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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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정말이지 막막한 학문이었습니다. 모형과 수식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현실의 모습과 동떨어져있는 것 같았죠.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려했던 경제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동기와 흥미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불편한 숫자와 생소한 수식들의 향연은 거부감을 더했습니다. 경제학을 향한 반사적 거부감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사'를 만나고 난 뒤였습니다. 세계경제의 역사를 다룬 <커맨딩 하이츠>라는 다큐맨터리를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고, 대공황이라는 전세계적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경제'론자와 '시장경제'론자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바라보며 '경제학'이라는 것이 결코 현실과 괴리된 수식속의 이야기가 아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감정적 거부감의 장벽을 허물고 난 뒤로 경제학은 저에게 한껏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쉬워졌다는 말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연애가 늘 쉽기만한 것은 아닌것처럼 말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책 속의 학문, 이보다 '철학'을 향한 선입견을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학부시절 큰 마음을 먹고 수강했던 철학수업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죠. '학문을 위한 학문', 내지는 '이론을 위한 이론'으로 느껴졌습니다. 재미는 없었고 공부하기도 어려웠죠. 그랬던 제가 철학을 향한 관점을 바꾸게 된 것은 그것을 '삶'과 연결시키는 경험을 하고난 뒤였습니다. 경제학의 그것과 비슷한 체험이죠. 삶의 흥미를 잃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것이 다 무의미하다는 염세주의, 허무주의에 빠졌었죠. 느닷없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겁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닿아있고 개인적인 논리가 그것을 지지했겠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니체'를 만났습니다. 이진우교수님이 강연한 <EBS 인문학 특강-니체, 신이 죽은 시대를 말하다>를 시청하게 된 것입니다. 니체는 '신'이라는 절대적 질서가 무너진 뒤 필연적으로 허무주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목적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해 니체가 제안한 삶의 방향성과 인간향이 바로 니체 철학의 정수입니다. 종교를 믿어왔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목적과 가치와 믿음을 갖고 살아오던 어느 날 그것을 상실한 뒤로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더는 점에서 마치 저를 향해 전하는 메세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이진우교수님의 저서를 비롯 니체철학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다시금 삶의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큰 의지와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책 속의 학문이기는 커녕, 철저히 삶과 맞물려 있는 실용적이며 본질적인 학문이었던 것이죠.

<틸리 서양철학사>가 가진 장점은 '맥락'과 '흐름'입니다. 철학자와 철학자를 연결하고, 철학자와 철학사상을 연결하는 '맥락'과 '흐름'입니다. 책은 짧은 제목이 의미하듯 서양철학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인 '프랭크 틸리'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친 철학 교수입니다. 이 책은 1914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개정을 거쳤는데, 20세기 전반에 걸쳐서 미국 각 대학의 철학 및 역사학 분야에서 꾸준히 교과서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여타의 다른 철학사 책들에 비해 '객관성'과 '공정성'측면에서 대중과 학계의 인정을 받고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직접 책을 읽어보니 무슨 '객관성'과 '공정성'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해석보다는 '사실'과 '논리'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소 자극적인 맛은 없습니다. 요즘에 나오는 책들은 철학서라고 하더라도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장치들이 보이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죠. 하지만 그래서 재미가 없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논리'가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단편적 사실을 '연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유구한 철학의 역사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개연성'의 재미가 있습니다. 독립된 책 속의 이론인줄 알았던 철학이론이 철학자 개인의 기질과 당대의 사회, 문화적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발견'의 재미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지적활동의 재미'가 풍부한 책입니다. 철학자, 철학이론, 후대 철학자로 이어지는 맥락과 흐름의 변주속에서 벌어지는 '지적 활동의 재미' 말입니다.

