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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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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타로카드를 보았다. 친구들과 재미삼아 보러간 것인데, 내가 고른 카드를 보며 타로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남성적인 기운이 강하네" 그 말을 듣자 친구들을 포함해서 나 역시도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로도 나는 보통 여성들에 비해 남성스러운 면모가 많은 편이다. 그런 면을 익히 알고 있는 친구들도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재미로 보는 타로에서도 그런 카드가 나오다니!

 

그래서 신간 추천 페이퍼를 쓸 때에도, 이 책이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아들 같은 딸'로 여겨지는 나는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잘 이해한다고 생각해와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다른 여성들 보다 조금 남성스러운 면이 있을 뿐, 천상 여자임을 깨달았다. 그 정도로 깊은 남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는 말이 표지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를 꾀하고 싶은 남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남자들의 마음을 분석해놓은 일련의 글들을 보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주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면 좀 더 자신의 삶에 솔직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주변 남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선뜻 입 밖에 말을 꺼내기 어렵기도 하다. 만약, 여자의 마음을 들어낸 책을 읽으라고 권유 받았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남자를 위하여'를 읽으며 내가 겪어온 다양한 남자들이 떠올랐다. 가깝게는 아빠와 동생부터 멀게는 잠깐 스쳤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남자들 까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온 사람들의 변화를 곱씹어 보기도 했다. 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아빠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우리 아빠도 대한민국의 많은 가장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우리 아빠는 눈물이 많으시다. 심지어 우리 엄마보다도 더! 가족이 함께 슬픈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언제나 먼저 눈이 빨개지는 건 우리 아빠. 그 다음 순서는 그런 아빠를 닮은 나다. 그리고 엄마는 웃으면서 둘이 눈물을 흘린다며 부녀를 번갈아 보신다. 어쨌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아빠여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남자라는 존재에 한정되어있지만, 사실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봤을 때 공감할 만한 주제도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의 방어기제를 이야기하는 챕터인, '남자는 두려운 대상을 비난한다'의 경우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무릎을 치며 읽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남자들은 자기 내면의 불안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감정 전체를 콘크리트로 밀봉해놓고 지낸다. 감정을 그러내지 않을수록 성숙한 사회인이라 생각한다. 어쩌다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을 나약함이라고 인식하거나 심지어 패배감으로 느끼기도 한다."

 

20대 초반의 내 일기장을 보면, 가장 많이 있는 글이 아마 '강해지고 싶다', '나는 강하니까 괜찮아'이런 식일 것이다. 애니어그램 8번인 나는, 나의 중심에 이런 생각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20대가 되서야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저 대목을 읽으며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시간이 더 지나고,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때만해도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성이기에 감정 표현이 더 풍부하고 자유로워서, 콘크리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라면, 남자들은 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남자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남자다워서 남자를 잘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자만(?)을 부숴주기도 했고, 남자에 대한 책이라고 다른 별 이야기처럼 읽다가 나의 모습을 읽어서 공부가 되기도 했다. 저 깊은 속까지 파헤쳐지는 이야기가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기도 했다. '모두를 위하여' 읽어 볼 만한 '남자를 위하여'였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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