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개정판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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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팩을 아시나요?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마린'이라는 유닛은 게임 초반에 뽑을 수 있는 기초유닛으로 공격력도 그리 강한편은 아니죠. 하지만 이 마린을 살인병기로 만들어주는 기술이 바로 스팀팩입니다. T를 눌러 스팀팩을 발동시키는 순간! 마린의 공격력과 이동속도는 강력해집니다. 효과가 지속되는 10초 남짓한 시간동안, 상대편 병력은 녹아내리기 시작하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스팀팩도 공짜가 아닙니다. 게임에서 흔히 HP로 표시되는,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강력한 전투력을 얻는 대신 생명력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죠. 갑자기 왠 게임 이야기냐고요? 저는 그동안 '이것'을 스팀팩과 같이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대신 '생명력'을 소모하는 신체기술!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의 힘, 그러나 만만치 않은 대가

왜 그렇게 생각해왔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참 많은 사람입니다. 과제를 앞두고 늘 압박을 받습니다. 높은 성과를 이루고 싶은 완벽주의,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식, 불쑥불쑥 아이디어는 떠오르지만 쉽사리 정돈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머릿속,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외부의 변수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리고는 합니다. 때로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에 짓눌려 스스로 완전히 압도되기도 하죠. 이럴 때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스트레스입니다. 계속해서 당면한 과제를 회피했을 때 다가올 고통에 대한 스트레스가, 저를 일깨우고 재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덕분에(?) 과제를 마무리하고 나면 어김없이 동반하는 몸의 느낌이 있습니다. 바로 '신체적 피로감'입니다. 기진맥진하고 너덜너덜한 느낌, 온 몸의 에너지를 갈아넣은 것 같은 무력감. 기회가 된다면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 널부러지고 싶은 극한의 피로감. 마치 '생명력'을 소모한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스트레스'는 스팀팩이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도망치고 싶지만, '스트레스' 덕분에 생명력을 소모해서라도 당면한 과제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힘, 스팀팩의 그것과 다를바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스팀팩'은 유용하기만 한 기술일까요? '마린'은 스팀팩을 사용함으로 HP가 깎이는데, 그럼 적의 공격에 의해 쉽게 죽게되는 것 아닐까요? 줄어든 생명력 때문에, 어렵게 얻은 공격력과 속도를 발휘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죽어버린다면 굳이 기술을 사용할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메딕'입니다. 메딕은 치료유닛입니다. 마린의 옆에 꼭 붙여놓으면 스팀팩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를 보충해줍니다. 공격력을 얻음과 동시에 소모된 생명력도 치유하는 환상의 조합, 임요환을 비롯한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마린+메딕' 조합을 빈번하게 활용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어떨까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스트레스의 효과라면, 부정적인 대가를 빠르게 상쇄할 수 있는 메딕같은 치료제는 어디 없을까요? 있습니다. 있더군요. 글쎄 그게 있더라고요. 지난 일주일간 '그것'과 함께했습니다. 단순한 상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힘이 나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일과를 마친 뒤에는 기진맥진하기는 커녕 후련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고양'된 느낌과 함께했습니다. 책 <스트레스의 힘>이 저에게 준 놀랍고도 고마운 선물 덕분입니다.

인식을 바꿈으로 신체반응이 달라진다니

23 스트레스의 장점을 볼 줄 알게 되면 왜 이 같은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 스트레스를 포용하고 나면 자신에 대한 생각과 상황 대처 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지성에만 관련된 행위는 아니다. 스트레스의 이점에 집중하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방식도 바뀐다. 그리고 인생의 도전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29 그녀의 연구는 우리의 물리적 실재가 일반적인 믿음보다 훨씬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어떤 경험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신체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책 <스트레스의 힘>은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스트레스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대가를 상쇄하는 것을 넘어 더욱 강력한 '치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담고 있죠. 저자인 '켈리 맥고니걸'은 오랬동안 스트레스를 연구해온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입니다. 전문가로서,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연과 강의를 통해 이를 강조하며, 사람들이 되도록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해로운 존재이니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당연한 태도였겠죠. 하지만 저자의 태도는 뜻밖의 발견을 계기로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죠.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향한 우리의 '태도'입니다. 실제로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해온 사람들은 사망위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았던 사람들보다도 사망위험이 낮았습니다. 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향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입니다. 스트레스와 건강하게 관계맺을 수 있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고, 자신있고 용감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평소 예민한 성향을 갖고 있기에 자주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과 마음이 쉽게 동요하는 분들께, 과거의 실패와 상처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거나, 현재 일이 마음같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분들께, 불확실한 미래에서 기인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다'라는 고양감을 얻기를 바라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확신에 찬 주장과 과학적 근거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의 힘을 믿으며 자신감과 고양감에 어깨를 활짝 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마린+메딕, 스트레스의 힘!

