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팩을 아시나요?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마린'이라는 유닛은 게임 초반에 뽑을 수 있는 기초유닛으로 공격력도 그리 강한편은 아니죠. 하지만 이 마린을 살인병기로 만들어주는 기술이 바로 스팀팩입니다. T를 눌러 스팀팩을 발동시키는 순간! 마린의 공격력과 이동속도는 강력해집니다. 효과가 지속되는 10초 남짓한 시간동안, 상대편 병력은 녹아내리기 시작하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스팀팩도 공짜가 아닙니다. 게임에서 흔히 HP로 표시되는,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강력한 전투력을 얻는 대신 생명력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죠. 갑자기 왠 게임 이야기냐고요? 저는 그동안 '이것'을 스팀팩과 같이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대신 '생명력'을 소모하는 신체기술!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의 힘, 그러나 만만치 않은 대가
왜 그렇게 생각해왔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참 많은 사람입니다. 과제를 앞두고 늘 압박을 받습니다. 높은 성과를 이루고 싶은 완벽주의,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식, 불쑥불쑥 아이디어는 떠오르지만 쉽사리 정돈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머릿속,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외부의 변수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리고는 합니다. 때로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에 짓눌려 스스로 완전히 압도되기도 하죠. 이럴 때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스트레스입니다. 계속해서 당면한 과제를 회피했을 때 다가올 고통에 대한 스트레스가, 저를 일깨우고 재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덕분에(?) 과제를 마무리하고 나면 어김없이 동반하는 몸의 느낌이 있습니다. 바로 '신체적 피로감'입니다. 기진맥진하고 너덜너덜한 느낌, 온 몸의 에너지를 갈아넣은 것 같은 무력감. 기회가 된다면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 널부러지고 싶은 극한의 피로감. 마치 '생명력'을 소모한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스트레스'는 스팀팩이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도망치고 싶지만, '스트레스' 덕분에 생명력을 소모해서라도 당면한 과제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힘, 스팀팩의 그것과 다를바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스팀팩'은 유용하기만 한 기술일까요? '마린'은 스팀팩을 사용함으로 HP가 깎이는데, 그럼 적의 공격에 의해 쉽게 죽게되는 것 아닐까요? 줄어든 생명력 때문에, 어렵게 얻은 공격력과 속도를 발휘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죽어버린다면 굳이 기술을 사용할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메딕'입니다. 메딕은 치료유닛입니다. 마린의 옆에 꼭 붙여놓으면 스팀팩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를 보충해줍니다. 공격력을 얻음과 동시에 소모된 생명력도 치유하는 환상의 조합, 임요환을 비롯한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마린+메딕' 조합을 빈번하게 활용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어떨까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스트레스의 효과라면, 부정적인 대가를 빠르게 상쇄할 수 있는 메딕같은 치료제는 어디 없을까요? 있습니다. 있더군요. 글쎄 그게 있더라고요. 지난 일주일간 '그것'과 함께했습니다. 단순한 상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힘이 나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일과를 마친 뒤에는 기진맥진하기는 커녕 후련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고양'된 느낌과 함께했습니다. 책 <스트레스의 힘>이 저에게 준 놀랍고도 고마운 선물 덕분입니다.
인식을 바꿈으로 신체반응이 달라진다니
23 스트레스의 장점을 볼 줄 알게 되면 왜 이 같은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 스트레스를 포용하고 나면 자신에 대한 생각과 상황 대처 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지성에만 관련된 행위는 아니다. 스트레스의 이점에 집중하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방식도 바뀐다. 그리고 인생의 도전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29 그녀의 연구는 우리의 물리적 실재가 일반적인 믿음보다 훨씬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어떤 경험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신체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책 <스트레스의 힘>은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스트레스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대가를 상쇄하는 것을 넘어 더욱 강력한 '치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담고 있죠. 저자인 '켈리 맥고니걸'은 오랬동안 스트레스를 연구해온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입니다. 전문가로서,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연과 강의를 통해 이를 강조하며, 사람들이 되도록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해로운 존재이니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당연한 태도였겠죠. 하지만 저자의 태도는 뜻밖의 발견을 계기로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죠.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향한 우리의 '태도'입니다. 실제로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해온 사람들은 사망위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았던 사람들보다도 사망위험이 낮았습니다. 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향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입니다. 스트레스와 건강하게 관계맺을 수 있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고, 자신있고 용감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평소 예민한 성향을 갖고 있기에 자주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과 마음이 쉽게 동요하는 분들께, 과거의 실패와 상처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거나, 현재 일이 마음같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분들께, 불확실한 미래에서 기인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다'라는 고양감을 얻기를 바라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확신에 찬 주장과 과학적 근거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의 힘을 믿으며 자신감과 고양감에 어깨를 활짝 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마린+메딕, 스트레스의 힘!
