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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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혼란스러운 곳이다. / p.49

대학교 다니면서 딜레마 때문에 전공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적이 있다.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의 바깥 배경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죽기보다 이해가 안 되었다. 예를 들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면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을 접고 보장 서비스를 연계해 이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규범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어기는 사람에게 직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를 행해야 되는 것인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 과연 직업인으로서 이를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힘들었다.

이 책은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의 소설 창작에 대한 서적이다.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이지만 살면서 경험하는 딜레마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 선택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읽었던 창작 관련 도서가 나름 재미있게 읽혔다. 아무래도 소설을 집필하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물 사이의 갈등 아니겠는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초반에는 캐릭터가 갈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부터 갈등의 종류, 이용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준다. 약 1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이러한 내용에 실려 있으며, 전반적인 내용이 마무리 된 이후에는 인물이 딜레마를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따라 사례와 생길 수 있는 문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욕구, 긍정적인 방향 등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딜레마 사전이었다. 

바깥 상황으로 겪는 외적 갈등과 윤리와 가치관 등의 문제로 겪는 내적 갈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자세하게 기재가 되어 있어서 좋았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선택의 방법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도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는 소피의 선택이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위헌한 선택인 모턴의 두 갈래 논법, 원하지 않는데 받아들여야 하는 홉슨의 선택 등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새로웠다. 또한, 주인공과 대치되는 관계로 침략자나 라이벌뿐만 아니라 친구처럼 붙어 있지만 이익이 되는 관계에서 적으로 돌변하는 프레너미 관계도 흥미로웠다.

상황별 제시되는 내용들도 자세함이 돋보였다. 단순하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와 주인공의 실수로 주게 된 경우 등 세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처음 읽기 때문에 쭉 훑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알고 있는 소설이나 드라마 주인공의 갈등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야 될 때 즐겨 보았던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의 한세계라는 인물이 겹쳐서 보이는 식이다. 이렇게 하나씩 찾아서 연결시키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의 호흡으로 쭉 읽는 것보다 원하는 부분만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읽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주인공에게 갈등의 서사를 주고 싶을 때 어울리는 딜레마나 갈등을 찾아서 읽는다면 더욱 매력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로 그릴 수 있을 듯하다. 

읽는 내내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딜레마 상황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딜레마나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세계에서는 외계인이나 히어로가 등장하겠지만 갈등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배우자의 불륜이나 연애 상대의 이별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듣고 있으며, 회사의 비리나 부조리함은 뉴스의 기사로 본다. 어쩌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답이 없다. 보는 내내 이러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은 씁쓸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딜레마에서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의 세상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묘하게 위안을 받았다. 언젠가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설을 집필할 때 도움을 받아 매력적인 갈등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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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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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것이리라. / p.146

기억과 경험을 돌이켜서 보면 지금까지 그렇게 대여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겠지만 처음에는 몇 번 빌리러 가기는 했었지만 버스로 가야 되는 게 조금 귀찮기도 하고, 사서 읽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어서 점점 뜸해지는 중이다. 옷은 말할 것도 없다.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 것도 거의 없다.

이 책은 이시카와 히로치카의 장편 소설이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제목이었다. 페이스 오프 수준으로 이식을 하지 않는 이상 외모를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즈음 인기 많은 힐링 소설 중 하나인 듯한 느낌이 제목에서부터 솔솔 풍겼다. 힐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읽는 편이기에 나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안지라는 주인과 네 마리의 여우가 운영하는 외모대여점 이야기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외모대여점을 방문하는 열 명의 고객들의 사연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중간마다 안지가 외모대여점을 물려받게 된 이유와 안지의 할아버지인 소노지에 대한 비밀도 함께 나온다. 문체도 이해하기 쉬웠고, 이야기도 술술 읽힐 정도로 흥미로워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다.

네 마리의 여우는 고객이 원하는 외모를 대여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 호노카와 마토이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조금 제약이 있으며, 구레하와 사와카는 변신 여우로 정식 직원이자 변신술을 할 수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안지는 외모대여를 의뢰하는 고객의 니즈와 여우들의 성격 및 기술을 고려해 매칭한다. 고객들에게는 두 가지 규칙이 있는데 하나는 나쁜 일에 외모 대여를 사용하지 말 것, 또 하나는 변신한 여우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다. 변신 여우들이기는 하지만 고객들은 이들이 여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제목의 비밀이 읽자마자 풀렸다. 외모 대여가 맞기는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영혼을 바꾸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외모를 원하는대로 변신하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직원과 고객 사이에서는 영혼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모를 대여하는 게 뭔가 매력적인 소재라고 느껴진다. 아마 영혼 대여라고 했다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총 열 명의 고객이 등장하는데 반대의 성별로 변신을 요청하는 고객, 여장 외모로 의뢰하는 남성 고객 등 각자 다른 사연들의 초반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이상한 생각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오해를 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것 또한 오해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와닿았기에 외모지상주의의 씁쓸함을 느끼기도, 동료를 위한 배려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안지의 비밀이 드러날 때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다. 안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나서부터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고 살았다. 인간과 가까이 지내면 오히려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할아버지인 소노지로부터 내려오는데 운명을 받아들이고 같은 인간을 멀리한다는 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외모대여점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좋아하기에 가능했을 일인데 말이다.

