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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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단 하루만 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면 누구를 떠올리시겠습니까? 눈을 감고 상상해봅시다. 당신이 꿈꾸는 그 사람이 된 자신의 모습을요. 잠깐, 조건이 있습니다. 여기서 롤모델은 사회통념상 성공한 사람이 아닌, 자신이 진심으로 흠모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제 한 걸음 물러나 정면에서 그 사람을 바라봅니다. 3인칭 시점입니다. 어떤가요? 행복해보이나요? 이제 시점을 바꿔서 직접 그 사람이 되어봅니다. 1인칭 시점이죠. 당신이 꿈꾸는 롤모델이 되어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이 어떠신가요? 당신이 흠모하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행복하신가요? 그렇다면 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는걸까요? 간극이 있을것이고, 그 간극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개발? 운동? 독서? 스터디? 미라클모닝? 하지만 고전문헌학자 배철현님은,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것이 존재함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에 전율하라고. 그 전율의 소리를 따라 매일 아침 '자기 자신'으로 변모함으로써, 스스로 흠모할 수 있는 자신으로 살아가라고.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39 지혜로운 자에게 역경은 기회다. 그는 그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예상한다. 근는 그 고통을 극복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통해 자신도 놀랄 만한 인간으로 승화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안다.

121 묵상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자신을 스스로 제3자가 되어 가만히 지켜보는 행위다. 나의 생각들을 복기해보면, 그것들은 내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생각들이다. 그러므로 나를 절제함으로써 다음 단계에 어울리는 행위를 생각해낸다. 그런 생각을 연습하고 자신의 몸에 익히는 것이 나의 개성이며 나의 운명이다.

책 <승화>는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인문학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심연-수련-정적-승화'로 이어지는 4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이죠. 네 권의 책은 '위대한 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4단계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심연'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스스로를 강제로 고립시키는 첫 단계입니다. '수련'은 그동안 습득한 생각과 언행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단계죠. '정적'은 수련을 통해 마음의 평정심을 얻는 상태입니다.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면서도 내면의 부단한 움직임을 동반하는'정중동'을 의미하죠. 마지막으로 '승화'는 정적의 단계에서 겸손하게 유유자적할 때 발견되는 정신적 상태로, 승화를 익힘으로써 개인은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자발적으로 지향하게 됩니다. 억지로 애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이지요. 본래 그것이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심연의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개인'으로 거듭나는 4단계 과정, 그 마지막 '승화'

179 나는 내가 처한 환경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으며, 이 세상은 내가 선택한 자유의 정직한 거울일 뿐이다. 내 두 손에 쥔 자유라는 정과 망치를 발휘해 자신에게도 생경하고 감동적인 '나'를 조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과거의 나'라는 환영이나 '타인이 보려는 나'로 전락하는 노예가 된다. 인간은 자유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조각한다.

그렇다면 4단계 변화의 최종 단계인 '승화'에 도달한 '위대한 개인'인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완전무결한 완벽한 인간이 되어있을까요?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승화는 유혹도 시련도 없는 완성된 상태가 아닙니다. 더 높은 차원의 봉우리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유일하고 감동적인 나만의 길을 찾아서 끊임없는 자기극복의 여정에 나섭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별을 발견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쯤에서 '누군가'가 떠오르는 독자님이 있다면 참 반가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사람을 떠올렸거든요.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입니다. 그리고 그가 주창한 '위버멘쉬'입니다. 저자의 철학은 독창적인 개성을 띄면서도 니체의 철학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니체는 '낙타-사자-어린아이'로의 3단계 성장을 강조했죠. 세상의 의무를 기꺼이 짊어지는 '낙타'에서, 외부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중심을 갖추는 '사자'로, 나아가 자신만의 기준과 질서를 창조하며 삶을 하나의 유희로서 즐기는 '어린아이'의 단계에 이르는 변화입니다. 개인적으로 고난의 시기에 니체를 만나 위로와 희망을 얻었기에 저 역시 이러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낙타-사자'는 어느정도 체화할 수 있었지만 '어린아이'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 참 난감하고 어려웠습니다. 평생을 낙타로 살아왔으니 1단계는 껌이었고,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문제제기를 통해 2단계 사자가 되는것도 어렵지 않았죠. 하지만 '주체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저였기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고 살아온 저였기에, 내면의 질서를 재구성하고 창조적인 삶을 산다는것인 영 어색하고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승화'를 비롯한 4권의 시리즈는 저에게 굉장히 반가운 선물이었습니다. '어린아이'로 살기 위해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삶으로 가져와야 할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명료한 언어로 던져주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제안한 4단계 과정은 저에게, 니체가 말한 3단계 변화의 마지막 단계인 '어린아이'가 되기 위한 지름길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책을 완독하고 책의 메세지를 염두에 두고 생활해온 지난 1주일 사이 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일상의 나쁜 습관들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억지로 애를 쓰며 참는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말입니다. 자연히 일상의 생활패턴도 아주 간결해졌지요. 몸과 마음이 경쾌하고 가벼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키워드인 '취미'챕터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취미가 나의 존재를 정의한다

