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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 유 - 내 마음 아는 한 사람
정현주.윤대현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힘든 일상에 지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2.'소진 되었다'라는 느낌을 받는 분들께
3.사랑, 관계, 자존감, 가족의 문제로 마음이 흔들리는 분들께
4.이해와 공감으로 누군가 안아주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마음을 아프게 하는 우리 삶의 흔한 이야기, 그리고 위안
2.삶에 위안을 주는 예술작품들의 이야기
3.사랑, 관계, 자존감, 가족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저자들의 위로와 권함
[이 책의 장점]
1.누구나의 이야기: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흔한 일상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는 비교적 쉽지만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한 사람에게 준 도움이 파급효과를 일으켜 다른 한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 대체 산업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는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위로하는 일은 어떨까요? 미소가 미소를 만들어내고 분노가 또 다른 분노를 낳습니다. 하나의 비인간적 범죄 뒤에는 숨겨진 상처가 있는 경우가 잦습니다. 위로는 상처를 치유합니다. 하나의 위로가 다수의 사람을 이롭게 합니다. 그토록 값진 위로를 이 책은,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을 향해 전합니다. 직장에서, 연애관계에서, 친구간에, 가족간에, 누구나 겪고있고 또 겪게될만한 아픔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수차례 고개를 끄덕일만한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누구나를 위한 처방:지금부터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처방
단정적 해결책을 제시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것들을 나눕니다. 지금을 견뎌낼만한 위안와 위로를, 그럼으로써 언젠가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만큼의 에너지를 줍니다. '왜 몰랐을까?', '그래, 그렇구나' 라며 웃음지을 수 있는 담백한 처방을 제시합니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값진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3.마음의 위로:지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위안의 이야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도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 해결의 기술'이었을까요? 그보다 중요한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우리는 왜 문제때문에 고통받았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등바등 할까요? 그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마음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상처받은 우리 마음을 보듬어줄 위안의 이야기, 지금을 견디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읽기:전반적인 이야기]
'건강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건강한 시절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다가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졌던 어느 시절, 호되게 위 문장의 의미를 깨달았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린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숱하게 상처받고 또 치유된다. 때로는 병원에 가고, 때로는 혼자 앓고 지내며 그 과정에서 배움과 면역을 얻기도 한다. 때로는 무너지기도 하고.
몸의 건강에 관한 문제는 이처럼 일정한 관습적 패턴이 있고 흔하게 경험과 지식을 공유한다. '어디에는 이게 좋다더라', '어디는 어느병원 어느 의시가 잘 본다더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몸의 건강과 연결된 다른 건강의 문제에 관하서는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바로 '마음의 건강'에 관한 문제다. '요즘 좀 우울해, 정신과에 가볼까봐', '내 친구 누가 이런 약 처방받았대, 한 번 알아봐' 와 같은 식의 열린 대화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숨기고, 외면하며, 부끄러워하고, 부담스러워한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할까? 우리는 왜 몸의 건강을 챙기는가? 행복한 삶을 위해서가 아닌가? 행복한 삶은 어디에서 느껴지는가?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그런데, 왜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만큼 돌보지 못하는가? 서로의 건강한 마음을 위해, 지혜와 안부를 나누지 않는가. 정말이지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픽스 유'는 요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오랜기간 방송작가로 많은 사람들과 일상의 삶을 나눈 정현주 작가와, 정신겅강의학과 윤대현 교수가 함께 지은 이 책은, 아무런 대가와 조건없이 우리에게 마음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공감한다. 판단이나 강요없이 그저 응시한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권한다. '이렇게 해보는건 어때?'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이유로, 사랑, 관계, 자존감, 가족, 이별의 문제로 마음의 응어리를 안고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독서는,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의 문제를 견뎌내며, 외면하고 있던 지나간 아픈 문제를 돌아보며 웃음지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워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시간이었다.
[가까이 읽기:나에게 의미가 된 키워드]
1.관점:다르게 보기
71 회사는 원래 힘든 곳이고 전혀 아름답지 않은 곳입니다. 저는 우리가 그걸 우선 받아들여야 한다고 봐요. 원래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면 역설적으로 좋은 점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 사실을 알면 아름답지 않은 일을 견디는 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135 결혼한 사람들이 불행해 보인다고 하셨는데 그 사람들이 유독 불행해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닐 겁니다. 결혼이라는 게 원래 만만치가 않아서 그래 보이는 거에요. 반면, 혼자 사는 건 어떨까요? 역시 만만치가 읺습니다. 사는 건 원래 만만치가 않은 겁니다.