고객들의 이야기로 현실의 벽과 편견을 느꼈기에 그 부분은 참 답답했었지만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힐링 소설은 늘 이렇게 인류애와 따뜻함을 남겨 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 판타지 한 스푼을 얹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마음을 녹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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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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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에게도 보호받아 마땅한 감수성이 있으므로. / p.65

본방송을 챙겨서 보지는 않지만 재방송이나 일을 할 때 bgm처럼 재생해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다.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데 그냥 생각 하나 없이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는 교양 프로그램이 그렇다. 보통 전자는 신서유기 시리즈와 지구오락실 등의 나영석 pd님의 프로그램들이, 후자는 방구석 1열이나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방구석 1열은 자주 재생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더 자세히 적자면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취미 중 하나이지만 새로운 영화를 찾아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영화관을 가는 것보다 OTT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자주 보던 영화에서 구멍이 난 사골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면 새로운 영화의 루트를 거의 방구석 1열에서 자주 찾는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영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서이다. 애청하는 프로그램 탓에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읽게 된 책이다. 방구석 1열의 활자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름을 모르는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방구석 1열의 pd님도 계셔서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펼쳤다.

다섯 명의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처음 영화라는 판에 발을 붙이게 된 이유부터 영화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 영화에 대한 예찬 등 예상했던 것처럼 프로그램의 활자화였다. 거기에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영화 제작은 하지 않는 제 3지대의 어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 읽는데 모르는 영화도 상상이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꼭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생생했다.

그 중에서도 김미연 cp님의 <나의 첫 19금 영화>라는 챕터와 김도훈 작가님의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합니다 어머니>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나의 첫 19금 영화>는 제목 그대로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푸른 산호초에 등장하는 야한 장면을 보았고, 서른이 넘어 무법자라는 영화로 19금 영화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에서는 아름다움을 느꼈지만 성인이 되어 본 영화에서는 최악을 경험했던 게 조금은 의아했을 수도 있는데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줄거리상 필요한 장면이라면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마지막 문단의 이야기. 과거 너무나 폭력적이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연출 장면으로 최악으로 남은 영화가 떠올랐다. 성인에게도 지켜야 할 감수성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가장 크게 웃었던 파트 중 하나였다. 법학대학이나 의학대학의 진학을 목표로 두셨던 어머니의 바람과 다르게 김도훈 기자님은 미술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이 의지를 꺾는 실수를 범하셨고, 이후 어머니와 함께 간 영화관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2를 보고 영화광이 되셨다. 결국 어머니의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로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법조인도, 의사도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한다는 이 말이 내내 눈에 박힐 정도로 재미있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는 영화 평론이라는 주제에 맞는 방법이기에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독서 리뷰나 서평도 나름 무언가를 읽고 적는 작업이어서 조금 변형을 시켜 적용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들이셔서 내내 실실 웃으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김도훈 작가님과 배순탁 작가님의 글이 가장 취향에 가까웠다. 서문에도 등장하지만 '라떼'에 대한 이야기여서 90년대 초반 출생인 나는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자주 등장하는 영화 잡지 키노도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처음 들었으며, 왕조현이라는 인물도 드라마로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안다는 느낌보다는 재미로 읽혀졌다. 평소라면 라떼에 질색을 했을 텐데 글빨 좋은 라떼 어른들의 추억 팔이가 싫지만은 않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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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밸리로드 - 조현병 가족의 초상
로버트 콜커 지음, 공지민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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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조현병을 유발하는가? / p.197

편견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편견을 깨기 위해 독서의 편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요즈음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여성이기 때문에 편견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바꾸고자 노력했던 것이며, 아직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장애인 분야에 대해서도 그들을 이해하고자 책을 통해서 많이 습득하려고 한다.

거기에 정신 질환에 대한 시각도 다르게 보고자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집단 중 하나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뉴스나 매체로 조현병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좋은 의미보다는 형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용을 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사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다른 부류에 비해 확실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은 로버트 콜커의 논픽션이다. 조현병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일 년 정도 전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께서 집필하신 도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참 무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시금 나의 편견을 절실하게 경험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거기에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콜도라도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군인 아버지 돈과 가정적인 어머니 미미, 그리고 열두 명의 자녀가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화목한 가정인 듯하다. 사진만 보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가족으로 보인다. 매를 키우면서 단란한 때를 보내는 가족. 무엇보다 바깥 일에 열정적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가정에 헌신하는 어머니, 밝게 자라는 자녀들. 그러나 이 가족에게는 아무에게나 터놓을 수 없는 비밀이 있다. 

