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 - 내 삶에 내렸던 아름다운 소나기들
차석용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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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갈등에는 언제나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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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기관장까지 해서 정년퇴직을 하는 게 한때 꿈이었다. 당연히 전공자이자 직업인으로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만 하는 나름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곧 십 년 차를 앞둔 지금, 직급이나 위치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승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기까지 했다. 물론,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다시 돌아가도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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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쓴 자 무게를 견뎌라'라는 문장이 떠오르는 이 책은 차석용 회장님의 에세이다.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내용이기는 하다. 자기계발서나 리더의 가르침이 담긴 이야기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말단 직원으로 오래 지낸 직장인으로서는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성공의 비결이 아닌 높은 자리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다룬 내용이라는 점에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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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신 차석용 회장님께서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LG생활건강, 해태제과 등 우리에게 친숙한 회사를 운영하셨던 분이다. 그동안 위기의 순간마다 회사를 살린 성공 신화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사람에게 배운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총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교육 철학과 성장 이야기가, 두 번째는 직업인으로서 신념과 생각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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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자기계발서의 분위기가 있지만, 에세이에 더욱 가까운 느낌이었다.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내용이어서 집중할 수 있었다. 성공한 어른이 자신의 발자국을 따뜻하게 건네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보통 직장인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직장 내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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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구본무 회장님과의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구본무 회장님께서 차석용 회장님께 중국으로 한 달 간 놀러 가는 건 어떤지 물으셨다고 한다. 고민하다 중국 항저우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말씀하셨고, 구본무 회장님께서는 바로 승낙하셨다고 한다. 그게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라는 브랜드였다. 리더의 열린 마인드가 내내 머릿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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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아래 직원들을 기계 부품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는 태도,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등 차마 인지하지 못한 다양한 자질이 있다. 아마 그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모를 것이다. 아니, 올라도 모르는 채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리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누군가에게는 어른의 가르침처럼 느껴질 이야기가, 내게는 먼저 걸어간 이의 이정표처럼 다가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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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
최인서 지음 / 다이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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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단, 반드시 탐사원 본인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주시기 바랍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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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뜨거운 작품들은 피하는 편이다. 보통의 인기 작품들과 결이 안 맞고, 그렇게 좋은 인상을 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 직접 고른 소설들이 오히려 더 좋아서 다른 SNS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사람이라는 게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호불호를 떠나 0.1%의 관심이 있는 작품은 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한번 체험해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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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SNS 피드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 책은 최인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폴리탄 괴담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고, 소설의 전형적인 형식과 다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뿐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라,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어떤 작품이기에 많은 독자에게 인기를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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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이라는 가상의 회사다. 대한민국의 사적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실종되고,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 목숨을 잃는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연구원이며, 직원들은 가상의 사적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일들을 연구원에서 탐사하는 직원들의 탐사보고서와 기록, 대화를 중심으로 실종자를 구조하고 조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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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편이다.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큰 맥락은 초반부만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간 이유는 소설 형식이 낯설다는 데 있다. 화자나 작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구조가 아니다. 보고서나 기록들을 토대로 독자가 파악해야 한다. 이게 낯선 독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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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읽는 내내 같은 직장인으로서 지태성 팀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생식기>에 등장하는 쇼세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들의 직업정신이 투철해 보였다. 과거 구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렵고 위험한 업무에 자원하는 지율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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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 속 사적의 모습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마도 이러한 신선함이 독자를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한국의 색이 물씬 풍기는 방탈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꽤 오래 인상적으로 남을 듯하다. 직업인으로서의 현실을 떠올리게 되는 평소 독서 습관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문학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독서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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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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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고통 없이, 오직 즐거움만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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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책을 다 읽고 나면 한동안 느낀 것들에 대해 깊이 곱씹게 된다. 예전에는 없던 습관이었다. 휘발되더라도 그냥 덮고 곧바로 다른 작품을 골라 읽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잠깐이나마 '내가 왜 이 감정을 느꼈지?', 또는 '이런 생각이 왜 드는 거지?' 하고 스스로 묻고 답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마도 이렇게 독서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그렇다고 독서 기록에 '남는 것 없음'이라고 적을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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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곱씹는 시간이 길었던 이 책은 데라오 데쓰야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작가 이름만 보고 당연히 일본 작품일 줄 알았다. 그런데 추천사는 다 중화권의 작가나 전문가의 글이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일본식 필명을 쓰는 타이완 작가의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이름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으로 끌렸고, SNS에서 읽은 후기들 때문에 더욱 관심이 생겨서 선택하게 되었다. 기대감과 걱정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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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관톨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제헝이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좋은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제헝에게는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이 자리한다.끈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되묻고, 학창 시절에 겪었던 불완전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고통스러워하고, 타인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시험한다. 과연 제헝은 나를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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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단편집이지만, 연작소설집 또는 장편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사를 따라가면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극적이거나 불편한 지점이 있어서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특히 초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은 다 읽은 이후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전반적으로 수위가 높은 편이어서, 이러한 묘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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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허무감이 짙게 느껴졌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직장인, 제헝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 아니,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배경을 지닌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속은 우울하고 어둡기만 하다. 제헝의 생각과 감정들이 마치 손에 잡히지 않는 모래처럼 느껴졌다.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허무감과 닿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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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감'으로 페이지를 넘겼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이 불쾌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물론 제헝이 학창 시절 친구인 우이샹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활자로 마주한 자세한 묘사나 제헝에게서 느낀 우울감이 불쾌한 감정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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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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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가 걸어온 길을 통해 묻는다.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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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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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그대 회상들이여, 나 대신 말하고 선택하라.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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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들여다 본다. 고전 소설을 읽으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상을 접하고, 그 안에서 교훈을 찾는다. 물론, 조부모님이나 어른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역사들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이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남아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여운과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책을 찾는 이유도 그런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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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애를 토대로 혼란의 시기를 톺아보는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의 명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지인들도 입문작으로 <우체국 아가씨>, <초조한 마음>을 추천했을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어려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라는 작품으로 접한 터라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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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를 다루었다. 1881 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다. 그 시기의 유럽은 안정된 상태였다. 츠바이크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를 접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황금기를 보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평탄한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면서부터다. 그후 제2차 세계대전과 망명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자국을 통해 바라본 역사,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소회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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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그 시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츠바이크의 문체나 스토리의 가독성은 매끄러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속도가 붙었다. 7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츠바이크의 작품을 자주 접한 독자들이나 그의 문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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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말의 힘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츠바이크는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와 적에 대한 거친 비방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작가였고, 말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해야 할 의무마저도 인지하고 있었다. 검열이 삼엄한 그 시대에 <외국의 친구들에게>라는 글을 써서 보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윤동주 시인님이 떠올라서 내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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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한 사람의 연대기가 아니다. 잊을 수 없는 유럽사의 기록이자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길을 알려 준 길잡이다. 츠바이크는 인간의 욕망과 악으로 벌어진 전쟁에서도 부러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문화와 인간을 사랑했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꿋꿋이 걸어간 위인이었다. 그의 삶을 본 우리는 지금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이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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