154 사람이나 사랑에 대해 교과서적인 잣대를 들이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대에 어긋날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나를 위해서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나약하며 쉽게 변한다. 전제를 바꿨을 뿐인데 한결 편안하더라고요. 엉망진창인데 그중에 귀한 사람이 있으면 고맙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봐도 나약한 존재니까 그럴 수 있지.
생각해보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것은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함과 남의 족함을 비교하며 힘겨워한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으며, 나 자신을 위한 태도도 아니다. 내가 당연스레 누리고 있는 것들을 하나 둘 씩 포착해간다. 가족, 친구, 집, 오감, 의식, 나아가 존재 그 자체에까지. 시간과 공간과 자연과 우주에까지. 그렇게 당연하지 않은것들을 인식해나가다 보니 내가 당연하게 느껴야 할 것은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오로지 '고마움'밖에 남지 않았다. 기대를 버리고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부당한 것은 싸워야 한다. 하지만 감사해야 할 일에 감사하지 않는 것 또한 부당한 것이다. 나의 존재에, 너의 존재에, 예술과 자연과 세계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늘 품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2.공감:해결하기 보다 공감하기
191 아내가 넋두리를 할 때가 있는데 그건 남편을 비난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공감과 위로를 위해서 하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다르게 생각해요. 내가 무능해서 이 여자를 힘들게 하고 있구나, 속상해하면서 도망을 가죠. ... "당신 많이 힘들었겠구나" 공감하는 한 마디면 되는데 말이죠.
256 친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충분히 들어주는 겁니다. "기분 풀어" "여행이나 가봐"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귀를 기울이며 들어주세요.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슬픔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75 라디오 초보일 때는 사연에 대해 무엇이라 답할까에 집중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드리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공감'이 최고의 해결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여자는 이야기 자체에 목적을 두는 반면, 남자는 자꾸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대화가 어긋나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책을 읽고난 뒤, 남녀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문제와 위로의 상황에서도 함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왜 대화하는가? 타인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감정과 에너지의 소모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듣는다. 왜? 그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행복하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기 때문이다. 이에 조금의 힘듦은 감수하더라도, 소통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 대화의 목적은 '소중한 누군가를 위함'이지, '문제의 해결책 제시'가 아니다. 나 역시도 이러한 실수를 자주 반복하고는 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으면, 어줍잖은 논리로 방법을 제시하려 하기 바빴다. 그것이 상대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상대를 위한 방법이 아님을 안다. 나아가 어설픈 위로가 심지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한다.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편협함과 조급함을 버리고, 상대의 마음과 공명하기 위한 준비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3.가족:보이는 것 너머의 진심
211 역할, 관계, 여가, 이 세가지가 있어야 사람은 행복하다고 합니다. 지금 아버님은 '아버지'라는 역할을 수행 중이신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가수가 콘서트를 하듯이 자식에게 전화를 하시는 겁니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그 분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 "이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소한 질문이라도 던지고 조언을 구하시면 좋습니다. 부모님께 역할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223 "사소한 것이라도 아버지에게 부탁을 해봐. 아이스크림을 사다달라든가, 등본을 뗴는 일처럼 작은 것도 괜찮아. 아버지에게 할 일을 드려. 가족을 위해 일할 때 남자는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거든."
228 이제는 잘 받는 딸이 됐습니다. 저에게 좋은 것을 줄 때 의기양양하게 빛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척척 받고 아주 시나합니다. '하지 마요, 괜찮아'라고 하는게 착한 딸인 줄 알았는데 잘 받고, 잘 드리는 딸이 더 좋은 딸인 것 같아서요.
우리 아버지 역시 뭔가를 자주 권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제껏 나는 그리 정겹게 받는편은 아니었다.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고, 뭔가에 열중해 있을 때는 방해가 되는듯이 느낀적도 있다. 그리 급하지도, 중요해보이지도 않는 것을 왜 저렇게 서둘러서 주려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나누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왜 그 진심을 진작 헤아리지 못했을까, 소통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울리고, 저자를 향한 고마움이 느껴졌던 대목이었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도 그랬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고있다고 생각되면 그 어느때보다 의욕이 넘쳐서 움직이고는 했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때가 없는듯이 말이다. 이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한다. 감사히 받고, 기쁘게 드리며, 부모님의 역할을 즐겁게 수행할 기회를 드리고,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기쁘게 행해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나가며]
참으로 따뜻한 책입니다.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진심으로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