89 간은 연료를 만들기 위해 지방과 당을 혈류로 보낸다. 더 많은 산소가 심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호흡이 깊어진다. 그리고 심장박동 수가 빨라져 산소와 지방과 당을 근육과 뇌로 전달한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도움으로 근육과 뇌가 그 에너지를 흡수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모든 면에서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가 각자에게 닥친 어떤 도전에도 맞설 수 있게 대비시킨다.

91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면 이런 생물학적 변화가 강하게 나타나 여러분도 전형적인 투쟁-도피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의 위협성이 감소하면 뇌와 신체는 다른 상태로 바뀐다. 다시 말해 도전 반응을 보인다. 투쟁-도피 반응과 마찬가지로 도전 반응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압박감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다. 심장박동 수가 여전히 올라라고 아드레나린이 치솟고 근육과 뇌가 더 많은 연료를 공급받으며 기분 좋은 화학물질들이 갑자기 많이 분비된다.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향한 우리의 인식입니다. 먼저 일반적이고 흔한 스트레스 반응을 살펴볼까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심장이 쿵쾅대고 손발이 떨립니다. 동공이 확장되고 땀이 흐르죠.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의미'있기 때문이죠. 중요한 발표가 아니라 뿌링클 배달을 앞두고 있다면 긴장되고 떨리고 땀이 쏟아질까요? 음.. 뿌링클도 중요하고 의미있기는 하군요  하지만 발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일종의 '도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을 동반한 신체반응이 나타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몸은 도대체 왜 이런 반응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가뜩이나 바쁘고 힘든 사람을 붙잡고 왜 이렇게 신경쓰이게 만드는 걸까요?  '몸'이 잘못'한'게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안'겁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뿐이지, 몸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힘을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에게 뛰어난 신체 능력을 선사합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산소와 당을 신체 각 기관으로 공급하죠.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은 힘과 용기를 촉진합니다. 단지 신체 능력 뿐일까요? 스트레스는 '뇌'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우리의 감각이 깨어납니다. 눈동자가 팽창되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고 감각이 예민해지죠.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됩니다.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더욱 폭넓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초인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사례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반응은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훼방꾼, 본연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모래주머니에 불과하죠. 무엇이 결과를 달라지게 만드는 것일까요? 중요한 것은 '관점'과 '인식'의 차이입니다.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도피'반응은, 탁월한 사람들의 '도전 반응'으로 전환됩니다. 공포감보다는 집중력이 강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구성도 미묘하게 달라져서 '코르티솔'보다는 'DHEA'의 비율이 더 높아집니다. 코르티솔은 당분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하며 신체 및 뇌 에너지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지만 소화나 성장 등의 생리기능을 억제시키는 역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DHEA는 회복과 성장을 돕는 호르몬이죠. 스트레스 경험을 통해 뇌가 더욱 건강하게 발달하도록 돕고 상처 회복 속도를 높이며 면역 기능을 강화합니다. 뭐라고요? 회복이라고요? 떠오르는 것이 있으신가요? '메딕'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한 역량강화는 가져가면서, 일시적 역효과인 생리기능 억제를 상쇄하면서 치유와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죠. 강력한 공격력과 회복력을 지닌, '마린+메딕' 조합을 삶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힘으로 염증마저 줄일 수 있기를

얼마 전 <염증에 걸린 마음>이라는 책을 리뷰한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반응이 우울과 불안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기억하시나요? 여기에도 '코르티솔'이 등장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고, 다시 '사이토카인' 분비로 이어지는 면역반응의 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전환을 통해서 DHEA분비가 촉진되고, 회복과 성장능력이 강화된다면 코르티솔로 인한 과도한 면역반응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두 책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연결할 수는 없지만, '도전반응'으로의 전환을 통해서 염증반응을 줄이고 우울과 불안 또한 경감시킬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의미'

115 우리가 사소한 스트레스라고 인식하는 일상 경험과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바로 그 경험들이 유쾌한 기분이나 의미의 원천이되기도 한다. 다만 그 경험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겠다고 선택할 필요는 있다.

117 ... "가치관에 대한 글쓰기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사고방식과 그 대처 능력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사람들은 가치관과 면밀히 연결됐을 때 자신의 노력과 타인의 도움을 통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크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지고 지연과 부정 같은 회피성 대응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적다.

스트레스 반응을 긍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말처럼 쉬운 인식전환은 아닐겁니다. 마치 "부정적인 면을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와 같은 천진한 조언과 같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수도 있죠. 이에 저자는 인식전환을 삶으로 가져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그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스트레스의 재발견: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페이지였습니다. 스트레스를 생각할 때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의미'입니다. 왜일까요? 의미와 스트레스는 불가분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의미있는 대상과 관려된 일만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스트레스를 받을겁니다. 마치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듯, 어쩌면 그보다 큰 고통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좌절하고 절망하고 주저앉아야 할까요? 아니죠. 결코 아닙니다. 그 사람의 고통을 서서히 경감시키고 결국 사라지게 만들 방법을 찾기위해 치열하게 분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질 것입니다. 의미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가져다줍니다. 한편 스트레스 덕분에 안간힘을 내어 끝끝내 의미에 도달할 수 있게 되기도 하죠. 의미는 우리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우리가 의미에 다다를 수 있도록, 최후의 힘을 보태줍니다.