책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의 그리스철학에서부터 출발하여 중세철학, 근대철학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흄, 라이프니츠, 칸트, 니체, 벤담, 밀,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이 등장하고 최근의 인물로는 윌리엄 제임스, 듀이 등도 다룹니다. 즉 서양철학의 시작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꼼꼼하게 다룹니다. 824페이지의 분량이 말해주듯 다루는 내용은 상당히 방대합니다. 다만 범주 자체가 워낙 넓기에 철학자 개인에 할당된 분량이 한정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전반적인 철학의 흐름을 살펴보고, 흥미가 생기는 철학자를 쫓아서 깊게 파고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흥미로운 개별 철학자를 기준으로 앞뒤의 흐름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것도 흥미로운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후자의 방식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기준점은 역시 '프리드리히 니체'였죠.

629 니체는 인간이 서로에 대한 모든 존경을 상실하며 아울러 매우 무시무시한 역사적 결과들을 안을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므로 니체는 인간 자신의 존엄성에 대한 인간의 느낌을 회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하는 일을 수립했다. ... 그는 과학주의적 정신에 경도된 우리의 시대가 신적 계시에 대한 생생한 신념을 상실할 때 완전한 "허무주의"의 위험에 빠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630 인간이 욕구하는 바는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상태의 고양, 더 큰 권력이다. ... 인간은 더 큰 권력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쾌락을 희생하고 고통을 짊어진다.

니체 개인의 역사는 이미 충분히 알아본 바 있습니다. 니체의 철학은 니체의 삶과 떨어트려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의 삶은 그의 철학에 대한 진정성을 납득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철학을 철학사와 연결하여 생각할 생각은 다소 못해본 것 같습니다. 특히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연결해서 공부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정도만 알았지 철학사적 '흐름'과 '맥락'에 주목할 생각은 못했었죠.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받아들이던 니체가 그것을 어느 지점에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전환시켰는지를 짚어보고 나니, 그 '전환'이라는 사상적 번뜩임의 시점에서 니체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흥분되지 않았을까요? 니체가 강조했던 것처럼 '고양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비할 수 없는 '위버멘쉬'그 자체이지 않았을까요? 한편으로 '저' 역시 철학자는 아니지만 나름의 역사와 서사를 갖고있는 개인으로서, 나에게 선한 영향을 전해주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고마움'을 가져야겠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전할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 철학부터 최근의 실증주의적 경향까지, 서양철학의 역사적 흐름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오랫동안 교과서로 채택받을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에 있어서 인정받고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지적사고'의 재미와 함께 '맥락'과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며 서양철학의 역사를 짚어보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본문에서 언급했던 이진우교수님의 니체강의는 아래 링크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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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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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삶은 무의미했고, 세상은 부조리했고, 타인은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했으며, 나 자신은 무능하고 무력하고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인에 기대지 못하며,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이 머물만한 공간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바라보기엔 분주하게 무언가를 찾아다니는듯 보였겠지만,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그것은 회피였습니다. 자신으로부터의 도피였습니다. 긴 방황을 지나 '배움'이라는 교량을 건너며 마침내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으로부터 도망친 사람은 결코 낙원에 이를 수 없음을 말입니다. 나의 불완전함과 모순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불완전함과 모순으로부터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음을 말입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는것입니다. 

책 <나의 기억을 보라>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기억'을 담은 책입니다. 15세 때 처음 엘리 위젤을 만나 20대와 30대까지 학생과 조교로서 곁에서 일상을 함께한 '아리엘 버거'가 기록한 스승의 삶입니다. 그렇다고 '전기'같은것은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기억'입니다. 학교와 일상에서 위젤교수와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며 배우고 성장해나간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엘리 위젤이 수업과 대화에서 강조했던 삶의 핵심가치들이 구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사상을 담고 있기에 의미있고 일상의 형식을 띄고 있기에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재미와 의미가 뿜어내는 기분좋은 고양감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눈에 힘을 주고 입가에 미소를 띄고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렇다면 '엘리 위젤'은 누구일까요? 도대체 그가 누구길래 우리가 그의 생각과 기록을 만나는 것이 의미있을까요? 그는 유대인입니다. 왼팔에는 문신이 있죠. 수감자번호 A-7713.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입니다. 1944년 5월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15세였습니다. 그곳에서 어머니와 세 여동생이 살해당했고 아버지마저 해방을 앞두고 사망했습니다. 종전 후 프랑스의 고아원으로 보내진 그는 소르본 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했고 1976년부터 보스턴 대학교 인문학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세계 각지의 폭력과 차별에 맞서 인권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됩니다. 지옥의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었고 평생을 인권운동에 헌신한 엘리 위젤은,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졌을까요? 야만의 시대를 지나온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그는 무엇을 제시했을까요? 바로 '기억'입니다. 다름아닌 '기억'입니다.

