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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귀농을 꿈꾼 적 있다. 자식농사를 짓고나면 당연히 실제 농사를 지으러 귀농하는 것이 노년의 당연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 때 갔던 농활에서 당연할 것 같던 그림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농사를 돕는 것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힘들고 벅찼던가! 그로부터 몇년 후, 접하게 된 이 책의 제목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농사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아갈 수 있는 '정원'이라는 공간. 정원이라는 그림은 꿈꿔봐도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폈다.

 

 

 

 

 

 

'어딘가에 내 집을 갖고 한 조각의 땅을 사랑하며, 그 땅을 단지 관찰하거나 그림으로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경작하여 식물을 재배하고 농부들이나 목장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맛 보는 것' 140p

 

 

 

그렇다. 나는 단순히 자연과 가까이 하기 위해 귀농을 꿈꿨던 것이 아니다. 집와 일터를 일치시키고 늘 그 공간에 상주하며 아끼고 싶었던 것이다. 애정을 쏟고 시간을 투자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영혼이 쉴 수 있는 정원을 갖는 일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부지런히 흙을 일구고, 놀러오는 나비와 눈을 맞추며 자연과 함께 사는 곳이겠다. 그러나 내가 애정을 주고 시간을 쏟을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어디든 가능하겠다 싶은 것이다. 마침 나는 곧 독립을 앞두고 있다. 작은 원룸에서 어떻게 꾸리고 살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다. 그 곳엔 꽃을 심을 수 있는 토양이나, 딸기를 심을 공간은 없지만 내 영혼이 쉴 수 있는 정원과도 같은 곳이 될 것이다.

 

 

 

 

나만의 공간을 염원하는 데는 그럴만한 역사가 있다. 유년시절에는 단 한 번의 이사를 경험했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정말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다. 기숙사부터 고시원까지. 짐을 꾸리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거처를 옮겨다니는 것에 싫증이 나있었다. 그 과정이 반복될 수록, 나만의 단정하고 산뜻한 공간을 꿈꾸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틈이 나면 예쁜 가구를 구경하거나, 인테리어 팁 같은 것을 공부하곤 했다.

 

마침 독립을 앞두고 이 책을 접한 것에 참 감사하다. 비록 그 곳에는 정원은 없겠지만, 내 공간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 자세를 배웠다. 그곳은 곧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 믿는다. 그만큼 내 공간을 더욱더 사랑해야지.

 

'정원'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이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에세이는 '잠 못 이루는 밤들'이었다. 잠 들기 전에 혹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둠에서 느끼는 것들과 감정들을 쓴 것인데, 나 역시 이러한 경험이 있는지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바로 어제만 해도 잠 드는데 빈번히 실패하여, 어둠 속에서 꽤 오랫동안 귀를 열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자연을 사랑하는 헤세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 겉표지에 있는 '나에게 감명 깊은 책을 꼽으라면, 그 안에 이 책이 있다 -법정'이라는 글귀를 보고 고개가 끄덕여 졌다. 그만큼 헤세의 목가적인 삶은 종교적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굉장히 정적이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정원에 놀러온 나비 그리고 그 나비의 날개짓에 따라 움직이는 헤세의 시선이 그려진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지는 못했다. 담담한 수필이지만, 내공이 부족한 나는 꼭꼭 씹어 읽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그럴 가치가 있었다. '공간'에 대한 사유를 더 깊이 있게 안내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공간을 사랑하며, 먼 훗날 정원에서 보낼 시간을 꿈꿔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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