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ㅣ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8월
평점 :
문제 나갑니다. 다음 질문의 답을 고르시오. 조선을 건국한 사람은? 정답은 '이성계'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역사'를 묻는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특별한 역사적 사건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성계 혼자만의 함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일입니다. 동료들이 있었을겁니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하고, 새 나라의 틀을 갖추는데 기여한 역사의 개척자들이 함께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기여를 했던 세 사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입니다.
<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는 조선건국의 역사를 담은 이야기책입니다. 단편적인 사실을 건조하게 전하는 것이 아닌,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렸습니다. "왜 이래? 나, 고려 권문세족이야!"처럼 재치있는 소제목으로 이목을 끌기도 하고 재치있는 삽화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고려 말에서 조선 건국을 거쳐 조선의 기틀을 다지는데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훑어나가지만 단순히 시대를 따라가며 사실을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강약을 조젏하며 리듬을 탑니다. 조선 건국의 히어로인 세 사람, 이성계와 정도전과 이방원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나라를 건국한다는 것이 단순히 힘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요. 저는 단순히 이성계의 위화도회군만으로 조선이 건국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정도전의 '개국 전략'과 '기본 설계'가 없었다면, 이방원의 '걸림돌 제거'와 '기반 다지기'가 없었다면 조선건국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큰 일을 해내기 위해서 작은 과정들을 꼼꼼하게 대비하고 성실하게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떠올려보게 되었죠. 초등~중학생즈음의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책으로 보이는데요, 아이들이 역사를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삶의 지혜도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소소한 역사속 에피소드를 듣는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정도전의 호 삼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 정도전이 충청도 단양의 외갓집에 살 때 큰 홍수가 났는데, 이 때 강원도 정선에 있던 산봉우리 세 개가 단양으로 떠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선에서는 "우리 봉우리가 단양으로 갔으니 세금을 내라"고 억지를 부렸고 단양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정선에 세금을 바쳤다고 합니다. 이 때 소년 정도전이 나타나서 "우리가 산봉우리를 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왜?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필요 없으니 가져시오"라고 말했고 이후 단양 백성들은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자신의 호를 지을 때 '세 봉우리'를 뜻하는 '삼봉'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똘망똘망하게 듣고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도 당장 조카 세인이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