p.142 '취미'는 '나'라는 존재를 비교적 정확하게 정의하는 그 무엇이다. 취미는 도시 안에 거주하면서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위치를 찾으려는 독보적인 놀이다. 나의 직업은 생계를 보장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직업은 공동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순응과 충성이 미덕이며, 이 미덕은 종종 개성보다는 체면 지키기와 통일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취미는 다르다. 내가 나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간과 정성을 바쳐 즐기는 창조적인 행위다. ... 취미는 자신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하고 자신이 의도적으로 선택하기도 하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취미는 생업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닌 모든 것입니다. 통상적 의미의 여가 뿐만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자주 떠올리는 생각이나 자주 하는 말, 무의식적으로 좋아서 자주 하는 행위들을 포함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취미'가 '나'라는 존재를 정의한다는 사실입니다. 간결한 문장이지만 순간 눈을 크게 뜨고 감탄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내 곧장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문장이 떠올랐죠. 건강과 관련된 책에서 이 문장을 읽은 이후로 저는 음식을 가려먹습니다. 직관적으로 납득할 수밖에 없는 문장이었기에, 자연스레 삶의 원칙으로 가져오게 되었죠. 그래서 탄산음료나 글루텐이 함유된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자 합니다. 맛은 부족하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들도 기꺼이 기분좋게 챙겨먹죠. 그것이 곧 나를 구성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 몰랐을까요? 내가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들 또한 '나'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요. 원인은 결과를 만들고, 오늘의 결과는 내일의 원인이 됩니다. 오늘의 잘 산 하루는 내일의 더 나은 나를 잉태하게 될 것이고요.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원리지만 마음을 울리는 문장에 실려 전해진 메세지는, 즉각적으로 변화의 의지를 이끌어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를 위해 좋은 음식을 먹듯, '더 나은 나'를 위해 좋은 취미를 스스로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A simple way to break a bad habit
A simple way to create a new me

56 개인이 자립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갈고 닦아 스스로 훈련하지 않는다면, 그는 늑대를 따르는 양으로 전락해 비참한 운명에 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깨어 있는 국민 한 사람이 곧 국가다. 양심의 발견이 깨달음이며, 양심의 훈련이 교육이다. 자신만의 양심에 복종하는 행위가 자유이며, 다른 사람의 양심을 경청한는 행위가 배려이자 친절이다. 

56 자신의 양심을 들여다본 적이 없어 양심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가 무식이며,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언행이 수치다. 나는 이 양심의 소리에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떠드는 허망한 소문에 순응할 것인가?

저자의 '승화'가 가진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자발성'입니다. 변화를 위해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아닌, 심연의 목소리에 귀기울임으로써 자발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쯤에서 떠오르는 영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Judson Brewer의 A simple way to break a bad habit라는 TED 강연영상입니다.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제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의욕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역, 책세상, p. 41