50 그는 그렇게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과거를 확인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위젤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

148 "키에르케고르는 신앙이란 잃었다가 다시 찾아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여기서 '잃다'라는 말을 '상처'로 바꾸고 싶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경건파의 한 스승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상처 입은 마음만큼 온전한 마음은 없다.' 나는 상처 입은 신앙만큼 온전한 신앙은 없다고 믿습니다."

기억이라니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가 기억을 말하다니요. 생각만해도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잊거나 회피하고 싶은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복수와 응징을 바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억을 말합니다. 기억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오히려 망각이야말로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 망각을 통해 노예가 되는걸까요? 누구나 살면서 마음같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실패하고 좌절할 때면 무력감과 자책감을 느낍니다. 최악의 경우 자기혐오에 빠질수도 있습니다. 분노는 자신만을 향할까요? 타인을 향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분노가 한 개인을 넘어 사람과 관계를 향한 근본적인 회의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고립된 사람은 무력감에 빠집니다.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것은 물론이거니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지죠.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존재하지만, 함정에 빠진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노예'라는 호칭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은 다릅니다. 상황을 이해하게 하고 자신을 돌보도록 만들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통해 우리가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24 "교수님, 홀로코스트 이후에 교수님을 지탱해준 건 무엇인가요?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버티실 수 있었나요?"
 위젤 교수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배움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나는 탈무드의 한 페이지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그만 공부가 중단되었지요. 전쟁이 끝난 후 나는 프랑스에 있는 어느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제일 먼저 사람들에게 부탁한 일이 바로 내가 공부하던 것과 똑같은 탈무도 책을 구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중단되었던 바로 그 페이지, 그 줄, 그 지점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배움이 나를 구원한 것입니다."

24페이지의 인용문은 읽는 순간 저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마음 속 한켠에서 팝업창처럼 띄워져 있었습니다. 배움이 한 소년을 구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문 밖을 나가면 '배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무드의 한 페이지를 읽다 말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구절이 소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이 한 문장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부끄럽고 창피해졌습니다. 당연히 존재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존재하는 내가 아니죠. 당연히 존재하는 문장이 아니며, 당연히 존재하는 여백이 아닙니다. 그렇게 소중함의 필터로 바라본 세상은 1초 전의 그것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잊어버릴 것입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요. 망각을 통해 노예가 되겠죠. 하지만 우리에겐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을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으며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팝업창 한 켠에 계속해서 엘리 위젤의 문장을 띄워놓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삶이라는 책의 어떤 페이지를 읽다 말았는지, 그 다음 페이지는 어떤 의미와 재미를 담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호기심과 설렘의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85  "윌리엄 포크너는 노벨 문학상 수락 연설에서, 정말 글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주제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런 모습이 겉으로도 드러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가진 수많은 모습을 설령 모순투성이라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그들이 가진 모든 모순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무력감과 자기혐오를 넘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것이 그 시절의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너'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판단하고 비난하던 긴 시간동안, '너'역시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해왔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내가 바라본 나 역시, 나에게 있어 하나의 타인으로 자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이 있고, 우리 곁의 누군가를 향한 의무가 있습니다. '나'와 '너'와 '우리'의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모든 투박함을 '배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끝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와 '너'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타고 서로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멋진 기억'과 '소중한 추억'은 덤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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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NCS 통합 기본서 (PSAT+직업기초능력평가+직무수행능력평가)
미래교육센터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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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것이 NCS입니다. NCS는 직무능력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스펙쌓기를 개선하고,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도입된 국가직무능력표준입니다. 특히나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치뤄야 할 관문입니다. 불필요한 스펙쌓기를 개선한다고 해서 준비를 소흘히해도 되는 것은 아니겠죠.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준비기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만큼, 알차고 실속있게 대비할 수 있는 교재가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삼일인포마인에서 출간된 <NCS 통합기본서(2020)>준비를 위한 통합서입니다. 총 736페이지로 꽤나 두꺼운 분량으로 이루어진 책인데요, 그만큼 문제풀이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알아야 할 전반적인 내용들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습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에서는 NCS에 대한 기초적인 소개를 합니다. NCS란 무엇인지, 서류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필기전형은 기업별로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면접의 경우 평가요소와 평가방식이 무엇인지, NCS가 적용되는 공공기관에는 어떤것들이 있는지, 취업정보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는 어디인지 보여줍니다. 

