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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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기 위해, 여러분은 살기 위해 갈 것입니다. / p.91


이 책은 소크라테스 변명과 카프카의 소설이 실렸다. 처음에 표지가 나에게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소크라테스와 카프카의 조합이 조금 색다르게 느껴져서 선택한 책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나타내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변명 파트는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재판관과 아테네 시민들에게 자신을 변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 사람들을 이상한 논리로 따르게 해 타락시키는 죄와 기존의 신을 모시지 않으면서 새로운 신을 믿고 있는 죄를 가지고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장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며, 그저 지혜로울 것 같은 사람들을 찾아 이를 확인하고자 했고, 국민들을 깨우치기 위해 설득하면서 비판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나에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명언을 던졌던 철학자로 알고 있다. 변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다. 특히, 재판을 받으면서도 비굴하게 자신의 죄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았다는 점과 죽음보다 부조리를 더 무서워했다는 점이다. 물론, 죄를 지었다는 명목으로 재판장에 서서 변론을 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질투와 시기로 인한 음모이므로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겠지만, 비굴하지 않게 당당히 재판관과 시민들을 설득했다. 또한, 사형 판결이 났을 때에는 자식들이 타락했을 때에는 자신처럼 괴롭히거나 책망하라는 부탁을 남겼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변명을 무엇보다 경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부조리 역시도 경멸할 정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의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진실과 정의를 선택한다는 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이라면 조금 진지하게 생각할 법한 문제이다. 음모로 인해 벌어진 불합리한 죽음에서도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잃지 않았던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정의이지 않았을까.

변신 파트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소설을 담고 있다. 주인공인 그레고르에게는 아픈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이 있다. 생계를 위해 회사의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동생이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는 따뜻한 오빠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레고르는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했다. 처음에 동생은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다거나 방을 청소해 주는 등 그를 챙겼으나, 그레고르와 가족들은 거리를 두면서 생활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간격을 좁혀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유일한 수입원이 사라지자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갈수록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귀찮은 벌레로 여기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 변신이라는 소설이 권장도서로 선정이 되면서 읽기는 했으나, 검은색의 표지와 주인공이 벌레로 변한다는 설정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내용과 느낌은 전부 사라지고 없다. 당시 나이만큼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읽게 되니까 또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특히,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과 벌레가 된 이후에도 가족들을 생각하는 모습들이 연민이 들기도, 동정심이 들기도,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결국 결말까지도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중학교 때에는 부모님께서 나를 먹여 살리셨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내가 가족을 부양해야 되는 입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레고르를 마치 나의 모습으로 느껴지기는 했으나, 그는 너무 큰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레로 변하는 순간에도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모습에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너무 미련한 생각으로 보였다. 그런데 과연 내가 벌레로 변한다면 그 상황에서 가족들의 안위와 집안 생계를 걱정했을까. 현실적으로 어떻게든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을 것이며, 순식간에 자신의 효용을 잃은 이후 변해버린 가족들의 태도에 경멸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던 그레고르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희생이지 않았을까.

그동안 잘 몰랐던 연설과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과거 소크라테스와 변신에 대한 생각이 오늘을 기점으로 조금은 다르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소크라테스에 대해 묻는다면 올바른 사회로 바꾸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대답할 것이고, 변신에 대해 묻는다면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달려온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말할 것이다. 정의감으로 불타오르다가 안타까움으로 식게 된 뭔가 묘한 이야기를 만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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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한정특별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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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이다. / p.235

나에게는 남들이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시간에 대한 강박이 있다. 초등학교 때 생활계획표 짜던 버릇을 아직 개도 못 준 상태로 살고 있는 것도, 지독한 계획형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이 강박이 남긴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내가 본의 아니게 시간으로 폐를 끼칠 정도면 말이 끝난 셈이다.

시간이 곧 신뢰라는 나름의 철칙과 함께 솔직히 늦는 것보다 빠른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예정 시간의 1.5 배를 먼저 생각해 준비를 했는데, 막상 시간과 삶이라는 게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이 없다. 약속을 하면 30 분 먼저 가서 기다려 정시에 도착한 상대방을 죄책감 느끼게 하는 일.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일찍 도착하는 것 또한 시간 관리를 못한다는 말을 했다. 지금은 조금 정신을 차려서 15 분 전에 도착하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시간을 파는 상점 주인 백온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소년 시기 때에는 지적 허영심에 휩싸여 문학을 멀리 했었다. 이해조차 되지 않는 철학과 사회학, 인문학 위주의 서적을 읽었으나, 성인이 되면서 청소년 문학을 조금씩 읽는 중이다. 이 소설 역시도 청소년 문학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백온조는 어렸을 때 소방관인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과 세상을 챙기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아 살고 있는 당찬 고등학생이다. 어머니를 돕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이 곧 금이자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과한 정의감과 부족한 체력으로 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의 신이었던 크로노스라는 이름을 달고 온라인에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었다.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팔아 의뢰인들의 부탁을 대신 수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하기도 했고, 누가 보면 터무니없는 일을 대신 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온조는 편견을 조금씩 깨기도, 시간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기도,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어 간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6 학년 아이린 어린이의 이야기와 강토라는 이름을 가진 의뢰인의 부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린 어린이는 동화에서 괘종시계가 열세 번 치는 내용을 보고 의문을 가졌고, 크로노스에게 질문한다. 과연 열세 번 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말이었다. 크로노스는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과 함께 시간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아이린에게 전달해 준다. 물론, 아이린은 어린 나이여서 크로노스의 답변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소득은 있었던 내용이다.

