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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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만조선부터 찾기 시작한다. / p.95

이 책은 배리 로페즈라는 작가의 에세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별로 선호하지 않는, 조금 이상한 타입의 사람으로서 호기심이 들었던 책이다. 보통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은 나름 꽤 좋아했고, 많이 읽었다. 발로 가지 못했던 나라와 풍경들을 활자로 읽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들의 여운을 직접 받은 것처럼 설레기도 했다. 대리 여행의 느낌이 좋아서 여행 에세이라는 점 하나로 선택했다.

작가는 북극과 북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 아프리카 대륙, 호주, 남극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을 다닌 여행가이기도 한데 여행에서 보고 듣고, 직접 느꼈던 많은 것들을 집대성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세월을 다시 되새기면서 떠올리기도 하고, 그저 웅장함이 느껴지는 자연들 속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사람들과의 관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구의 역사들도 함께 성찰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는다.

조금 더디게 읽혀졌던 책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그동안 여행 에세이를 종종 읽기는 했어도 이렇게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에세이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략 100 페이지가 약간 모자란 정도여서 책장을 넘기면서도 많은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공감되는 부분과 함께 많은 여운이 남는 문장들이 있어서 곱씹으면서 읽었고, 대략 일주일 정도 걸렸다. 조금씩 틈이 날 때마다 손에 쥐고 완독했다.

읽는 내내 단순한 여행 에세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어렵게 느껴진 것도 있다. 단순하게 여행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종교, 역사, 철학을 막론하고 광활한 풍경 안에서 인간의 존재로서 탐구하는 저자의 성찰들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여행하는 대리 만족 정도의 수준을 넘어 나 자신도 되돌아 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 듯했다. 그만큼 내용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저자가 보여 준 자연 환경에 감탄하고, 신념과 성찰에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두꺼운 페이지여서 이 책을 온전히 다 이해했는지 묻는다면 그것 또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만큼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큰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발로 밟아보지 못했던 남극과 북극, 그 외의 다양한 나라에서의 깊은 여운을 전해 주어서 읽는 내내 벅차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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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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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 p.9

이 책은 이부키 유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발간한 여러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추리 장르처럼 대부분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느낌 또는 로맨스 장르처럼 몽글몽글한 설렘을 주었는데 힐링 장르의 작품이었던 <88번 버스의 기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런던의 풍경과 세대를 넘은 우정이 머릿속으로 그려질 정도로 좋았던 작품이어서 이번에도 힐링 장르의 신작을 고르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오토미네 가족이다. 오토미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였으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인 료헤이는 세상을 다 잃은 듯했고, 딸 유리코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친정에 내려왔지만 료헤이와는 갈등으로 전적으로 항상 유리코 편에 섰던 오토미를 그리워한다. 각자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이 가족에게 이모토라는 이름의 한 사람이 다가온다. 오토미가 유언장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 유언장을 실행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다. 출판사의 작품들을 금방 완독했던 터라 금방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 예상보다 빠르게 완독이 가능했다. 32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에 모두 읽었다. 아마 현실적으로 상상하다 보면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푹 빠져서 읽다 보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아마 가족 이야기가 주제인 작품들은 늘 그랬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성장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보냈고, 우울하고도 힘든 시간을 하루하루 살았던 이들이었다. 특히, 료헤이는 식음을 전폐했고, 유리코는 마냥 오토미 생각에 힘들어했다. 그런 이들이 유언장을 가지고 점점 주도적으로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뭉클했다. 오토미의 사랑을 인생 연표로 다시금 깨닫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게 공감이 되었다.

읽는 내내 써니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는데 완독 후 책 소개를 보니 언급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작년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다는 점에서 더욱 울컥하면서 읽었다. 어쩌면 하늘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원하셨을 텐데 너무 빈자리만 생각하면서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 보았다. 아마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온전히 받아들일 시기가 된다면 더욱 크게 와닿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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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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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앞으로 당신을 설득해서 나쁜 감정이 좋은 것이라고 믿게 할 작정이다. / p.14

이 책은 크리스타 K.토마슨이라는 미국의 철학자의 철학에 관한 도서이다. 원래 종종 철학 도서들을 읽는 편이지만 주제만 보고 심리학 도서로 착각했다. 질투와 분노 등의 감정을 다스리게 만드는 방법들은 대부분 심리학에서 자주 언급이 되는데 책 소개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풀어 줄 것인가 하는 지점이 기대가 되었다.