삶의 의미를 가진 사람은 삶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극복하고 성장하며 나아갑니다. 현재의 고통은 과정에 불과하며 나에게는 끝끝내 도달해야 할 의미라는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반면 의미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어떠할까요? 의미가 없는 사람에게 고통이 어떻게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무엇때문에 지옥같은 고통을 감수해야 할까요? 그저 혼란스럽고 좌절스러울 뿐일겁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의미가 필요합니다. 나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인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18페이지 제시된 '스트레스의 재발견: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는 그런 맥락에서 저에게 매우 의미있고 유익한 과제였습니다. '헌신', '협력', '우정', '가정', '건강'등 다양한 가치목록사례가 제시되고 그 중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가치를 선택한 뒤, 그것이 왜 자신에게 중요한지 글을 써보라는 과제입니다. 우선 재미있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것들이 의미가 있구나!"라고 발견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죠. 의미는 재미에 뒤이어 따라왔습니다. 우선 저는 고심끝에 '사랑', '힘', '기쁨'의 세 가지를 골랐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로 '사랑'을 골랐죠. '사랑'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삶의 고통'을 기꺼이 감당할 이유가 사라질 것 같았죠. '타인'과 '세상'과 '나'를 향한 사랑을 짚어보았습니다. 명백하리만큼 분명하지만, 어느새 무심코 소흘히 대했던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자부심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명백해졌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할지가 선명해졌습니다. '해야한다'는 작위적 당위가 아닌 '하고싶다'는 순수한 바람에 따라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경쾌하고 발랄했으며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가 '놀이'를 할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듯이, 엄청난 에너지와 극강의 활동력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정말이지 소중하고 고마우며 신선하며 활기찬 경험이었습니다.

오래된 나의 약한고리, '스트레스'
그래서 더욱 희망적인, '스트레스의 힘'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무리 탄탄하고 강력하게 연결된 쇠사슬이라고 할지라도 단 하나의 약한 고리라도 존재한다면 쉽게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가장 약한 고리가 쇠사슬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것은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저의 성과와 역량을 제한해 온 약한 고리는 다름아닌 '스트레스'였습니다. 예민한 기질 탓에 삶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변수에도 흔들리기 일쑤였고,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며 다가올 변수를 두려워하는 '불안'도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스트레스에 대해 '투쟁-도피'보다 자기파괴적 반응인 '회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불안감에 압도되면 당면한 과제로부터 도망치고 불필요한 작업에 소일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잦았죠. 목적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유튜브 추천영상을 타고 다니는 식으로요. '회피-능률저하-자책'의 악순환은 스트레스로부터 출발하는 제 인생의 가장 '악한 고리'이며, 제 역량의 가장 '약한 고리'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 <스트레스의 힘>은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선물이었습니다. '스트레스의 힘'과 함께한 일주일은 도전과 기쁨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이 책을 읽어본 바 있습니다. 저자의 TED영상도 시청했죠. 탁월하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삶으로 긴밀하게 연결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자각할 사이도 없이 '투쟁-도피' 내지는 '회피'로 이어지는 반응은 반사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오래도록 체화돼버린 자기파괴적 습관은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자동적으로 몸을 통해 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셈세한 감각을 통해 아주아주 미세한 스트레스부터 자각했습니다. 그 때 몸의 느낌도 알아차렸죠. 반사적 습관으로 넘어가지 않고 몸의 반응을 수용했습니다. 몸의 반응은 결코 나쁜것이 아니며 오히려 내가 당면한 과제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혜이자 친구임을 기억했습니다. 그러자 이어지는 몸의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회피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며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몸부터 '고양'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면한 과제를 몰입해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끝낸 뒤 몸의 피로감도 훨씬 덜했죠. 배움을 삶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그동안 틈틈이 수행해온 몸을 향한 명상적 활동 덕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몸 마음챙김', '바디스캔', '아우토겐'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들을 통해서 몸의 반응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인식하며 수용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실천해온 것이, '스트레스 반응'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며 긍정적으로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소중한 선물을 얻었습니다. 정말이지 값진 '의미'를 발견했고 '몸과 마음의 건강'과 '일상의 건강한 추진력'을 위한 강력한 도구를 얻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든든한 벗인 '스트레스의 힘'과 더불어 채워나갈 '완전한 순간들'을 상상해봅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고양됨이 몸으로부터 느껴집니다. 이것이 모두 몸의 지혜를 신뢰하며, 몸의 용기와 함께한 덕분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Kelly McGonigal의 TED강연, <How to make stress your friend>입니다. <스트레스의 힘>의 핵심요약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책에 담긴 구체적 실천전략은 생략되었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메세지가 잘 드러나있습니다. 미리 시청하신다면 큰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책의 세부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을 여유가 안된다면, 이 영상만이라도 꼭 시청해보시기를 진심으로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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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출이 답이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심화 plus+ 봉투 모의고사 - 실제 크기 시험지 모의고사 4회분+상세한 해설! 2020 기출이 답이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한국사수험연구소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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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시험 대비의 필수요소는 OOOO이다!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단언컨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객관식 시험 대비의 필수요소는 '기출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수학의 정석 '집합'단원부터 시작하듯, 기본서의 첫  챕터부터 정성스럽게 내용을 따라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준비시간은 빠듯했고, 점수는 늘 합격선의 언저리에서 맴돌고는 했죠.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기본서는 제쳐두고 일단 기출문제부터 봅니다. 공부를 통해서 우리가 추구하는바는 무엇인가요? '합격'입니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시험장에서 시험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맞춤형 공부'가 필요합니다. 시험장에서 나올 문제의 유형, '기출문제'를 타겟팅한 전략적 공부가 필요합니다. 기출문제 중심형 공부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주의'를 모아줍니다. 기출문제를 통해 중요한 파트를 선별함으로써 필요한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어 중점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기출문제를 먼저 풀어보는 과정에서 나에게 취약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 또한 무게중심을 두어 공부한다면 점수가 깎여나가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기출문제 중심의 학습을 통해서 우리는 '중요한' 부분과 '취약한' 부분을 능동적이며 효과적으로 공부해나갈 수 있습니다.