나쁜 습관을 고치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는 이 영상은, 그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제안합니다. 나쁜 습관을 행할 때 우리는 보통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내면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관찰하는 마음챙김을 일깨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의 눈을 통해 나쁜 습관이 나에게 주는 악영향과 불쾌함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자발적이며 자연스럽게 그 습관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억지노력이 아닌 자발적 변화라는 점에서 저자의 '승화'와 무척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두 키워드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자발적 변화의 과정에서 무엇에 중심을 두고 주의를 기울이느냐죠. 저자는 줄곧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심연의 명령을 따르라는 것이죠. 반면 '마음챙김'의 통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지혜로운 선택' 에 가까워 보입니다. 나쁜 습관이 나에게 주는 느낌과 결과를 알아차림으로써 보다 현명한 결정을 하게 만들죠. 저자의 승화가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마음챙김의 지혜는 '보편'에 가까이 서 있다는 것이 저의 해석입니다. 보편적 지혜와 자발적 의지, 모두가 성장과 변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주체성과 자발성의 부족이 고질적 문제였던 저로서는 후자가 더욱 절실했습니다. '마음챙김'을 하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심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죠. 나쁜 습관을 나쁘게 여긴다는 것은 나의 영혼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의지와 달리 반복적으로 행하게 되니, 당연히 수치심과 불안감이 발생하게 되겠죠. 삶은 자연히 행복으로부터 멀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심연을 들여다보고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양심의 명령에 따라 행동한다면, 현실의 자아는 이상적 자아와 일치하게 되고 수치심과 불안감도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 좋은 취미가 가져올 좋은 기분은, 또 다시 좋은 행위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승화'가 '자발성의 수레바퀴'의 동력원이 될 수 있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만나볼 색다른 세계

116 나의 순수한 열망이 모든 것을 제거하고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는 집중과 만나면, 새로운 경지가 등장한다. 그것이 묵상이다. 열망이란 자신의 육체와 세상의 쾌락보다 더 숭고한 빛을 자신의 삶에서 구현시키기 위해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책의 구성을 간단하게 소개하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책은 '승화'에 이르기 위한 28개의 키워드와 그것에 대한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출간된 3권의 시리즈와 마찬가지죠. 반복해서 읽을때마다 다른 맛을 주는 키워드와 이야기가, '삶'과 '나'에 대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난 나로서,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북돋우죠. 익숙한 키워드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취미'라는 흔해 빠진 단어로부터 "나 라는 존재를 정의한다"는 색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해석된 취미'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그려보게 되듯 말입니다. 

응시가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287 로마 시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간의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다른 단계로 도약시키기 위해 나태한 지금을 각성시키는 훈련사를 '헤게모니콘'이라고 표현했다. 헤게모니콘은 나를 장악하는 일종의 감시자다.내가 흠모하는 미래의 나를 만들기 위해 현재의 나에게 조언하는 엄격한 마음의 스승이다. 자신의 심연을 응시하는 훈련을 한 사람이라면 그 스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스승은 항상 "너는 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주지 말고 자신을 응시해야 하며, 자신다운 자신이 최선이라고 알려준다.

3년 전의 저에게, 깊은 우울과 절망에 빠진 사람을 위해 무엇을 권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고민끝에 정신과 진료를 제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당장 글부터 쓰라고. 무엇이 됐건 쓰기 시작하라고. 당장의 생각과 감정과 느낌을 반영하는 그 무엇이든 괜찮으니 일단 쓰기 시작하라고. 그만큼 '언어의 힘'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절망의 수렁에서 길을 잃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상황과 생각과 감정과 불안과 수치심을 '선명한 언어'로 '분명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신의 심연을 '응시'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바로 그 응시로부터 시작됩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도 외면하지 않고 똑똑히 응시하겠다고 단호히 선언할 때 비로소, 막연한 공포로부터 분명한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다시 술을 마시던 어린왕자 속 주정뱅이는 결코 술을 끊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지금 여기'의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응시가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승화, 절망을 극복하는 강력한 무기

불행과 행복 사이에는 결코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도 종종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행복한 사람도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니체에 의하면 행복은 승화된 불행이며, 불행이란 아직 수용되지 않고 작업되지 않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은 '승화'다. ... 삶의 예술가는 자신의 힘을 "작품이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자신에 사용"해야 한다. ... 우리가 우리 자신을, 우리의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창조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필요로 한다.
-이진우 ·백승영, 『인생교과서 니체』, 21세기 북스,  P.55

261 절망이란 희망이 떨어져나간 상태다. 희망이란 자신이 원하는 꿈이 있어서 그것을 추구할 때 생기는 자신감이다.