어린이 특유의 순수함으로 미소 짓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러면서 크로노스의 이야기가 깊은 생각의 연결고리로 이끌게 했다. 아이린 어린이가 읽었던 동화의 주인공은 13 시간이나 26 시간의 시간을 살고 있는 생물체라는 것이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어서 이러한 시각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한, 시간이 곧 인간이 정한 약속이라는 점도 그랬다. 시간을 약속이라고 생각하면서도 24 시간으로 정했다는 것조차도 약속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과학에 따라 정해진 시간이었기에 아마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했던 것 같다.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30 시간도, 40 시간도 될 수 있다는 것. 물론, 세계의 합의와 또 다른 과학의 증명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강토라는 이름을 가진 의뢰인 이야기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했다. 강토는 크로노스에게 할아버지와의 약속에 대신 나가 점심을 맛있게 먹어 달라는 의뢰를 한다. 사연을 몰랐던 크로노스는 최대한 임기응변을 발휘해 점심을 같이 먹으며, 할아버지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할아버지는 크로노스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에는 강토와 같이 오기를 바란다면서 약속을 잡는다.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유가 있다면 거절하면 될 사이에 대신 사람을 세운다는 것이 할아버지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사연도 모르는 크로노스가 수행하기에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토와 할아버지, 아버지로 이어지는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상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키오스크나 전자 기기의 발전으로 정보화 소외 현상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시간과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도 떠오르게 되었다. 강토의 망설임도 이해가 됐으며,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슬프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졌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순수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강산이 변한 지금 내가 생각하거나 겪은 지금의 청소년들과 10 년 전의 청소년들의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져서 더욱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아이들이 불순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세월이 빠르게 바뀌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것 같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이 경시되는 현 시대의 상황과 비슷한 결이 아닐까.

읽으면서 별안간 울컥하는 일이 많았다. 그동안 시간이라는 강박에 시달려 여유가 없는 삶을 허둥대다 온조와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많은 위로가 되었다. 특히, 온조의 어머니의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좋기는 하지만, 그 말이 그만큼 폭력적이라는 말이라는 것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는 말. 나에게는 시간이 전부가 아니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되돌아보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사실 나를 포함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쉬고 있는 그 자체로도 죄가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마치 경주마처럼 말이다. 그러다 제풀에 지치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YOLO나 소확행 같은 신조어가 나오지 않았을까. 강토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지나치게 빠르면 꼭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 와닿는다.

이미 세상에서 비관적이면서도 염세주의적인 시선에 적응된 나에게 순수하면서도 때묻지 않은 시선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다시 끼워 주었다. 물론,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금방 흐려지기는 하겠지만, 남긴 메시지는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게 청소년 문학의 매력은 아닐까. 모처럼 깨끗한 렌즈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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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를 탄 소년 - 인생은 평온한 여행이 아니다
네스토어 T. 콜레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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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는 꿈을 꿀 거예요. / p.21


이 책은 어느 한 남자의 인생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목보다는 문구가 눈에 먼저 보였다. 시련과 절망이 있더라도 이 소설을 읽으면 그를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을 읽을 때마다 용기와 교훈 등을 얻을 수 있기는 하나, 매번 주는 용기가 다르다. 이 책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나귀를 타는 소년에게서 용기를 얻고 싶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방황하고 있는 톰은 아버지의 유품인 에메랄드 돌을 가지고 차를 운전해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소나기를 피해 한 산장에 도착한다. 시키지도 않은 음식을 주고,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노파를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산장에서는 편안하다는 말과 꿈을 꾸지 않는 톰에게 꿈을 꿀 것이라는 확신의 말을 건네는 노파의 말을 믿지 않는다.