6월의 목표 중 하나로 한국사능력검정1급을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네,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제가 고른 문제집은 시대고시기획에서 나온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3급 기출이 답이다 plus 봉투 모의고사>입니다. 총 4회분으로 구성된 실전모의고사 모음집입니다. 실제 문제와 똑같은 크기와 형식을 취하고 있고, 1책의 해설집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평이했습니다. 오히려 약간은 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한능검의 새로운 개편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시험의 개편이 있었는데요, 과거에는 70점을 받으면 1급을 딸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이제는 80점을 받아야 1급 획득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시험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 꼭 그런것은 아닙니다. 현행 고급시험보다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죠. 본 문제집은 새로워진 시험 개편의 난이도를 반영하여 구성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와 해설은 무난하고 평이했습니다. 해설의 분량은 과하지 않고 이해와 암기를 위해 딱 적당한 분량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해설집의 각 문제 상단에 포함된 '키워드'였습니다. 제가 이 문제집을 풀게된 이유 중 하나가 '취약점의 발견'이었는데요, 각 문제별로 '금관가야', '삼국 시대의 무덤'처럼 해당 문제의 바탕이 되는 테마가 키워드 형식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내가 이 문제를 틀렸구나, 이 문제의 이런 테마를 보완해야겠다"라고 학습방향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려 이전까지는 아주 높은 정답율을 보였고, 근대 이후, 특히 항일독립운동 파트에서 낮은 정답율을 보였습니다. 1회분의 풀이결과를 바탕으로 기본서를 풀어갈 계획인데요, 잘 아는 부분은 느슨하게, 취약한 부분은 꼼꼼하게 공부의 리듬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기본서 1회독 이후에 2회분을 풀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기본서 2회독을 하고, 다시 3회분을 푸는 방식으로, 기본서와 문제집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적당한 기본서+실전 문제집'의 조합으로 유용한 모의고사집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27일 시험 이후의 합격시험 후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참, 후기를 쓰면서 접수가 잘 되었는지 확인을 해보았는데요, 현재 신규접수는 불가능하지만 '시험장 변경'은 가능하더라고요. 처음 접수할 때 접수가 불가했던 시험장이 지금은 접수가 가능하여 잽싸게 옮겨탔습니다. 시험장 위치가 아쉬운 분들인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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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윌 상공회의소한자 3급 2주끝장 - 빠르게 끝내는 한자노트 + 2주끝장/7일끝장 플래너 + 복습노트
차기석 지음 / 에듀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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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취감'은 일상의 기쁨을 위해서 빠트릴 수 없는 감정입니다. '고양감'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앞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죠. '성취감'과 '고양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격증 취득'만큼 알찬 경험도 흔치 않습니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취업 및 승진에서 활용할 수도 있으며, 일단 SNS에 자랑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확실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자격증은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일상의 자극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에 적당한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성취감과 고양감을 느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6월의 목표는 한자자격증 '상공회의소 한자 3급'과 한국사자격증 '한국사능력검정 1급'취득입니다.