89 간은 연료를 만들기 위해 지방과 당을 혈류로 보낸다. 더 많은 산소가 심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호흡이 깊어진다. 그리고 심장박동 수가 빨라져 산소와 지방과 당을 근육과 뇌로 전달한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도움으로 근육과 뇌가 그 에너지를 흡수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모든 면에서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가 각자에게 닥친 어떤 도전에도 맞설 수 있게 대비시킨다.
91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면 이런 생물학적 변화가 강하게 나타나 여러분도 전형적인 투쟁-도피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의 위협성이 감소하면 뇌와 신체는 다른 상태로 바뀐다. 다시 말해 도전 반응을 보인다. 투쟁-도피 반응과 마찬가지로 도전 반응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압박감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다. 심장박동 수가 여전히 올라라고 아드레나린이 치솟고 근육과 뇌가 더 많은 연료를 공급받으며 기분 좋은 화학물질들이 갑자기 많이 분비된다.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향한 우리의 인식입니다. 먼저 일반적이고 흔한 스트레스 반응을 살펴볼까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심장이 쿵쾅대고 손발이 떨립니다. 동공이 확장되고 땀이 흐르죠.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의미'있기 때문이죠. 중요한 발표가 아니라 뿌링클 배달을 앞두고 있다면 긴장되고 떨리고 땀이 쏟아질까요? 음.. 뿌링클도 중요하고 의미있기는 하군요 하지만 발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일종의 '도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을 동반한 신체반응이 나타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몸은 도대체 왜 이런 반응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가뜩이나 바쁘고 힘든 사람을 붙잡고 왜 이렇게 신경쓰이게 만드는 걸까요? '몸'이 잘못'한'게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안'겁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뿐이지, 몸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힘을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에게 뛰어난 신체 능력을 선사합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산소와 당을 신체 각 기관으로 공급하죠.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은 힘과 용기를 촉진합니다. 단지 신체 능력 뿐일까요? 스트레스는 '뇌'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우리의 감각이 깨어납니다. 눈동자가 팽창되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고 감각이 예민해지죠.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됩니다.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더욱 폭넓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초인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사례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반응은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훼방꾼, 본연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모래주머니에 불과하죠. 무엇이 결과를 달라지게 만드는 것일까요? 중요한 것은 '관점'과 '인식'의 차이입니다.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도피'반응은, 탁월한 사람들의 '도전 반응'으로 전환됩니다. 공포감보다는 집중력이 강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구성도 미묘하게 달라져서 '코르티솔'보다는 'DHEA'의 비율이 더 높아집니다. 코르티솔은 당분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하며 신체 및 뇌 에너지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지만 소화나 성장 등의 생리기능을 억제시키는 역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DHEA는 회복과 성장을 돕는 호르몬이죠. 스트레스 경험을 통해 뇌가 더욱 건강하게 발달하도록 돕고 상처 회복 속도를 높이며 면역 기능을 강화합니다. 뭐라고요? 회복이라고요? 떠오르는 것이 있으신가요? '메딕'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한 역량강화는 가져가면서, 일시적 역효과인 생리기능 억제를 상쇄하면서 치유와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죠. 강력한 공격력과 회복력을 지닌, '마린+메딕' 조합을 삶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힘으로 염증마저 줄일 수 있기를
얼마 전 <염증에 걸린 마음>이라는 책을 리뷰한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반응이 우울과 불안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기억하시나요? 여기에도 '코르티솔'이 등장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고, 다시 '사이토카인' 분비로 이어지는 면역반응의 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전환을 통해서 DHEA분비가 촉진되고, 회복과 성장능력이 강화된다면 코르티솔로 인한 과도한 면역반응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두 책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연결할 수는 없지만, '도전반응'으로의 전환을 통해서 염증반응을 줄이고 우울과 불안 또한 경감시킬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의미'
115 우리가 사소한 스트레스라고 인식하는 일상 경험과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바로 그 경험들이 유쾌한 기분이나 의미의 원천이되기도 한다. 다만 그 경험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겠다고 선택할 필요는 있다.
117 ... "가치관에 대한 글쓰기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사고방식과 그 대처 능력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람들은 가치관과 면밀히 연결됐을 때 자신의 노력과 타인의 도움을 통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크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지고 지연과 부정 같은 회피성 대응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적다.
스트레스 반응을 긍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말처럼 쉬운 인식전환은 아닐겁니다. 마치 "부정적인 면을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와 같은 천진한 조언과 같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수도 있죠. 이에 저자는 인식전환을 삶으로 가져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그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스트레스의 재발견: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페이지였습니다. 스트레스를 생각할 때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의미'입니다. 왜일까요? 의미와 스트레스는 불가분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의미있는 대상과 관려된 일만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스트레스를 받을겁니다. 마치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듯, 어쩌면 그보다 큰 고통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좌절하고 절망하고 주저앉아야 할까요? 아니죠. 결코 아닙니다. 그 사람의 고통을 서서히 경감시키고 결국 사라지게 만들 방법을 찾기위해 치열하게 분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질 것입니다. 의미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가져다줍니다. 한편 스트레스 덕분에 안간힘을 내어 끝끝내 의미에 도달할 수 있게 되기도 하죠. 의미는 우리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우리가 의미에 다다를 수 있도록, 최후의 힘을 보태줍니다.
