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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여러분의 '최고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생각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에 자신이 와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기억을 상기시켜 보세요. 그곳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떠올려보세요. 입가에 미소가 지어 지시나요? 마음이 가벼워짐이 느껴지시나요? 몸의 긴장이 풀어지며 편안해짐이 자각되시나요? 상상의 세계속에서 무엇이 보이시나요? 무엇이 들리시나요? 향기는 어떤가요? 몸으로 경험했거나 촉각과 관련된 기억은 무엇이 있나요? 이 모든 감각을 생생히 떠올렸을 때 여러분의 기분은 어떤가요? 이 모든 과정의 전후로, 여러분 스스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아무래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친밀함과 관대함과 여유와 자신감같은 것들이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을 떠올렸을 때, 제 안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과 감각과 감정이 맞물리면서 말입니다. 우리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 '의미'를 자각하기 시작했을 때 '공간'은, 다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주게 될까요?
책 <힐링스페이스>의 저자 에스더 M.스턴버그는 워싱턴주립대학교 교수를 거쳐 26년간 미국국립보건완과 국립보건완 산하 국립정신보건원에 재직했으며 현재 애리조나주립대학 의학 및 심리학과 겸직교수로 재직중인 정신건강 전문가입니다. 셀cell에 발표한 논문<신경과학과 건축, 공통의 토대를 찾아서>를 통해 '신경건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시작을 알린 바 있습니다. 의학과 심리학의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강'과 '공간'을 연결합니다.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공간이 우리의 건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향을 모색합니다. 개인적으로 '뇌'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호기심 때문입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언제나 신비롭고 즐겁습니다. 책 <힐링스페이스>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뇌'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그것을 '공간'과 연결시켜 탐구하는 책은 처음 만나봤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책은 '공간'과 '감각'과 '뇌'의 유기적 작용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저자의 전문지식이 십분 발휘되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117 신경세포들 중 절반은 리듬감각을 측정하는 뇌의 부위로 곧바로 가고, 나머지는 뇌의 다양한 감정중추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소리는, 특히 음악은 여러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136 음악이 스트레스를 풀어줄 때, 심장박동의 변동성은 아드레날린이 이끄는 교감 패턴에서 좀 더 변화하기 쉬운 부교감 긴장완화 반응의 패턴으로 변화한다.
목차를 살펴볼까요?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치유가 시작되는 곳, 당신의 머릿속'에서 공간을 만났을 때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다룹니다. 시각, 청각, 후각과 촉각등 우리의 핵심감각들이 발화되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작용들을 살펴봅니다. 음악을 들었을 때 일어나는 심장박동과 감정의 변화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분전환을 위해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책에서 배운 음악의 효과들을 기억함으로써 더욱 즐겁고 유용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이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감염과 싸우는 면역세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이 글을 마치고 나면 저의 감정과 건강과 치유를 위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 들어볼 생각입니다.
한편 '2부-공간과 기억이 빚어내는 마술'에서는 1부에서의 원리를 넘어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공간'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공간'을 '기억'과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특히 '길찾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약간 길치거든요.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길을 찾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랜드마크'이고, 또 하나는 '기준선'입니다. 전자는 주요 건물을 중심으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고 후자는 선과 방향을 따라 길을 찾는 것입니다. 보통 여성들은 랜드마크를, 남성들은 기준선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과 정반대로 안내를 받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성에게는 큰 건물을 중심으로 길을 안내하고, 남성에게는 선과 방향을 중심으로 길을 안내하는 것도 유용한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길을 찾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기준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길치탈출에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길을 떠올려보니 머릿속으로 한결 매끄럽게 지도가 그려지기도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익한 배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힐링스페이스를 찾아서'에서는 본격적으로 '치유'와 '공간'을 연결합니다. 산티아고 순례 등 공간과 치유가 만난 극적인 사례들을 만나보고 범사회적 관점에서 '신경건축학'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방안을 모색합니다. 책의 말미에는 오염된 식수와 콜레라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어 공중보건에 혁신적인 기여를 한 '존 스노'의 사례에서 출발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는데요, '전 지구적'건강이 문제라고 역살하는 저자의 주장을 만나보며 요즘의 코로나 사태를 예언한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공중보건과 인류건강을 향한 저자의 깊은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파트였습니다.
316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에서는 약을 투여받는다고 믿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었고, 선조체에서는 움직임을 관장하는 부분과 보상에 대한 기대를 관장하는 부분 모두에서 도파민의 양이 증가했다. 무언가가 치유해줄 거라는 기대가 약물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킨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317 플라시보의 경우에 보상경로를 작동시키는 것은 치유에 대한 '기대'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더 많아지고, 보상중추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트는 '플라시보'를 다룬 파트였습니다. 플라시보란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짜 약'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많이들 이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플라시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경험'을 넘어 '기술'로서 관측할 수 있게된 덕분에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바로 PET촬영을 통해 관측된 결과입니다. 푸엔테페르난데스 팀은 방사성 추적자를 이용해 도파민 또는 플라시보를 투여한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 약을 투여받는다고 '믿은'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었습니다. '믿음'이 '반응'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긍정의 힘'을 과학적 관측을 통해서 확인했다는 실험결과는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탓하기에 앞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태도부터 정돈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긍정과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염세와 냉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뭇 다를 것이며, 무엇보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개인적으로 '뇌'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것을 '공간'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기회는 적었습니다. 다만 <힐링 스페이스>의 책장을 덮자마자 떠오르는 책이 있었는데요, 바로 <오픈포커스 브레인>이라는 책입니다. 저와 저의 명상에 큰 영향을 준 책입니다. 역시 '공간'을 다루지만 그보다 세상을 인식하는 '관점'과 '주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세상을 하나의 '텅 빈 공간'으로 인식하는 '오픈포커스 명상'이라는 것을 제안하는데요, 이 때 뇌에서 알파파가 발생함과 동시에 뇌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동조적 반응이 활성화되어 건강과 치유의 효과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불안'을 다루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명상입니다. <힐링스페이스>에도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3 이처럼 우리는 자신을 위한 치유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바쁜 삶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작은 섬을 만들 수 있다.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신경 건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나본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흥미롭습니다. 전문가의 풍부한 지식과 사례가 담겨있어 배움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뇌'와 '공간'과 '건강'과 '치유'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뇌'와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고 믿는 분들께도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사태와 더불어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와 공간을 어떻게 건강하고 활력있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분께도 마찬가지로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