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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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상 가급적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 소재들이 있다. 이를테면 종교나 정치같은 것들 말이다. 각자의 소신이 너무나 뚜렷하여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 자칫 논쟁이 과열되어 서로의 감정과 관계가 상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정치적 대화를 조심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정치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의 중요한 한 가지 목적이 '소통'과 '교감'과 '이해'라면 '정치'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소재다. 정치적 판단의 기저에는 '인간'은 누구이고 '삶'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면의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면으로 꺼내어 가감없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진실하게 소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이해와 성장을 위해서라면 정치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화의 소재라고 나는 믿는다. 단, 스스로와 상대방을 위한 '관용'과 '열린마음'이 전제되어 있어야 할테지만 말이다.

이 책 <좋은 정부>는 우리 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책이다. 오늘날의 정부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분명하게 비판하고 E-Wave의 흐름과 함께 내일의 정부가 맞이할 변화를 다룬다. 그 모든 과정에서 '좋은' 정부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요소들을 짚어본다. 모두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좋은' 정부를 꿈꾼다. 문제는 '좋은'에 대한 견해가 각자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의 공공선을 위해서 '좋은' 정부는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지의 문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인 저자가 말하는 '좋은' 정부의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다. 더군다나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쓴다니, 저자의 주장을 부연하는 철학적 과학적 근거들은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지 기대감도 생겼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헛되지 않았다. 저자가 제안하는 '좋은 정부'의 줄기를 따라가며 나타나는 정치학적, 행정학적, 인류학적, 뇌과학적, 통계학적 소재들은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배움'과 '재미', 두 가지 부분에서 충분히 기쁜 읽기였다.

130 정부 관료에게 영혼이 없다는 것은 부분적 관찰일 뿐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다. 하버드 같은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잘한 학생들도 영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틀 속에서 순한 양처럼 자라서 진리를 향하고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하지 못한다.

136 공무원은 인간이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예 외면하고 일한다. 조직과 윤리가 뭐라고 하는 막스 베버는 알아야겠지만, 더 나아가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심리학, 인지심리학 차원에서 꾸미는 힘, 디지그노를 알아야 한다. 상황 맥락을 좀 더 잘 파악하고, 기미가 음식의 맛을 더한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공감과 이타심이 생긴다. 환경 친화적이고 윤리적인 마음을 지녀야 하고, 천천히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서 공직자가 가져야할 '철학'을 짚어본다. '철기시대만도 못한 관료 문화' 속에서 유기체라기보다는 무기물에 가까운 태도로 직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일부 공직자들을 비판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 의미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없이 오로지 '관료 조직의 원칙'만을 바라보고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을 '영혼 없는 무기물'에 빗댄다. 공직자임과 동시에 '사람'으로서 어떤 철학과 삶의 태도를 가질 것인지, 어떤 '자아'를 다듬어 나갈 것인지, 어떤 '직업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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