2부는 이 책에서 가장 두꺼운 분량을 담고 있습니다. NCS대비의 핵심요소인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수행능력평가' 문제들이 수록된 챕터입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직업기초능력평가' 파트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각 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풀이하기에 앞서서, 두페이지 분량의 '마인드맵'으로 소개하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도표와 그림 중심의 마인드맵으로 10가지 기초능력과 세부학습모듈을 접하고 나니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직무능력평가 풀이 본문의 경우 포인트이론-대표기출유형-연습문제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해결능력'과 '수리능력'이 취약한 편인데요, 이론과 풀이를 통해 많이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해설의 경우도 담백하고 직관적이서 실전중심형 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부에서는 서류전형에서 인성검사와 면접전형까지, 공공기관 취업을 위한 전반적인 준비단계를 설명합니다. 채용공고문을 확인하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유의점과 절차를 소개합니다. 인성검사 예시문항과 면접 문항의 예시 및 채점기준을 알려줍니다. 문제풀이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절차를 꼼꼼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친절했습니다. 

마지막 4부는 3회분의 실전모의고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며 NCS를 대비하려는 취준생을 위한 친절한 입문서입니다. 그림과 도표를 통해 10가지 '직업기초능력평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책 한 권으로 '직업기초능력평가'를 비롯한 공공기관취업의 전체적인 과정과 팁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했습니다.

주요 3개 영역의 경우 저자직강 문제풀이 동영상을 무료로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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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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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최고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생각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에 자신이 와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기억을 상기시켜 보세요. 그곳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떠올려보세요. 입가에 미소가 지어 지시나요? 마음이 가벼워짐이 느껴지시나요? 몸의 긴장이 풀어지며 편안해짐이 자각되시나요? 상상의 세계속에서 무엇이 보이시나요? 무엇이 들리시나요? 향기는 어떤가요? 몸으로 경험했거나 촉각과 관련된 기억은 무엇이 있나요? 이 모든 감각을 생생히 떠올렸을 때 여러분의 기분은 어떤가요? 이 모든 과정의 전후로, 여러분 스스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아무래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친밀함과 관대함과 여유와 자신감같은 것들이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을 떠올렸을 때, 제 안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과 감각과 감정이 맞물리면서 말입니다. 우리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 '의미'를 자각하기 시작했을 때 '공간'은, 다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주게 될까요?

책 <힐링스페이스>의 저자 에스더 M.스턴버그는 워싱턴주립대학교 교수를 거쳐 26년간 미국국립보건완과 국립보건완 산하 국립정신보건원에 재직했으며 현재 애리조나주립대학 의학 및 심리학과 겸직교수로 재직중인 정신건강 전문가입니다. 셀cell에 발표한 논문<신경과학과 건축, 공통의 토대를 찾아서>를 통해 '신경건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시작을 알린 바 있습니다. 의학과 심리학의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강'과 '공간'을 연결합니다.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공간이 우리의 건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향을 모색합니다. 개인적으로 '뇌'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호기심 때문입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언제나 신비롭고 즐겁습니다. 책 <힐링스페이스>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뇌'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그것을 '공간'과 연결시켜 탐구하는 책은 처음 만나봤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책은 '공간'과 '감각'과 '뇌'의 유기적 작용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저자의 전문지식이 십분 발휘되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117 신경세포들 중 절반은 리듬감각을 측정하는 뇌의 부위로 곧바로 가고, 나머지는 뇌의 다양한 감정중추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소리는, 특히 음악은 여러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136 음악이 스트레스를 풀어줄 때, 심장박동의 변동성은 아드레날린이 이끄는 교감 패턴에서 좀 더 변화하기 쉬운 부교감 긴장완화 반응의 패턴으로 변화한다.