우리의 불안과 우울은 대부분 모호함으로부타 비롯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언어는 모호함의 장막을 단숨에 벗겨냅니다. 하나의 단어를 익힌다는 것은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획득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승화를 삶으로 가져온다면 불안한 미래도, 수치스러운 과거도, 그 어떤 어두운 무엇이라도, 새로운 나를 가꾸기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 단숨에 거듭납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원치않는 미래를 이끌어내지 않기 위해 나는, 기꺼이 새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했습니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은 승화라고.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창조하기위해서 우리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고. 모든 과거를 승화시킨 사람은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모든 미래를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자신있고 당당할까요? 모든 현재를 승화시키는 사람은 얼마나 성장의 기쁨을 누리게 될까요? 체화된 승화와 더불어 자유롭게, 당당하게, 기쁘게 성장해 나갈 새로운 나를, 새로울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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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시작하는 어션영어의 진짜 기초영어 - 알파벳부터 파닉스, 단어, 문법, 패턴, 회화까지 한 권에 어션영어의 진짜 기초영어
어션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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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불러일으킨 일상의 변화는 실로 엄청납니다. 저에게는 배움의 영역이 특히 그러합니다. 직접 대면하기 어려웠던 숨은 고수들의 영상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제가 생각하는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영어를 제법 재미없게 배웠거든요. 하지만 유튜브 영상을 통해 영어를 향한 새로운 관점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예전과 다른 시선과 접근법으로 영어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양한 도움을 받았지만 '문법'이 특히 그랬습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암기'의 대상이었던 '문법'이 나름의 맥락과 이유를 가진 규칙체계임을 이해하게 되었고 영작과 독해가 한결 가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자체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문법을 향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 그것이 제가 경험한 영어에 대한 인식전환의 시작이었습니다.

<어션영어의 진짜 기초영어>는 유튜브 영어 학습 채널 <어션영어>의 운영자가 쓴 영어입문서입니다. 제목 그대로 진짜, 진짜 초보자를 위한 영어 기초내용을 담았습니다.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Intro-왕초보 과정'에서는 알파벳과 발음, 기초문법을 소개합니다. 'Part1-초보과정'에서는 be동사와 일반동사를 활용하여 '나'에 대해 말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 때 나의 기분, 상태, 직업, 위치, 하는 일, 하고 있는 일, 과거에 했던 일, 미래에 할 일 등을 표현해보는 과정에서 형용사, 명사, 전치사명사, be동사, 일반동사 등 주요 문법요소들을 연습함으로써 문법의 기초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Part2-기초과정'에서는 Part1에서 배웠던 내용을 다양한 사례에 응용해봄으로써 활용의 범위를 넓힙니다. 'Part4-의문사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기'에서는 앞서 배웠던 '나'에 대한 표현을 넘어 실전대화를 위한 회화용 표현들을 배우고 연습합니다. 주로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질문과 대답의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독학'을 위한 자료가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가 저술한 책 답게 '어션영어'채널에서 직접 저자직강 해설강의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직접 연습하고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빈번하게 주어지죠.

MP3를 다운받아 반복해서 들어보며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http://www.dongyangbooks.com/reference/reference_010100-view.asp?search_kind=&search_text=&s_header_no=&bidx=11&gotopage=1&bsno=38858