오늘은 '상공회의소 한자 3급' 취득을 위한 교재를 소개하려 합니다. <에듀윌 상공회의소한자 3급 2주끝장>입니다. 3급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해당 시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분이 대부분일 겁니다. 3급에서 시작해서 점차 급수를 올려갈 계획을 갖고 있는 저 역시, 이 시험에 대해서 아는것이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전체적으로 가볍게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시험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윤곽을 잡게 되었죠. 한자3급을 준비하는 초심자에게 딱 맞는 알차고 캐쥬얼한 교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체계적 구성'입니다. 책은 14일 혹은 7일의 학습 플래너로 구성됩니다. 풍부한 합격을 원한다면 1800자를 공부하는 2주 플랜을 따를 수 있고요, 짧고 확실한 합격을 원한다면 900자를 공부하는 7일 플랜을 따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3급뿐만 아니라 2급과 1급까지도 노려보고 있기에 14일 플랜을 선택했습니다. 하루하루의 플랜은 단순히 분량을 채워나가는식의 기계적 할당이 아닙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난이도를 높여가는 누적적 학습입니다. 각 챕터별 모의고사, 중간점검 모의고사, '최종모의고사 2회' 및 '최신기출 모의고사 1회'로 점검 및 복습의 기회도 제공합니다. 사소해보이지만 체계적인 플랜 구성이 독학 수험생 입장에서 상당히 의지가 되었고 믿음이 생겼습니다. 누적해서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고양감'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둘째, '효율적 학습'입니다. 한자 시험에 긴 시간을 투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학습함으로써 합격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하죠. 저자는 '합격 로드맵' 페이지를 통해서 '눈이 아닌 입으로'학습하라고 권합니다. 이 말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노트에 한자를 빼곡히 채워나가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100%객관식 시험이면서 '풀이 내용'과 '훈음'이 중요한 시험의 특성을 강조하며 반복해서 읽어나가며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출제기준 분류와 문항수를 도표로 보여줌으로써 무엇에 집중하여 공부해야할지의 로드맵을 보여줍니다. 한편 본격적인 학습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한자의 기본 개념'과 '부수'를 짧게 설명하는데요, 긴 공부에 있어서 이 짧은 챕터가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부수'에 대한 이해는 개별 한자에 대한 '직관적 이미지'를 부여하게 해주어 암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지'를 떠올린 뒤 훈음을 떠올리는 단계적 연상이 가능해졌죠. "이래서 부수를 그렇게 강조했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각 챕터는 150자 가량의 단어로 구성됩니다. 저는 하루 1시간30분 가량의 시간을 할당하여 풀어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자에 아주 취약합니다. 그림으로 된 무언가를 외우는 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초반은 쉽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한자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한자를 외우는 과정은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 책에 담긴 해설 및 암기팁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울 건'자의 경우 "길게 획을 긋기 위해서는 붓을 세워야 한다."라고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한자의 경우 단순히 외형을 모방한 상형문자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자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죠. 길게 획을 긋기 위해서 붓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부터 고쳐먹으니, 단어도 즉시 마음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책의 본문은 단어를 보여주고 뜻을 풀어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주요 한자어'도 종종 등장합니다. '클 태'와 '처음 초'를 나열한 뒤 '태초'를 소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영어로 치면 단어와 함께 예문을 보여준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영단어 공부해보신 분은 예문을 함께 보는것이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암기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계실겁니다. 이 책 역시 깨알같이 등장하는 '주요 한자어'들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활용하는구나.."라고 느껴보는 과정에서 틈틈이 자극과 동기부여도 되었고요.

이제 겨우 4일치밖에 학습하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흐름이 붙은 만큼 무난하게 14일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미지 기억'에 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줄이고, 기억력이 개선된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또 다른 수확입니다. 조만간의 합격후기로 다시 인사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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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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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10-20대 학생들이라면 좋은 학업 성적을 달성하고 싶을 것이고, 청장년층은 사회와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뤄내고 싶어합니다. 막연한 욕심이 아닙니다. 치열하게 노력한다면 한계를 극복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대중들 사이에서 흔하게 공유됩니다. 원래 잘 하던 사람이 잘 하기보다는 다소 미숙하고 서툴었던 이들이 성장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은근히 기대하듯이 말입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케이팝그룹으로 올라선 방탄소년단 역시, 거대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닌 작은 회사에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더욱 애정과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성장'을 통한 '승리'의 신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희망을 갖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노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흔하게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노인'과 '성장'은 과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까요? 건강을 걱정하며 '노화'하기보다는, 내일을 희망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요?