목차를 살펴볼까요?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치유가 시작되는 곳, 당신의 머릿속'에서 공간을 만났을 때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다룹니다. 시각, 청각, 후각과 촉각등 우리의 핵심감각들이 발화되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작용들을 살펴봅니다. 음악을 들었을 때 일어나는 심장박동과 감정의 변화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분전환을 위해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책에서 배운 음악의 효과들을 기억함으로써 더욱 즐겁고 유용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이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감염과 싸우는 면역세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이 글을 마치고 나면 저의 감정과 건강과 치유를 위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 들어볼 생각입니다. 

한편 '2부-공간과 기억이 빚어내는 마술'에서는 1부에서의 원리를 넘어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공간'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공간'을 '기억'과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특히 '길찾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약간 길치거든요.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길을 찾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랜드마크'이고, 또 하나는 '기준선'입니다. 전자는 주요 건물을 중심으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고 후자는 선과 방향을 따라 길을 찾는 것입니다. 보통 여성들은 랜드마크를, 남성들은 기준선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과 정반대로 안내를 받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성에게는 큰 건물을 중심으로 길을 안내하고, 남성에게는 선과 방향을 중심으로 길을 안내하는 것도 유용한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길을 찾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기준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길치탈출에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길을 떠올려보니 머릿속으로 한결 매끄럽게 지도가 그려지기도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익한 배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힐링스페이스를 찾아서'에서는 본격적으로 '치유'와 '공간'을 연결합니다. 산티아고 순례 등 공간과 치유가 만난 극적인 사례들을 만나보고 범사회적 관점에서 '신경건축학'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방안을 모색합니다. 책의 말미에는 오염된 식수와 콜레라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어 공중보건에 혁신적인 기여를 한 '존 스노'의 사례에서 출발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는데요, '전 지구적'건강이 문제라고 역살하는 저자의 주장을 만나보며 요즘의 코로나 사태를 예언한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공중보건과 인류건강을 향한 저자의 깊은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파트였습니다.