가장 읽게 된 큰 계기는 맛보기 읽은 문장 하나 때문이다. 상단에 언급한 '나는 앞으로 당신을 설득해서 나쁜 감정이 좋은 것이라고 믿게 할 작정이다.'라는 문장이다. 사실 나 역시도 질투, 시기,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향할 때에는 이를 의식적으로 많이 누르는 편이다. 속으로 부글부글 끓을지언정 외부로 표출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보니 읽기 전에 많은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보다 시기와 질투, 분노를 나쁜 감정이라고 믿는 독자 중 하나인 나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까. 과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쉽게 이 생각이 얼마나 바뀔까 싶었다. 이렇게까지 의심을 가지고 읽은 책은 많지 않았다. 아마 지금까지 선택한 책들 중에서는 가장 호기심이 들면서도 의심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스토아학파, 간디 등 예전 성인들이 가지고 있는 시기, 질투, 분노 등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렸는지를 언급한다. 책에서는 감정통제형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감정통제형 성인들의 철학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한다. 두 번째는 이 감정에 대한 정의와 다스리는 방법이다. 무조건적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술술 읽혀졌다. 철학 도서는 늘 시간을 오래 두고 읽는 편이었는데 두 시간 반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철학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과 현대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았던 지점이 있었다. 거기에 이러한 감정을 악마로 표현하는 등 처음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마지막 장을 넘겼다.

생각했던 지점과 조금 다르게 전개가 되어서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시기, 질투, 분노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근거들을 언급하는 방법으로 책이 전개될 줄 알았는데 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며, 마주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용해야 된다는 점이라는 결말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게 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이들도 똑같이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는 점에서 위로가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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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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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너가 나쁜 운전자들, 사생활도 불행할 거야. / p.23

이십 대에는 친한 친구들과 모여서 나중에 같은 집에서 살자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어차피 모두 결혼 생각이 없으니 느즈막히 하나의 집을 마련하든, 아니면 실버타운을 들어가든 평생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자는 뜻이었다. 그때는 그게 하나의 로망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삼십 대가 되고 나니 누구는 결혼을 했고, 또 누구는 결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건 한낱 꿈으로 끝났다.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년에 작가의 <여행 드롭>이라는 산문집을 읽었고, 예전에 <울 준비는 되어 있다>라는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감성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참 인상 깊게 남았다. 물론, 세대 차이인지 문화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소설가의 감성은 또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러다 최근에 신작 소식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에, 다미코, 사키다. 세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으며, 오십 대 중반의 여성들이다. 리에가 외국에서 돌아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에는 집이 없다는 이유로 다미코에게 같이 살자고 한다. 사키는 가정이 있어서 불가능했고, 다미코는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혼 경력이 있는 돌싱의 리에, 독신으로 살고 있는 다미코,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키. 어떻게 보면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룬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라는 점에서 현실감도 느껴졌다. 전에 작가의 작품을 읽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지점도 있었던 것 같다. 보통 35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라면 세 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 작품은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한 시간씩 끊어서 이틀에 나누어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만큼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리에라는 인물에게 가장 집중이 되었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인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의 집에서 산다는 것과 계획도 없이 차를 구매하는 것이 망설이게 되는 부분인데 아무렇지 않게 실행에 옮긴다는 게 참 흥미로웠다. 아마 나의 경우라면 평생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특히, 인물의 나이가 오십 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삼십 대를 지나고 있어서 이번 작품 역시도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오십 대가 된다면 지금의 친구들과 쓰리걸스처럼 과거를 추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서로의 일과로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힘든데 그때가 지나면 더욱 많은 이유로 멀어지게 되는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쓰리걸스의 우정이 부러우면서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주변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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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반짝일 너에게 - 오늘은 크리에이터 내일은 배우, 서툴지만 분명하게 빛나는 청춘의 기록들
김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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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 p.11

이 책은 김규남 작가님의 에세이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작가님보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또는 라디오 게스트로 익숙한 분이다. 예전부터 '웬디의 영스트리트'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실 혹은 거짓 코너를 재미있게 들으면서 팬이 되어 유튜브 '띱'을 구독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12시엔 주현영'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목동 리서치 연구소 코너를 매주마다 애청하고 있다. 아무래도 운전하는 일이 잦다 보니 그게 참 익숙하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 이후로 불과 오전만 하더라도 새로 올라온 영상을 바로 시청했다. 그만큼 내적인 친밀감이 높은 분 중 하나인데 최근에 에세이를 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 유명인들의 에세이를 그렇게까지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었다. 비슷한 연배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쉽게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에세이 특성이기도 하지만 현실감이 크게 느껴진 탓에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페이지 수가 얇은 편이어서 한 시간 반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애환과 꿈을 쫓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크게 이해가 필요하다거나 어렵다 느끼는 것 또한 없었다. 금방 읽을 수 있어서 가볍게 완독하기 좋았다.

그동안 매체에서 봐왔던 저자의 모습은 그저 밝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방송이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일하는 상황에서 감정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이상하기는 하겠지만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책에서 보이는 저자의 모습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렇다고 어두운 분위기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측면에서 인상이 깊었다. 배우로서 살아가는 저자가 한계에 부딪혀 절망하거나 위축되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자신을 믿고 조금씩 이를 깨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과연 나는 직업인으로서 한계에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을까. 아니, 그것보다 스스로를 믿고 얼마나 행동했을까. 진중하고도 진실된 이야기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던 책이었다. 유명인의 에세이가 그냥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름의 여운과 공감된 부분이 있어서 그것 또한 그냥 단순하게 여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면을 활자를 통해 알게 되어서 앞으로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마찬가지로 청춘을 응원하게 되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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