노파의 말처럼 그날 밤 꿈을 꾼다. 다음 날 아침에 산장 주인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한다. 산장 주인은 다른 노인을 소개해 주면서 꿈 해몽을 받으라는 말을 전한다. 주인의 말처럼 꿈 해몽을 하는 노인을 만나게 되고, 노인은 몇 가지 테스트가 있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또 꿈을 꾸게 된다면 꿈 해몽의 비용으로 무언가를 요구한다. 노인의 말 역시 믿지 않았던 톰은 노인의 말에 응하게 된다.

톰은 아버지의 유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늘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늘 생각을 달고 사는 인물이다. 사실 생각보다는 근심과 걱정, 원망에 가깝다. 톰이 살아갈 길을 고민할 때 그에게 해답이 될 수 있는 키워드를 던졌던 노파와 노인, 그외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의심하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과거를 늘 후회하면서 한탄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일부 나의 모습과 겹쳐서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톰이 에메랄드 보석 상자로 비유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카로워 톰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을 보면서 외부의 상황으로 날카롭게 변한 톰의 마음을 떠올렸으며, 누가 상자를 가져갈까 노심초사 의심하는 모습에서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유물이기는 하나, 톰의 삶도 아버지께서 주셨기에 그것도 나름 일맥상통하다.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자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톰의 자아성찰과 테스트에 절망하는 그에게 던진 노인의 물음은 참 인상 깊었다. 사실 문장 자체에 별 내용이 아니기도 했고, 바로 본다고 해서 이해가 될 이야기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뜬 구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곱씹어서 소화시키고 다시 보니 나에게 큰 양분이 될 말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나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고, 큰 울림을 주었다. 마치 톰이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났으며, 열심히 일만 했던 자신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도 생겼던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청소년기의 어린 친구들이 읽는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 문학이라고 느껴졌다. 읽다 보니 나이를 떠나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내 또래의 독자도 읽는다면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철학적인 내용을 가진 소설이다. 그동안 철학적인 주제를 던져 주는 고전 문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철학 도서들을 통해서 느꼈던 감정을 스토리와 서사를 가진 소설로 만나게 되어 새로우면서도 독특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현재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감사한 마음과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톰이 하는 물음을 나에게 적용시켜서 자문자답을 했다. 단시간에 나올 수 있는,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기에 이번에 든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인생이 여행이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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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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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여 내게 오라. / p.40


이 책은 제이콥이라는 남자와 레이첼이라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표지부터 추천 문구까지 전부 사랑을 향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로맨스 소설로 알고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들이 있는데 전부 한국 소설이다. 해외 로맨스 소설에는 크게 흥미를 못 붙이는 편이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제이콥은 수천 명의 팬을 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런 그에게는 형의 죽음과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학대라는 어두운 과거가 있다. 청소년기 어느 날에 어머니께서 그를 내쫓았고, 그 길로 집을 나왔다. 과거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주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로맨스 소설 집필과 꿈에 나오는 이름 모를 여인이었다. 특히, 이름 모를 여인은 늘 어린 제이콥을 안아주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그 여인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당시 근무하던 회사의 직원에게 보여준 첫 소설이 에이전트 사를 거쳐 출판되었으며, 큰 인기를 누려 이후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어느 날, 한 변호사로부터 어머니께서 2주 전에 돌아가셨고,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집에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정신병 증세를 알게 되었고, 집을 치우기 위해 당분간 그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하나의 다이어리를 얻게 되고, 집에 살았던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찾아온 레이첼과 마주한다.

레이첼 역시도 엄격한 양부모님 밑에서 억압받으며 살아왔고, 현재는 자신을 억압하는 남자와 약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항상 친어머니를 찾고자 노력해왔는데, 남자 친구를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종교적 관념에 얽매여 그 환경을 놓지 못했다. 제이콥과 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정을 떠나면서 제이콥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제이콥 역시도 레이첼에게 이끌림을 얻는다.

처음에 집을 나간 이후 고향 근처에 가지도 않으며, 부모님과 연락을 끊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제이콥이 회피하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아마 과거의 아픈 상처로 인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머니의 부고 소식에 고향을 다시 밟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마 나였다면 슬픔보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살고 있던 곳으로 갔을 때 마주했을 형의 죽음과 어머니의 학대 등 온갖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시 마주할 때의 고통이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제이콥이 외부 업체에 맡겨 처리해도 될 문제를 혼자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정을 정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집을 스스로 정리하고자 했다. 거기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찾고자 했고, 일부 물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가지고 가기 위해 업체를 불렀다. 그런 면에서 나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거의 상처들을 로맨스 소설 집필을 통해 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글쓰기가 주는 순기능으로 치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제이콥을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레이첼은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보수적인 면을 가진 양부모님 밑에서 하고 싶은 것조차 눈치를 보거나 자신을 아끼지 않는 남자와 약혼을 하겠다는 것까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또한 세뇌이지 않을까. 종교적인 이유가 주는 죄악이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입장이기에 더욱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체에 나오는 종교적인 신념과 차별에 대한 가치들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가치 판단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종교적인 면을 더 우위에 둘 수 있을까. 과연 종교가 사람이 가진 개인적 특성과 가치관을 무시할 정도의 우위에 있을까.