삶의 의미를 가진 사람은 삶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극복하고 성장하며 나아갑니다. 현재의 고통은 과정에 불과하며 나에게는 끝끝내 도달해야 할 의미라는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반면 의미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어떠할까요? 의미가 없는 사람에게 고통이 어떻게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무엇때문에 지옥같은 고통을 감수해야 할까요? 그저 혼란스럽고 좌절스러울 뿐일겁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의미가 필요합니다. 나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인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18페이지 제시된 '스트레스의 재발견: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는 그런 맥락에서 저에게 매우 의미있고 유익한 과제였습니다. '헌신', '협력', '우정', '가정', '건강'등 다양한 가치목록사례가 제시되고 그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가치를 선택한 뒤, 그것이 왜 자신에게 중요한지 글을 써보라는 과제입니다. 우선 재미있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것들이 의미가 있구나!"라고 발견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죠. 의미는 재미에 뒤이어 따라왔습니다. 우선 저는 고심끝에 '사랑', '힘', '기쁨'의 세 가지를 골랐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로 '사랑'을 골랐죠. '사랑'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삶의 고통'을 기꺼이 감당할 이유가 사라질 것 같았죠. '타인'과 '세상'과 '나'를 향한 사랑을 짚어보았습니다. 명백하리만큼 분명하지만, 어느새 무심코 소흘히 대했던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자부심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명백해졌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할지가 선명해졌습니다. '해야한다'는 작위적 당위가 아닌 '하고싶다'는 순수한 바람에 따라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경쾌하고 발랄했으며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가 '놀이'를 할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듯이, 엄청난 에너지와 극강의 활동력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정말이지 소중하고 고마우며 신선하며 활기찬 경험이었습니다.
오래된 나의 약한고리, '스트레스'
그래서 더욱 희망적인, '스트레스의 힘'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무리 탄탄하고 강력하게 연결된 쇠사슬이라고 할지라도 단 하나의 약한 고리라도 존재한다면 쉽게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가장 약한 고리가 쇠사슬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것은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저의 성과와 역량을 제한해 온 약한 고리는 다름아닌 '스트레스'였습니다. 예민한 기질 탓에 삶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변수에도 흔들리기 일쑤였고,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며 다가올 변수를 두려워하는 '불안'도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스트레스에 대해 '투쟁-도피'보다 자기파괴적 반응인 '회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불안감에 압도되면 당면한 과제로부터 도망치고 불필요한 작업에 소일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잦았죠. 목적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유튜브 추천영상을 타고 다니는 식으로요. '회피-능률저하-자책'의 악순환은 스트레스로부터 출발하는 제 인생의 가장 '악한 고리'이며, 제 역량의 가장 '약한 고리'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 <스트레스의 힘>은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선물이었습니다. '스트레스의 힘'과 함께한 일주일은 도전과 기쁨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이 책을 읽어본 바 있습니다. 저자의 TED영상도 시청했죠. 탁월하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삶으로 긴밀하게 연결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자각할 사이도 없이 '투쟁-도피' 내지는 '회피'로 이어지는 반응은 반사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오래도록 체화돼버린 자기파괴적 습관은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자동적으로 몸을 통해 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셈세한 감각을 통해 아주아주 미세한 스트레스부터 자각했습니다. 그 때 몸의 느낌도 알아차렸죠. 반사적 습관으로 넘어가지 않고 몸의 반응을 수용했습니다. 몸의 반응은 결코 나쁜것이 아니며 오히려 내가 당면한 과제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혜이자 친구임을 기억했습니다. 그러자 이어지는 몸의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회피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며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몸부터 '고양'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면한 과제를 몰입해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끝낸 뒤 몸의 피로감도 훨씬 덜했죠. 배움을 삶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그동안 틈틈이 수행해온 몸을 향한 명상적 활동 덕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몸 마음챙김', '바디스캔', '아우토겐'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들을 통해서 몸의 반응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인식하며 수용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실천해온 것이, '스트레스 반응'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며 긍정적으로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소중한 선물을 얻었습니다. 정말이지 값진 '의미'를 발견했고 '몸과 마음의 건강'과 '일상의 건강한 추진력'을 위한 강력한 도구를 얻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든든한 벗인 '스트레스의 힘'과 더불어 채워나갈 '완전한 순간들'을 상상해봅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고양됨이 몸으로부터 느껴집니다. 이것이 모두 몸의 지혜를 신뢰하며, 몸의 용기와 함께한 덕분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Kelly McGonigal의 TED강연, <How to make stress your friend>입니다. <스트레스의 힘>의 핵심요약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책에 담긴 구체적 실천전략은 생략되었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메세지가 잘 드러나있습니다. 미리 시청하신다면 큰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책의 세부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을 여유가 안된다면, 이 영상만이라도 꼭 시청해보시기를 진심으로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