영어 공부를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분들께, 기초부터 차근차근 독학으로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영문법 기초를 익히고 영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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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은 숫자에 강합니다 - 모든 것이 데이터로 쌓이는 시대, 숫자와 팩트에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나카오 류이치로 지음, 이정현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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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무리의 외국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옵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발, 나한테 말 시키지 마라..." 그렇게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은 저에게 늘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영어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에서 쥐부터 나기 시작했죠. 그런 저의 오래된 영어불안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넷플릭스를 활용한 섀도잉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좋아하는 '영화'를 통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니 영어를 향한 태도가 뿌리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죠. "그렇구나.. '기호'가 아닌 '언어'구나. '시험문제'가 아닌 '소통'을 돕는 값진 보물이었구나." 영어공부가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사적인 불안이나 이질감을 해소한 것 하나만으로도 기존의 영어실력을 훨씬 잘 발휘하게 되었고 전보다 빠른 속도로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영어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꾼 것은 눈 앞의 '시험점수'를 획득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에 감응함으로써 경험의 반경을 넓혀나가야겠다는 의지와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삶으로 들여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배우고 싶었던 '언어'는 따로 있습니다. 영어만큼 오래 배웠지만 영어보다 더욱 두려운 언어, 바로 '숫자'입니다. 문과 출신에 점수를 맞춰 진학한 경영학과에서도 숫자는 늘 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회계를 공부할 때는 대변과 차변의 유기적 연결이 종합적으로 파악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죠. 그래서 늘 눈 앞의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기계적으로 암기했고, 응용문제를 푼다거나 배운것을 일상에 적용한다는 것은 시도조차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학적 능력을 활용하는 영역에서는 늘 움츠러들었고, 저의 역량을 발휘하여 즐겁게 도전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삶의 반경이 좁아졌죠. 일상에서 누릴 수 있었던 성장과 기쁨의 기회도 줄어들었을겁니다. 그랬던 제가 최근 숫자를 다루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끓어오르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식을 시작한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헤어진 애인을 잊고 싶으면 주식을 시작해라. 원금 회복할 생각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헤어진 애인이 없던 저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떠나간 돈이 마치 헤어진 애인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씨젠과 함께 떠나간, 알테오젠과 함께 떠나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함께 떠나간 저의 소중한 돈이 말입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숫자와, 수치와, 도표와, 차트와 친해져야겠다고. 그래서 그들을 해석하게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저의 오래된 숫자 공포증을 이겨내고 새로운 역량을 발휘하며 훌륭한 개미투자자가 되고싶다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숫자에 강합니다>를 집어들면서 기대한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숫자와 친근해지는 것. 둘째, 일상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셋째,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지표 관련 수치해석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실 원래는 이런식으로 서평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의 구성과 흐름부터 소개하죠. 하지만 이 책을 빠르게 일독하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독서의 목표를 또렷하게 구체화한 뒤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소개된 '가설사고'를 체화한 덕분입니다. 결과에서 출발하여 역순으로 거슬러 생각해오는 '가설사고' 입니다. 물론 누구나 나름의 목표를 갖고 독서를 시작합니다. 저도 쭉 그래왔고요. 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또렷하고 선명하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독서의 과정과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는 것이 제가 이번 독서에서 얻은 배움입니다. 목표를 정해두고 독서하면 시점이 좁하지고 사고가 편협해지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목표의 설정과 동시에 '메타인지'가 각성되며 "내가 이것을 배웠구나"를 넘어"내가 목표하지 않은 이것도 배워야겠다"까지 생각이 확장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을 읽을때는 '각성감'이 유지됐지만 그렇지 않은경우 의식이 흐려지고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거든요. 하지만 책의 목표와 챕터의 목표를 정해두고 읽기 시작한 이번 독서에서는, 제가 불편하고 어렵게 여기는 소재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각성감과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서평도 '저자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저의 독서목표'를 중심으로 전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관점'으로 해석한 '책의 관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만큼 이 책의 독서가 저의 사고체계와 독서관에 가져다 준 변화는 제법 컸습니다. '독서법'관련 책이 아니라 '숫자'에 관한 책이 독서관을 변화게 했다는 것, 이 또한 독서의 예측불가능한 즐거움인인 것 같습니다.  

