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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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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나쁜 운전자들, 사생활도 불행할 거야. / p.23
이십 대에는 친한 친구들과 모여서 나중에 같은 집에서 살자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어차피 모두 결혼 생각이 없으니 느즈막히 하나의 집을 마련하든, 아니면 실버타운을 들어가든 평생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자는 뜻이었다. 그때는 그게 하나의 로망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삼십 대가 되고 나니 누구는 결혼을 했고, 또 누구는 결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건 한낱 꿈으로 끝났다.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년에 작가의 <여행 드롭>이라는 산문집을 읽었고, 예전에 <울 준비는 되어 있다>라는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감성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참 인상 깊게 남았다. 물론, 세대 차이인지 문화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소설가의 감성은 또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러다 최근에 신작 소식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에, 다미코, 사키다. 세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으며, 오십 대 중반의 여성들이다. 리에가 외국에서 돌아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에는 집이 없다는 이유로 다미코에게 같이 살자고 한다. 사키는 가정이 있어서 불가능했고, 다미코는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혼 경력이 있는 돌싱의 리에, 독신으로 살고 있는 다미코,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키. 어떻게 보면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룬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라는 점에서 현실감도 느껴졌다. 전에 작가의 작품을 읽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지점도 있었던 것 같다. 보통 35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라면 세 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 작품은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한 시간씩 끊어서 이틀에 나누어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만큼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리에라는 인물에게 가장 집중이 되었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인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의 집에서 산다는 것과 계획도 없이 차를 구매하는 것이 망설이게 되는 부분인데 아무렇지 않게 실행에 옮긴다는 게 참 흥미로웠다. 아마 나의 경우라면 평생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특히, 인물의 나이가 오십 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삼십 대를 지나고 있어서 이번 작품 역시도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오십 대가 된다면 지금의 친구들과 쓰리걸스처럼 과거를 추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서로의 일과로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힘든데 그때가 지나면 더욱 많은 이유로 멀어지게 되는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쓰리걸스의 우정이 부러우면서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주변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