서론에 적었던 것처럼 로맨스 소설로 알고 읽었다. 전체적으로 표지부터 추천사, 출판사 소개까지 전부 사랑의 감정을 중요하게 강조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으면서 과거에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로부터 느꼈던 원망을 가진 제이콥과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레이첼이 서로를 만나 같이 여정을 떠나는 게 크게 보면 로맨스일지도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성장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누구나 아픔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말씀에도 사연 없는 집이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사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에 따라 좋은 어른이 될 수도, 나쁜 어른이 될 수도 있다. 각자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으나, 단단한 내면과 틀을 깰 수 있는 용기를 무기로 이를 승화시켰다. 결국 서로의 아픔을 품을 수 있었으며, 사랑까지 쟁취하게 되었다. 결말까지 완벽한 소설이어서 보는 내내 흐뭇했다. 곧 영상화가 된다는데, 이 소설이 나에게 몽글한 마음과 교훈을 주었던 것처럼 영화는 나에게 어떤 종류의 색다른 감동으로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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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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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은 적당히 즐겨야 이롭다. / p.224

역사 수업으로 세계 대전 등 지금까지 흘러온 많은 전쟁 이야기를 배우다 보니 참혹함이 와닿을 때가 없다. 우리의 아픈 역사만 보더라도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 수업 인식은 하고 있으나, 조상들이 겪었던 당시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기에는 역사라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소설을 통해 알지 못했던 전쟁 이야기들을 읽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그 전쟁 한 가운데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난다. 물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알 수 없는 부분들을 이렇게 알아간다는 것도 독서의 순기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 노인의 전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소설 중에서 일제강점기 시대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소설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은 있었는데, 해외 소설로 세계 대전을 다룬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해외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다룰 수 있는 소재라고 해도 이렇게 기록을 남기기 전까지는 한국 소설만 읽었기 때문에 소설로서 세계 대전을 볼 일이 없었다. 노인이 들려주는 세계 대전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하워드라는 노인은 낚시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딸과 아들을 두고 있는데, 딸은 미국에서 결혼해 거주하고 있었으며, 아들은 공군이었다. 그러던 중 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지고, 영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나 당시 독일이 세계 대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자신이 가고자 하는 프랑스 지역까지는 독일군이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로 도피성 여행을 떠난다.

프랑스의 도시의 한 호텔에서 묵던 중 한 부부를 만난다. 그 부부에게는 자녀가 두 명 있었는데, 남편은 제네바 국제 연맹에서 근무하므로 스위스와 프랑스를 왔다갔다 하고 있으며, 부인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는데, 독일군의 심상치않은 행동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고, 영국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런데 그 부부가 아이를 하워드에게 맡기면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침범할수록 영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어려워지고, 가는 여정에서 만난 이들의 부탁과 길거리에 있는 아이들을 그냥 보지 못하는 하워드의 성격 탓에 그가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 다섯 명의 아이와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읽으면서 세계 대전의 참혹함을 활자를 통해 알 수 있어 괴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잔인하게 묘사된 부분이 없기는 하나, 역사 교과서 몇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제 1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400 페이지 가까운 소설로 읽게 되니 알지 못했던 참혹한 현실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독일군의 침범으로 육로가 차단된다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영어가 아닌 불어를 사용하는 하워드와 아이들, 영국군은 배신자라면서 그들을 검열하는 독일군의 행동 등 세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 피부로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 다섯 명을 데리고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하워드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나름 노인의 연륜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소설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아이들의 행동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그래도 순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이들 자체가 통제가 어렵지 않은가. 그것도 국적과 사용 언어가 다른 다섯 명의 아이를 어떻게 다 케어할 수 있는지 읽으면서도 의문이었다. 이 또한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현실에 있다면 육아의 고수로 프로그램에 주구장창 나올 인물이었을 것이다.

탈출하는 과정이 온전히 하워드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과거 여행을 갔을 때 만난 인연들과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프랑스에서 가장 크게 도와주었던 니콜이라는 인물은 마음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하워드를 돕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도왔다. 니콜이 하워드와의 과정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아물 수 있었던 부분도 인간이기에 받을 수 있었던 선물이지 않았을까.

과연 내가 하워드였다면 길가에 돌 맞고 있는 아이와 연고도 없는 아이를 데리고 위험을 감당해가면서 여정을 떠날 수 있었을까. 좋은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기는 하나, 나의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위험과 목숨보다 길가에서 만난 아이들이 전쟁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선함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겠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전쟁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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