11 확실히 노인은 젊은이볻다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평생 쌓아온 정보를 직관적으로 종합할 수 있고, 수 십 년간 실수를 저지르면서 학습한 바를 바탕으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석세스 에이징>은 현명하게 나이먹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라는 문장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표현으로 바꿔쓸 수 있습니다. 결국 삶의 방향성에 관한 문제지요. 하지만 삶의 방향에 정답이 있을까요? 누구도 타인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타인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라해서도 안되지요.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석세스 에이징>에서 제안하는 삶의 방향은 우멋일까요?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하는 책은 아닙니다. '기술'에 가깝죠. 우리가 어떻게 건강하고 활력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조언을 담고있는 책입니다. 신경과학, 심리학, 뇌과학적 관점에서 말이죠. 각자의 가치관은 다릅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공통점은 부인할 수 없죠. '사람'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활력있게 가꿔나가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뇌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방법에 대한 배움과 실천을 통해서 말입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저마다 지향하는 삶의 방향을 향하여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분량은 꽤 방대합니다. 648페이지로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하죠. 그 이유는 노화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지식이 담겨있기 대문입니다. 저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또 다른 저서 <정리하는 뇌>로 유명하죠. 이 책에는 '건강하게 나이먹기'위한 저자의 지식이 집대성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과 제안은 풍부한 뇌과학적 근거가 뒤따릅니다. '건강하게 나이먹기'에 관심있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양한 지식을 배워나가는 지적 즐거움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111 인간과 원숭이의 전전두엽 피질 및 성소년과 성인의 전전두엽 피질의 가장 큰 차이는 가바 수용기 뉴런의 존재다. 앞에서 말했듯이 가바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인간답다, 어른답다는 말의 의미는 본능적인 반응을 억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12 가바 뉴런과 도피만 뉴런은 서로 협동해서 우리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에 굴복하지 않고 선택한 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전전두엽 피질은 다소 활기를 잃게 되고 그 결과 실제로 산만해지기 쉽다. 집중하려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노화의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취약해지기 쉬운 영역들을 제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노화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기를 잃게 만듭니다. 전전두엽 피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충동을 조절하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노화에 따라 전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진다면 충동을 조절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쉽습니다. 자연히 업무의 생산성과 일상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게 되겠죠. 하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될수도, 상당히 지연시킬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언급하기에 앞서서, 저는 위의 뇌과학적 지식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묻는다면 흔히 '도구의 사용'을 꼽습니다. 무언가를 '하는 것'에 주의를 둔 표현이죠.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는 힘'과 '하지 않는 힘'이 협동하여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예전에 <정적>의 저자 배철현 교수님의 강연을 다녀온 적 있는데요, 교수님은 매일 아침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작성하여 지킨다고 합니다. 당시에 저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해놓고 어느새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하지 않을 일'을 벌임으로써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할 것'에 매몰되어 소중한 것을 놓치고는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아 조화를 이루는 일상을, '도파민'과 '가바'가 협동하여 균형을 이루는 몸을 가꾸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401 미생물군집이 인지, 행동,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일련의 증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첨단 주제이며 아직 연구 중이다. 세로토닌이 기분과 기억, 불안을 좌우하는 중요한 신경 조절 물질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체에서 세로토닌의 90퍼센트가 내장에 존재하며, 내장에서 칸디다, 스트렙토코커스, 에세리키아, 엔테로코커스같은 세균이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403 그러나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지, 정서, 행동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다. 소규모 시험에서 단일 프로바이오틱스인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가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했고, 락토바실러스 헬베티쿠스와 비피도박테리움 롱굼 혼합물이 스트레스 지표인 코르티솔 수치를 줄일 수 있었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실용적 처방들을 제시하는데요, 특히 눈길을 끈 것이 바로 '9장-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담겨있는 '장내 미생물'에 관한 파트였습니다. 흔히 신경계는 뇌에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장에도 '장신경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는 5억개에 달하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고 약 100조 개에 이르는 세균들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전체를 가리켜 '장내 미생물균총'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말하는 장내세균들을 의미합니다. 미생물군집과 우리몸은 효과적인 공생관계를 이룹니다. 몸은 미생물군집에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미생물군집은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유제품 광고를 통해서 어느정도는 알고 계셨을겁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은,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크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입니다. 앞선 문단에서 우리를 인간이게 만들어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에 대해 언급했던 것, 기억하시죠? 이 '가바'의 생성에 미생물군집이 관여합니다.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이 바로 억제성 화학물질인 가바를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세로토닌'은 뇌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들어보셨을겁니다. 행복감을 느끼는데 꼭 필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죠. 이 세로토닌의 90퍼센트가 바로 내장에 존재합니다. 세로토닌의 생성에도 역시 미생물군집이 관여하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멜라토닌, 트립토판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들을 생산하는데 미생물군집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내 미생물군집부터 건강하게 관리하고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항생제'입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유익한 장내 박테리아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해야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더더욱 장내 유익군을 양성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식품이나 보충제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섬유질을 많이 먹으면 장 건강과 미생물군집 균형을 증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15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생을 즐길 때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기분을 돋우는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고, NK(자연살해)세포와T세포(림프구) 생성 또한 증가해서 면역계와 세포 복구 기제가 강화된다.