316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에서는 약을 투여받는다고 믿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었고, 선조체에서는 움직임을 관장하는 부분과 보상에 대한 기대를 관장하는 부분 모두에서 도파민의 양이 증가했다. 무언가가 치유해줄 거라는 기대가 약물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킨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317 플라시보의 경우에 보상경로를 작동시키는 것은 치유에 대한 '기대'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더 많아지고, 보상중추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트는 '플라시보'를 다룬 파트였습니다. 플라시보란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짜 약'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많이들 이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플라시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경험'을 넘어 '기술'로서 관측할 수 있게된 덕분에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바로 PET촬영을 통해 관측된 결과입니다. 푸엔테페르난데스 팀은  방사성 추적자를 이용해 도파민 또는 플라시보를 투여한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 약을 투여받는다고 '믿은'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었습니다. '믿음'이 '반응'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긍정의 힘'을 과학적 관측을 통해서 확인했다는 실험결과는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탓하기에 앞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태도부터 정돈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긍정과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염세와 냉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뭇 다를 것이며, 무엇보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개인적으로 '뇌'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것을 '공간'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기회는 적었습니다. 다만 <힐링 스페이스>의 책장을 덮자마자 떠오르는 책이 있었는데요, 바로 <오픈포커스 브레인>이라는 책입니다. 저와 저의 명상에 큰 영향을 준 책입니다. 역시 '공간'을 다루지만 그보다 세상을 인식하는 '관점'과 '주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세상을 하나의 '텅 빈 공간'으로 인식하는 '오픈포커스 명상'이라는 것을 제안하는데요, 이 때 뇌에서 알파파가 발생함과 동시에 뇌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동조적 반응이 활성화되어 건강과 치유의 효과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불안'을 다루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명상입니다. <힐링스페이스>에도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3 이처럼 우리는 자신을 위한 치유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바쁜 삶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작은 섬을 만들 수 있다.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신경 건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나본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흥미롭습니다. 전문가의 풍부한 지식과 사례가 담겨있어 배움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뇌'와 '공간'과 '건강'과 '치유'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뇌'와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고 믿는 분들께도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사태와 더불어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와 공간을 어떻게 건강하고 활력있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분께도 마찬가지로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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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헌법
이수천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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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투표 하셨나요?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선거, 그런데 과연 정말로 당연한걸까요? 당연하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바로 헌법 제24조 선거권 규정입니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라는 조문입니다. 모든 법에 우선하는 법,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한 줄의 조문 안에 제법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우선 '모든 국민'이라는 표현, 여기서 국민은 누구일까요? 대한민국 영토에 살고있는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외국인도 투표가 가능할까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투표일 현재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은 어떨까요? 실형을 선구받은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국민'에 대한 개념만 정리하면 끝일까요? '선거권'이라는 단어는 어떤 선거를 의미할까요?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직관적으로 떠오릅니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있고 지방의회의원도 있죠. 이러한 네가지 종류의 선거 모두, '국민'만 참여 가능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외국인이 참여 가능한 선거가 있습니다.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그렇습니다.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경과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등록된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죠. 헌법 조문의 중간부분, '법률이 정하는 바'라는 구절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일의 배후에, 우리에게 권리를 부여해주는 헌법이 숨어있습니다. 굳이 골치아프게 자세히 알 필요가 있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은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돌봐주지 않습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당연한 권리', '기본권'에 대해 알고있을 필요가 있자. 권리만 알아야 할까요? 의무도 알아야 합니다. 행정부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에 대해 알아둘 필요도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권리 의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논쟁하고 다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앎을 통해 우리에게 힘을 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헌법을 배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것을 떠나서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생소한 법조문을 암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연결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다면 말입니다.

책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헌법>은 이수천 강사님의 저서입니다. '이수천 상법'으로 유명하지요. 회계, 세무 공부를 해본 분이라면 잘 알고 계실겁니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상법강의로 유명한 저자가 이번에는 헌법책을 출간했습니다. 회계사로서의 저자를 이미 들어본 적이 있었던 저로서는 사실 좀 의아했습니다. 같은 법학이라고는 하지만 상법과 헌법은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을 살펴보며 유명강사이자 많은 베스트셀러 수험서를 집필한 경험이 있는 저자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담백한 구성과 간결한 해설, 직관적인 사례입니다. 책의 목차는 단순합니다.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헌법총칙,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의 통치구조, 그 밖의 제도, 부칙으로 이어집니다. 헌법 조문의 구조와 일치하죠. 책에는 모든 헌법조문이 다 실려있습니다. 각 챕터의 구성은 동일합니다. 조문을 소개하고, 조문의 의미를 해설하고, '생각해보기'를 통해서 간단한 사례를 짚어봅니다. 수험서 형식의 컴팩트한 구조죠. 따라서 헌법의 구조와 의미를 빠른 시간에 전체적으로 훑어보기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다수의 수험서를 집필해온 저자의 내공이 발휘된 컴팩트한 헌법 입문서라고 느껴졌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내용, 간단한 해설, 간단한 사례를 담고 있는 헌법 입문서입니다. 헌법의 구조와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권합니다. 이수첫닷컴( http://www.leesucheon.com/)을 통해서 강의와 함께 읽으실수도 있습니다. 3만원이면 18회차의 전체 강의를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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