책에 관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숫자'라는 '비즈니스 언어'를 체득함으로써 업무능력을 키우고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비지니스 언어로서 숫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본적 사고방식을 제안하며, 비지니스에서 숫자를 활용하여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 도구와 전략을 알려줍니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샌상성, 데이터 분석, 돈 센스, 리더십, 숫자 사고의 힘을 키우는 일곱가지 프레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업무능력의 향상을 위해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숫자와 친해짐으로써 일상의 생산성을 키우고 재테크감각을 키우기를 기대하는 분들께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 '숫자'로 사고함으로써 의식과 사고가 선명하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목표를 숫자로서 부분명히하니 그 과정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 개운했습니다. 저의 경우 생각이 너무 많은것이 큰 단점이거든요. 그래서 어느순간 생각이 삼천포로 빠지고 한참을 헤메다 돌아오는 바람에 생산성과 능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분명히 해보자고 이따금 다짐을 해봤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숫자'로 사고하고 목표에 숫자를 명시한다는 미묘한 차이가 '결과'와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의 선명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영어'에 대한 관점을 바꾼 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처럼, '숫자의 세계'를 일상으로 가져옴으로써 단조로운 일상을 훨씬 풍요롭고 선명하게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생산성'과 관련된 '1장-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비밀'이었습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딴생각으로 인해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일하던 저에게 가장 솔깃한 주제였죠. 생산성을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인수분해', 'ROI 사고', '가설사고'가 그것입니다. 첫째, '인수분해'는 업무를 작은 부분으로 쪼개는 것입니다. '마감일'에 맞춰 막연히 채워가는 것이 아닌, 세부 영역별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공수관리'라 표현합니다. 이를통해 부분별 진척도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업무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어려운 과제 앞에서 그 크기와 무게에 압도되며 회피하게 되는 성향이 있는데요, 이처럼 작은 부분으로 쪼개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진행일정을 구체화하고나니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나며 즉각적으로 시작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큰 일을 앞두고 불안이 커지며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께 '인수분해'는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는 'ROI사고' 입니다. ROI는 Return on Investment의 약자입니다. 분자가 Return이고 분모가 Investment죠. 요즘 물건을 살 때 흔히 '가성비'를 따지죠? ROI는 투자 대비 성과를 의미합니다. 분모의 투자를 최소화하고 분자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ROI사고의 지향점입니다. 저의 경우 생각이 많은 성향이 더하여 지나치가 사전조사나 고민에 큰 에너지를 쏟는 경향이 있습니다. 완벽주의와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점검하고 걱정하느라 즉각적으로 시작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더라도 고민과 준비와 걱정에 큰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에 그다지 기쁘지가 않더라고요. 생산성 자체도 문제입니다. 하나의 완벽한 결과를 준비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시간에 적당한 서너개의 결과를 가볍게 달성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텐데 말입니다. 편협한 관점에 갇혀있을 때는 그게 잘 안보이더라고요. 고민과 걱정의 무게에 압도되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ROI의 태도를 굳건히 지켜가려고 합니다. 근심과 걱정과 고민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질수록 성과의 의미도 퇴색될 수 있음을, 나 역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셋째는 '가설사고'입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료분석을 통해 구체적 가설을 세우고 단계적 검증을 통해 중요한 것부터 실천해나가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던 이유 중 하나가 '무질서'였습니다. 명확한 계획없이 잡히는대로 중구난방으로 일을 해나가다보니 딴 생각도 많고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부터 생각하는 '가설사고'를 적용하니 그 과정과 결과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목표를 또렷이 해야합니다. 가설을 세우려면 단계적 절차를 수립해야하죠. 그것을 검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가시적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고 어디까지 왔으며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알고싶지 않아도 알게되죠.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향상되고 그 과정도 재미있어졌습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세 가지 도구인 '인수분해', 'ROI사고', '가설사고' 세 가지 만큼은 당분간 곁에 지니며 꾸준히 체득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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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때, 심리학 -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하는 심리전략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야 안돼~~~" <비상대책위원회>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개그콘서트의 코너였습니다. 유치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테러범의 협박이 들어옴에 따라 경찰은 간부에게 아이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보고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경찰간부 김원효씨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돼~~~"를 외칩니다. 유치원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면 아이들을 즉각 대피시켜야 하는것이 당연할텐데 도대체 왜 안된다는걸까요? 그 이유가 기가 막힙니다. "아이들에게 대피하자고 말하면 말을 듣겠냐? 막 울겠지? 왜 우냐고 물어보면 친구랑 싸웠다고 하겠지? 왜 싸웠냐고 물어보면 쟤가 먼저 때렸다고 하겠지? 왜 때렸냐고 물어보면 쟤가 놀렸다고 하겠지? 왜 놀렸냐고 물어보면 쟤가 먼저 놀렸다고 하겠지? 왜 먼저 놀렸냐고 물어보면 쟤가 어제 먼저 놀렸다고 하겠지? 한참을 놀리고 앉아있다니까? 이러는데 언제 어떻게 어디로 대피시키냐? 안돼~~~" 라는 식이죠. 어처구니 없는 이유이지만 넋놓고 듣고 있자니 그럴싸하게 들리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코미디같은 일들이 평소 우리의 머릿속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면, 믿으실까요? 그것도 우리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불안'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처럼 과장되고 비논리적인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독일의 대표적인 심리학자 도리스 볼프가 <불안할 때, 심리학>에서 밝히고 있는 사실입니다.

https://youtu.be/TVl5dNVwUv8?t=77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능력은 과소평가하니, 그러니 불안하지요.