뇌과학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최신연구결과들을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과 뇌를 가꾸기 위해 필요한 실용적 기술들을 익힐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에 상당히 취약하고, '하지 않을 일'을 하지 않는 충동조절에 상당히 취약한 편입니다. 목표로 한 일을 하다가도 다른 것에 흥미가 생기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고는 하죠. 이 서평을 작성하는 과정에도 유산균제품 구입 관련 페이지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글을 마치고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일텐데, 저 자신도 그렇게 하고싶은 의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잘 제어하지 못한 것이지요. 모름지기 '가바'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전전두엽 피질'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을수도 있고요. 어찌됐든 저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 신경전달물질들의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 저자가 제안한 다양한 방법론을 당장 실천해갈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과 '유산균 섭취'가 저에게는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유산균은 충분히 준비해서 부모님과 함께 꾸준히 챙겨먹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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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에 걸린 마음 -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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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울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실패와 자책속에 무력감은 절정에 달했고, 저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골방에 숨어들었습니다. '우울'과 '무력감'과 '불안'은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이 되었죠. 그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혼란스러움이었습니다. 머릿속에 자욱한 안개가 낀 것만 같은 불쾌한 느낌이 늘 상존했습니다. 스스로를 자각하고 일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실패가 주는 무력감과는 질적으로 다른. 처절한 무력감을 선사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짚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수험실패도 있었고 인간관계의 문제도 있었죠. 그런데 오늘 반가운 독서 덕분에, 그 동안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염증'입니다. 당시 저는 몸 여기저기에 다발적인 염증을 경험했습니다. 몸무게도 대폭 줄었고 컨디션도 엉망이었죠. 마음이 회복된 것은 몸이 회복된 이후의 일입니다. 그럴 수 있죠. 스트레스와 불규칙적 생활이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진득한 노력 끝에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의 사이에서, '염증'을 주목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우울'의 주요 원인으로 '염증'을 꼽을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어린시절부터 저는 염증과 아주 친했습니다. 심각한 비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호흡기의 잔병치례도 빈번했죠. 그런데,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실천했던 지난한 노력의 과정끝에 돌이켜보니, 비염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쉬는시간마다 코를 풀러 가던 기억은 까마득해졌죠. 안개가 자욱했던 머릿속은 한결 맑아졌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13 오래전 내가 처음으로 정신의학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고통을 해결하려는 노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아에 일어난 병적인 혼란, 감정의 균형과 불균형, 정신과 기억의 상태, 세계에 대한 생각이나 세계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생각 같은 것들 말이다.

27 과거 우울증 및 기타 정신질환을 둘러싸고 있던 먹먹할 정도의 압도적 침묵은 이제 많이 옅어졌고, 우리는 정신질환에 관해 좀 더 편하게 말하게 됐다. 그건 좋은 일이다.

책 <염증에 걸린 마음>은 모처럼 빠릿하고 짜릿하게 읽어내린 책입니다. 별 다섯개를 줄 수 있다면 열두개를 줄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개인적인 의미가 되었던 이유도 큽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아도 이 책은 참 훌륭합니다. 유익하고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앞서 인용한 정신의학 및 우울증을 향한 섬세한 표현은, 학문과 환자를 향한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치 않게 만듭니다.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니, 이런 주치의라면 기꺼이 마음의 치유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인 '에드워드 불모어'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면역정신의학자입니다. fMRI 연구의 선구자로 인간의 뇌 지도를 그리는 데 공헌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정신의학 연구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자 중 한명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석학이죠. 극도로 보수적인 학문관을 갖고 있더라도 어색하지 않을겁니다. 그런데, 그런 저자가 아주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울증 치료에 흔하게 사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향한 의문입니다. 절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너머의 문제를 향한 근본적 질문입니다. SSRI의 처방이 우울증 환자에게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모른다'입니다. 단지 세로토닌의 결핍을 해소해주는 것이 우울증을 완화해줄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고, 그것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했기에 지금처럼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맞습니다. 세로토닌 결핍을 해소해주는 것은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세로토닌 결핍이 우울증의 원인이다."라는 문장을 증명해 주는것은 아니죠. 멀쩡했던 세로토닌 시스템은 왜 갑자기 균형을 잃게된 것일까요? 그 너머의 원인을 추적한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보다 근본적인 단계에서부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감기 환자에게 있어서 당장의 콧물을 막는것보다 몸 안의 감기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것이 중요하듯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너머의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미 짐작하셨겠지요? 바로 '염증'입니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자의 커리어가 지지하는 권위와, 책에 실려있는 충분하고 친절한 설명이 아니었더라면 저도 쉽사리 믿지 못했을겁니다. 무엇보다 '염증'은 몸의 문제고, '우울'은 마음의 문제니까요. 그러나 많은 실험이 이를 지지합니다. 동물 실험에서 염증성 세균을 주사했더니 쥐들은 마치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우울에 빠져 고립되고 무기력한 상태를 보였습니다. '세균'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사이토카인'만 주입해도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이토카인은 염증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체내에서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변역반응과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 같은 물질이죠. 즉, 염증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인 것입니다. 사람과 쥐는 다르지 않냐고요? 사람의 경우는 실험이 매우 어렵습니다. 쥐와 같이 위험한 세균을 주입할 수도 없고 사람의 뇌에 직접 사이토카인을 주입할수도 없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기술'이 있습니다. fMRI입니다.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의 특정부위의 활성화 정도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장티푸스 백신을 주사하자 그들의 면역계는 세균을 주입한 쥐의 면역계와 비슷하게 반응하였고,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도 치솟았다고 합니다. 접종자들은 약간 우울한 상태가 되었고 감정 표현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이 상당히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도 역시, 면역반응에 기인한 염증에 의해 우울증에 빠질 수 있음을 지지하는 실험 결과입니다.

