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10-20대 학생들이라면 좋은 학업 성적을 달성하고 싶을 것이고, 청장년층은 사회와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뤄내고 싶어합니다. 막연한 욕심이 아닙니다. 치열하게 노력한다면 한계를 극복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대중들 사이에서 흔하게 공유됩니다. 원래 잘 하던 사람이 잘 하기보다는 다소 미숙하고 서툴었던 이들이 성장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은근히 기대하듯이 말입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케이팝그룹으로 올라선 방탄소년단 역시, 거대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닌 작은 회사에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더욱 애정과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성장'을 통한 '승리'의 신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희망을 갖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노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흔하게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노인'과 '성장'은 과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까요? 건강을 걱정하며 '노화'하기보다는, 내일을 희망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요?

11 확실히 노인은 젊은이볻다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평생 쌓아온 정보를 직관적으로 종합할 수 있고, 수 십 년간 실수를 저지르면서 학습한 바를 바탕으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석세스 에이징>은 현명하게 나이먹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라는 문장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표현으로 바꿔쓸 수 있습니다. 결국 삶의 방향성에 관한 문제지요. 하지만 삶의 방향에 정답이 있을까요? 누구도 타인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타인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라해서도 안되지요.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석세스 에이징>에서 제안하는 삶의 방향은 우멋일까요?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하는 책은 아닙니다. '기술'에 가깝죠. 우리가 어떻게 건강하고 활력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조언을 담고있는 책입니다. 신경과학, 심리학, 뇌과학적 관점에서 말이죠. 각자의 가치관은 다릅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공통점은 부인할 수 없죠. '사람'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활력있게 가꿔나가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뇌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방법에 대한 배움과 실천을 통해서 말입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저마다 지향하는 삶의 방향을 향하여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분량은 꽤 방대합니다. 648페이지로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하죠. 그 이유는 노화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지식이 담겨있기 대문입니다. 저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은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또 다른 저서 <정리하는 뇌>로 유명하죠. 이 책에는 '건강하게 나이먹기'위한 저자의 지식이 집대성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과 제안은 풍부한 뇌과학적 근거가 뒤따릅니다. '건강하게 나이먹기'에 관심있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양한 지식을 배워나가는 지적 즐거움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111 인간과 원숭이의 전전두엽 피질 및 성소년과 성인의 전전두엽 피질의 가장 큰 차이는 가바 수용기 뉴런의 존재다. 앞에서 말했듯이 가바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인간답다, 어른답다는 말의 의미는 본능적인 반응을 억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12 가바 뉴런과 도피만 뉴런은 서로 협동해서 우리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에 굴복하지 않고 선택한 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전전두엽 피질은 다소 활기를 잃게 되고 그 결과 실제로 산만해지기 쉽다. 집중하려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노화의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취약해지기 쉬운 영역들을 제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노화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기를 잃게 만듭니다. 전전두엽 피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충동을 조절하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노화에 따라 전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진다면 충동을 조절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쉽습니다. 자연히 업무의 생산성과 일상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게 되겠죠. 하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될수도, 상당히 지연시킬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언급하기에 앞서서, 저는 위의 뇌과학적 지식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묻는다면 흔히 '도구의 사용'을 꼽습니다. 무언가를 '하는 것'에 주의를 둔 표현이죠.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는 힘'과 '하지 않는 힘'이 협동하여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예전에 <정적>의 저자 배철현 교수님의 강연을 다녀온 적 있는데요, 교수님은 매일 아침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작성하여 지킨다고 합니다. 당시에 저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해놓고 어느새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하지 않을 일'을 벌임으로써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할 것'에 매몰되어 소중한 것을 놓치고는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아 조화를 이루는 일상을, '도파민'과 '가바'가 협동하여 균형을 이루는 몸을 가꾸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401 미생물군집이 인지, 행동,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일련의 증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첨단 주제이며 아직 연구 중이다. 세로토닌이 기분과 기억, 불안을 좌우하는 중요한 신경 조절 물질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체에서 세로토닌의 90퍼센트가 내장에 존재하며, 내장에서 칸디다, 스트렙토코커스, 에세리키아, 엔테로코커스같은 세균이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403 그러나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지, 정서, 행동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다. 소규모 시험에서 단일 프로바이오틱스인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가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했고, 락토바실러스 헬베티쿠스와 비피도박테리움 롱굼 혼합물이 스트레스 지표인 코르티솔 수치를 줄일 수 있었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실용적 처방들을 제시하는데요, 특히 눈길을 끈 것이 바로 '9장-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담겨있는 '장내 미생물'에 관한 파트였습니다. 흔히 신경계는 뇌에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장에도 '장신경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는 5억개에 달하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고 약 100조 개에 이르는 세균들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전체를 가리켜 '장내 미생물균총'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말하는 장내세균들을 의미합니다. 미생물군집과 우리몸은 효과적인 공생관계를 이룹니다. 몸은 미생물군집에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미생물군집은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유제품 광고를 통해서 어느정도는 알고 계셨을겁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은,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크고 광범위하다는 사실입니다. 앞선 문단에서 우리를 인간이게 만들어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에 대해 언급했던 것, 기억하시죠? 이 '가바'의 생성에 미생물군집이 관여합니다.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이 바로 억제성 화학물질인 가바를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세로토닌'은 뇌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들어보셨을겁니다. 행복감을 느끼는데 꼭 필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죠. 이 세로토닌의 90퍼센트가 바로 내장에 존재합니다. 세로토닌의 생성에도 역시 미생물군집이 관여하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멜라토닌, 트립토판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들을 생산하는데 미생물군집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내 미생물군집부터 건강하게 관리하고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항생제'입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유익한 장내 박테리아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해야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더더욱 장내 유익군을 양성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식품이나 보충제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섬유질을 많이 먹으면 장 건강과 미생물군집 균형을 증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15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생을 즐길 때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기분을 돋우는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고, NK(자연살해)세포와T세포(림프구) 생성 또한 증가해서 면역계와 세포 복구 기제가 강화된다.

뇌과학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최신연구결과들을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과 뇌를 가꾸기 위해 필요한 실용적 기술들을 익힐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에 상당히 취약하고, '하지 않을 일'을 하지 않는 충동조절에 상당히 취약한 편입니다. 목표로 한 일을 하다가도 다른 것에 흥미가 생기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고는 하죠. 이 서평을 작성하는 과정에도 유산균제품 구입 관련 페이지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글을 마치고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일텐데, 저 자신도 그렇게 하고싶은 의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잘 제어하지 못한 것이지요. 모름지기 '가바'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전전두엽 피질'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을수도 있고요. 어찌됐든 저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 신경전달물질들의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 저자가 제안한 다양한 방법론을 당장 실천해갈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과 '유산균 섭취'가 저에게는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유산균은 충분히 준비해서 부모님과 함께 꾸준히 챙겨먹을 계획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