p.55 정리하면, 불안은 대부분 특정 상황의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그 위험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은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생긴다. 상황과 자기 능력에 대한 평가는 어린 시절에 이미 모두 배우기 때문에 불안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불안할 때, 심리학>은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하는 심리전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전략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안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이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경험의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불안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익힌다면, 우리는 우리의 역량을 힘껏 발휘하고 다양한 경험을 향해 용감하게 뛰어듦으로서 삶의 기쁨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누구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불안을 뛰어넘어야만 합니다.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불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Part1은 '불안의 탄생'이라는 부제 아래 본질적으로 불안이 무엇이며 우리가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앞서 불안을 부정적인 느낌으로 표현했지만 불안은 본래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입니다. 호랑이가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음에도 룰루랄라 무사태평이라면 살아남기 힘들겠죠. 문제는 '과장된 불안'입니다. 굳이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확대해석하여 과장된 불안을 느끼는 경우이죠. 김원효씨가 상대방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야 안돼~~~"라고 말하던 경우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의 경우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틈도 없이 "야 안돼~~~ 난 안돼, 난 못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한계짓는 경우가 되겠죠. 김원효씨의 개그를 보며 웃음지을 수 있듯, 우리가 반사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이 알고보면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면, 불안에 떨지 않는것을 넘어 언젠가는 그런 자신을 보며 미소지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불안의 타당성을 검증함으로써 비합리적 불안에서 해방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주장하는 핵심 요지입니다.

상황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은 결국 우리의 결정이다.

p.63 불안은 개인의 결정이다. 모두가 특정 상황에서 얼마만큼 불안을 느끼고 싶은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p.105 세상만사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평가를 최대한 사실에 맞추어 점검하자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불안을 검증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책의 Part2부터 본격젹으로 '불안 해소를 위한 기본 8단계 전략'을 소개함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1단계-불안 목록을 작성해보자', '2단계-감정의 ABC에 맞추어 분석해보자'에서 시작하여 8단계까지 이어지는 전략은 각각의 단계를 거치며 불안을 또렷이 응시하고 그것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검증합니다. 나아가 그것을 극복한 새로운 나로 성장하도록 만들죠. 특히 2단계에서 제시하는 '감정의 ABC'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A는 '상황'입니다. B는 '평가'입니다. C는 '감정, 신체 반응, 행동'입니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과정을 3단계로 도식화 한 것이죠. 예를들어 A-운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B-사고가 나서 자신이 다치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C-불안하고, 손발이 떨려, 운전을 포기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불안을 또렷하게 도식화하며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참 유익했습니다. 나아가 3단계에서 6가지 질문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데요, Q1-당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가? Q2-당신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상황이 실제로 불쾌할 수 있다면,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Q3-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건을 막을 방법이 있는가? Q4-만일 위험한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Q5-다른 사람도 당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거나 그 상황을 기피하는가? Q6-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피한다면 무엇을 잃을 거 같은가? 등과 같은 질문입니다. 이를 통해 운전 중 사고의 현실적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것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어날 경우 내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같은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것이 두려워 운전을 회피했을 때 결국 내가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 생생하게 상상해보죠. 이처럼 8단계 전략은 불안의 현실성을 검토하고 대응방법을 수립하며 극복을 위한 용기와 의지를 북돋우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종의 워크북처럼, 모든 사례에 범용성있게 적용 가능한 전략을, 독자가 직접 일상에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참 실용적이었습니다.

사회불안에 빠져있던 사이, 내가 놓쳐버린 소중한 기회들.

p.54 몸과 마음은 하나기 때문이다. 신체질환이 공포를 불러올 수 있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 아플 수 있다. 

p.77 회피하면 당장의 불안은 면할 수 있지만 삶의 반경이 현격히 줄어든다. 불안을 면한 대가가 너무 혹독하지 않은가. 또 삶을 적극적으로 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안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힘들지만 노력하지 않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회피 전략은 그 상황이 실제로 위험할 때만 의미가 있다.