처음 이 내용을 읽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면역 반응은, 전적으로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신체의 활동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몸의 가장 부정적 반응으로 알려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니요. 몸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을 고통스럽게 한다니요, 몸을 돌본다면서 마음을 무너뜨린다니요, 이런 엉터리같은 시스템이 우리 몸안에 상존한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빠트릴 수 없는 영웅을 등장시키며 이 난제를 풀어갑니다. 바로 '찰스다윈'이죠. '진화론'으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시스템은, 우리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채택되고 살아남은 것이라는 '자연선택'이론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진화론의 관점에서, '염증'은 왜 '우울'을 유발하는 것일까요? 이는 고대 인류의 생활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야생의 인류에게 '감염'이 발생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싸움의 과정에서 외상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각한 전염병에 감염되었을수도 있죠. 이 때 상처를 입은 개인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안정이 필요합니다. 신체의 모든 자원을 감염과 싸워 이기는데 투입해야만 그나마 생존의 가능성이 있을겁니다. 한편 감염된 환자가 사회적 접촉을 빈번하게 이어간다면 자신의 바이러스를 다른 부족원에게 퍼뜨릴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를테면 이태원 클럽에 놀러가 밤새도록 춤을 추듯이 말입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써 동료들을 보호할 수 있죠. 신체적 활동을 줄이고 사회적 고립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과 '집단'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가격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감염'만 생각하기에는 현대사회의 우울증이 너무 만연한 것은 아닐까요? 면역반응과 염증은 오로지 '감염'에 의해서만 활성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네, 그거 맞습니다.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생존에서 있어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유발됩니다.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리 만무하죠. 야생인류에게 있어서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발생했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을까요? 네, '외상'과 '감염'입니다. 즉,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어나는 스트레스는, 곧 일어날 감염에 대비하라는 반박자 빠른 '사전통보'와 같은 소중한 '신호'입니다. 지혜로운 우리의 몸이 이를 놓칠리 없죠. 즉각 면역반응을 준비합니다. 염증이 나타나게 되죠. 정리하면, 면역반응과 염증은 높은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염증'을 유발하는 주요 경로는 '감염'과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저자는 이를 '스트레스, 염증, 우울증의 악순환'으로 규정하며 주요 경로에 개입함으로써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이미 책의 많은 내용을 인용하였기에 여기까지 다루지는 않겠지만 매우 직관적으로 효율적인 대응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과 무력감에 빠진 당사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해하기에, 단정지어 말하기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우울증의 원인이, 100% 염증 때문이라는것은 아닙니다. 저자의 연구와 따르면 전체 우울증 환자의 1/3 가량이 '염증'에 기인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우울증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와 조현병에 대해서도 짧막하게 언급하며, 개인의 '생체지표'에 따라 개별적으로 최적화된 치료법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신에게 걸맞는 치료방법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전문의의 진료와 처방에 따른 '약물처방'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SSRI의 효능을 저자가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몸과 마음의 긴밀한 연결'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바탕으로, 마음을 돌보기 위한 강력한 경로인 몸을 돌봐주기 시작한다면, 더욱 빠르고 경쾌하게 치유의 길로 달려가실 수 있을겁니다.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자연스러운 치유의 여정을 걷고있는 여러분들께 작지만 분명한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불교는 왜 진실인가 / 로버트 라이트>
제목만 봐서는 스님이 쓴 책 같지만 <도덕적 동물>이라는 전작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진화심리학자, '로버트 라이트'의 저서입니다. 종교서적은 아닙니다. 불교의 핵심철학이 '과학적으로' 진실임을 주장하며, 불교의 지혜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은 인간'이, 치열한 성찰끝에 정립한 지혜로운 '삶의 철학'입니다. 따라서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거부감 없이 만나보실 수 있을겁니다. 마음의 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트레스를 비롯한 마음의 문제를 다스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겁니다. 이 책 역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책입니다. 6월말-7월초에 리뷰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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