '좋은 정부'의 줄기를 따라가며 나타나는 정치학적, 행정학적, 인류학적, 뇌과학적, 통계학적 소재들은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배움'과 '재미', 두 가지 부분에서 충분히 기쁜 읽기였다.

130 정부 관료에게 영혼이 없다는 것은 부분적 관찰일 뿐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다. 하버드 같은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잘한 학생들도 영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틀 속에서 순한 양처럼 자라서 진리를 향하고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하지 못한다.

136 공무원은 인간이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예 외면하고 일한다. 조직과 윤리가 뭐라고 하는 막스 베버는 알아야겠지만, 더 나아가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심리학, 인지심리학 차원에서 꾸미는 힘, 디지그노를 알아야 한다. 상황 맥락을 좀 더 잘 파악하고, 기미가 음식의 맛을 더한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공감과 이타심이 생긴다. 환경 친화적이고 윤리적인 마음을 지녀야 하고, 천천히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서 공직자가 가져야할 '철학'을 짚어본다. '철기시대만도 못한 관료 문화' 속에서 유기체라기보다는 무기물에 가까운 태도로 직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일부 공직자들을 비판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 의미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없이 오로지 '관료 조직의 원칙'만을 바라보고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을 '영혼 없는 무기물'에 빗댄다. 공직자임과 동시에 '사람'으로서 어떤 철학과 삶의 태도를 가질 것인지, 어떤 '자아'를 다듬어 나갈 것인지, 어떤 '직업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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