10남 2녀의 열두 명의 자녀 중 여섯 명이 조현병이었던 것이다. 첫 시작은 첫째 아들인 도널드로부터 시작이 된다. 크게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냥 평범한 아들이었던 도널드가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시발점이 되는 일은 모닥불에 뛰어든 일이었다. 그러면서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누구보다 듬직하게 동생들을 책임지던 장남 도널드가 말이다. 이후 둘째 짐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동들을 하면서 집안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다.

이후 셋째 브라이언, 여섯째 조, 매슈와 피터까지 총 여섯 명이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조현병이기는 하지만 여섯 명은 모두 다른 증상을 보인다. 둘째는 형에 대한 질투를 가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동생들을 성추행한다. 셋째는 조현병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자살에 이른다. 피터는 집안의 반항아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조는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착실한 성격을 가진 아들이었다.

조현병에 대한 연구가 지지부진할 때여서 여섯 명의 아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많은 편견과 싸웠다. 주위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자녀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특히, 어머니의 교육으로 발현된다는 편견으로 미미는 많은 욕을 들었어야 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자식교육을 잘못 시킨 어머니에 불과했다. 

결혼을 약속한 반려자에게 가정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전쟁터인 집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부모님을 대신해 아픈 오빠와 형을 챙겨야 하는 부담감 등 다른 동생들의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며, 형제자매를 외면했던 다른 이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 큰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문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해 가정보다는 바깥일에 몰두한 아버지 돈과 바깥 시선에만 신경을 쓰느라 조현병에 걸린 아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머니 미미가 그랬다. 특히, 미미는 너무나 엄격한 편이어서 자녀들을 거의 군대처럼 키웠던 것처럼 보였다. 가부장적인 면이 너무나 잘 드러나다 보니 읽으면서도 미미에 대한 편견을 가졌다. 

그러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자녀 여섯 명을 책임지고 키우는 미미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는 것이 반복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자녀도 힘들 텐데 여섯 명의 자녀를 어떻게든 안고 살아가려고 하는 게 안타까웠다. 이랬기에 자녀들도 미미를 용서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오빠들을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막내 딸의 모습은 미미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도 조현병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참 답답했다. 그래도 돈과 미미 가족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유전학과 환경 등 분명한 원인에 대해 드러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여러모로 참 생각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멀리 보면 아픔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족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조현병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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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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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p.157

평소 괴수가 등장하는 매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우선,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머리에 상상이 되어야 수월하게 읽거나 보는 편인데 괴수는 늘 어렵다. 아무리 머리로 그려도 귀여움만 넘치는 괴수여서 몰입 자체가 힘들다. 그나마 자세하게 묘사가 된다면 디테일하게 생각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너무 징그러운 형태를 띈다. 아무래도 괴수와 잘 맞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맥스 브룩스의 장편 소설이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고른 책이다. 그저 SF 소설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골랐다. 인터넷 서점에서 표지 자체가 익숙했기에 더욱 친근감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인 것 같기도 했다. 표지만 보면 뭔가 헐크가 떠오르는 듯했다.

그린루프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좀비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케이트는 오빠 프랭크의 권유로 친환경 도시인 그린루프에 남편 댄과 함께 들어온다. 그곳에서 모스타르를 비롯한 동네 주민들과 그럭저럭 정답게 지내는 듯하다. 그러던 중 레이니어 산이 화산으로 폭발하면서 고립된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빅풋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린루프는 공포에 잠기고 그들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스타르의 주도로 하나씩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린루프의 구성원 중 하나로 느껴지게 만드는 도입부 때문에 크게 몰입이 되었던 소설이었다. 케이트의 일기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이 느끼거나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 쓴 내용이기에 생생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일기장을 읽는 독자를 '당신'이라고 지칭하는데 그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허구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빅풋의 존재를 상상하고 똑같이 공포감을 느껴 소름이 돋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케이트의 감정에 무엇보다 크게 이입이 되었다.

거기에 중간에 실리는 선임 연구원과 프랭크의 인터뷰는 더욱 실감을 배로 만들었다. 일기의 내용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빅풋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일기에서 표현되지 못한 빅풋과 유인원의 습성이나 감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던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몰입이 되어 읽다가 정보를 습득해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빅풋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도 읽는 재미를 주었지만 그린루프 사람들에 대한 이중적인 면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면서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굳이 예를 들으면 시골의 한적함이 좋아 귀촌을 했지만 도시의 인프라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해야 될까. 분명 친환경을 실천하고자 그린루프로 이사를 왔다면 그동안 살았던 문명의 편리함을 버려야 되는데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거기에 각자가 가진 이기심도 답답하게 만들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다른 마을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독단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을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을 보면서 인류애가 채워지기도 했다. 인간의 양면성을 소설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보다 빅풋의 존재가 늦게 드러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사이를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다 보니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좀비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인간성에 대한 묘사나 모습들과 스토리의 흐름이 그것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심리를 자극하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좀비 스릴러보다는 심리 스릴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트가 느꼈던 공포감이나 불안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적나라해서 와닿을 수 있었고 인간이라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유독 더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빅풋의 오싹함과 심리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영상으로 실현되는 빅풋의 존재와 인간 심리 묘사가 무엇보다 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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