저의 경우 약간의 사회불안이 있습니다. 주목받거나 무대에 설 때 긴장감에 몸이 떨리는 바람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을 연습하며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독서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저의 사회불안 너머에 존재하는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입니다. 저자는 심리학자답게 불안 너머에 존재하는 심리적 원인에 대해서도 다루는데요, 저의 경우 "나는 완벽하게 잘 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와, "나는 남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다, 비난받거나 거부당하고 싶지 않다"는 '인정욕구'가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여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적어도 비난받거나 거부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불안해하며 스스로를 혹사시켰던 것이죠. 하지만 8단계 전략을 적용하며, 특히 '감정의 ABC'에 따라 나의 불안을 분석해보니 그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태도였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불안을 언어를 통해 낱낱이 들여다보고 나니, 희미하고 막연하게 느껴왔던 불안이 얼마나 과장되고 허황된 것이었는지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 때문에 회피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기회들, 그로인해 놓치게 된 아쉬운 경험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좋은 사람과 진심으로 교류할 수 있었던 기회, 새로운 도전속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 새로운 경험속에서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기쁨처럼 말입니다.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심리기술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 근본적으로 바뀌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과 함께한 지난 1주일 동안 '감정의 ABC'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저의 경우 ABC로 도식화한 뒤 Q1을 통해 현실성을 검증하고 Q4를 통해 나의 대응방법을 구상하며, Q6를 통해 내가 놓치게 될 소중하고 아쉬운 것들을 떠올려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보다 용감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보다 용감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고 자신하게 된 고마운 독서였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과 삶을 받아들이기

p.66 우리의 목표는 목표 실현을 방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방해하는 불안은 극복하고, 실제 위험을 경고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불안에 대해서는 그 대처법을 배우는 것이다.

p.247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신뢰를 선사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 한 켠에 불안을 품고 있습니다. 때때로 그것은 우리를 구해주죠. 코로나에 대한 불안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하고 우리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만들어주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과장된 불안에 움츠러듭니다. 우리의 역량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불안한 상황을 회피하게 함으로써 소중한 성장과 기쁨의 기회를 앗아갑니다. 그러니 이제는 거울 속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봅시다. "야, 안돼~~~"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마음 속 불안을 똑바로 붙잡고 물어봅시다. "정말 안돼?" 감정의 ABC를 통해 분석하고 8단계전략을 통해 불안을 뛰어넘다보면 어느새 그 불안이 이렇게 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고뤠??? 그치? 내가 좀 과장했지? 그럼 사람 불러야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으로다가" 언제든 불려나올 그 사람이 우리를 용감하고 생기있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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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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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나갑니다. 다음 질문의 답을 고르시오. 조선을 건국한 사람은? 정답은 '이성계'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역사'를 묻는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특별한 역사적 사건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성계 혼자만의 함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일입니다. 동료들이 있었을겁니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하고, 새 나라의 틀을 갖추는데 기여한 역사의 개척자들이 함께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기여를 했던 세 사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입니다.

<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는 조선건국의 역사를 담은 이야기책입니다. 단편적인 사실을 건조하게 전하는 것이 아닌,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렸습니다. "왜 이래? 나, 고려 권문세족이야!"처럼 재치있는 소제목으로 이목을 끌기도 하고 재치있는 삽화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고려 말에서 조선 건국을 거쳐 조선의 기틀을 다지는데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훑어나가지만 단순히 시대를 따라가며 사실을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강약을 조젏하며 리듬을 탑니다. 조선 건국의 히어로인 세 사람, 이성계와 정도전과 이방원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나라를 건국한다는 것이 단순히 힘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요. 저는 단순히 이성계의 위화도회군만으로 조선이 건국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정도전의 '개국 전략'과 '기본 설계'가 없었다면, 이방원의 '걸림돌 제거'와 '기반 다지기'가 없었다면 조선건국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큰 일을 해내기 위해서 작은 과정들을 꼼꼼하게 대비하고 성실하게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떠올려보게 되었죠. 초등~중학생즈음의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책으로 보이는데요, 아이들이 역사를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삶의 지혜도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소소한 역사속 에피소드를 듣는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정도전의 호 삼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 정도전이 충청도 단양의 외갓집에 살 때 큰 홍수가 났는데, 이 때 강원도 정선에 있던 산봉우리 세 개가 단양으로 떠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선에서는 "우리 봉우리가 단양으로 갔으니 세금을 내라"고 억지를 부렸고 단양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정선에 세금을 바쳤다고 합니다. 이 때 소년 정도전이 나타나서 "우리가 산봉우리를 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왜?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필요 없으니 가져시오"라고 말했고 이후 단양 백성들은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자신의 호를 지을 때 '세 봉우리'를 뜻하는 '삼봉'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똘망똘망하게 듣고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도 당장 조카 세인이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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