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데도 남들 눈에 안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 / p.27

​

오십 대의 청춘은 어떤 느낌일까. 젊은 시기에 기억하던 부모님과 조금씩 거리감을 느끼면서 서글픔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듯하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이미 안 계시지만 어머니께서 트로트 노래를 들으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아버지의 작은 어깨와 어머니의 거친 손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그게 또 벌써 나의 현재가 되어가고 있다.

​

이 책은 사쿠라바 가즈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명탐정이 제목에 등장하는 이 출판사의 작품을 드문드문 읽었다.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의 <명탐정의 제물>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던 소설이었고, <명탐정의 창자>는 구매하고 아직 시도조차 못하는 중이다. 제목만 보고 관심이 생겼다. 비록 다른 결의 작품처럼 보여지지만 그것 또한 재미가 아닐까.

​

소설의 주인공은 가제와 유구레라는 인물이다. 명탐정 가제는 왕년에 탐정 실력으로 이름을 남겼고, 유구레는 가제의 조수이자 작가의 삶을 살았다. 가제와 협력했던 사건을 책으로 엮었고, 미디어로 제작이 될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들은 자연스럽게 잊혀졌고, 유구레는 찻집을 운영한다. 시간이 흘러 가제가 유구레를 찾아와 탐정 조수 역할을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연 이들은 #명탐정의 유해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

술술 읽혀지면서 재미있던 작품이었다. 사실 두께를 보고 많은 걱정이 되었던 점도 있었다. 한동안 책과 거리를 두다가 최근에 다시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두꺼운 책을 도전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장르 소설 특유의 긴장감보다는 흥미 위주로 읽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

개인적으로 명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과거의 살인 사건을 다시 밟아가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유구레가 발간한 책이 곧 해결한 살인 사건 하나씩 등장하는 구조인데 이 지점이 흥미로웠다. 그때는 맞았지만 과연 지금도 유효할까. 지금까지 읽었던 장르 소설에서 탐정이 검증하는 이야기는 많이 등장했지만 과거를 재검증하는 이야기는 색다르게 다가와서 재미있었다.

​

장르 소설로서 추리를 밟아가는 것도 좋았지만 시대에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명탐정을 붙잡는 전체적인 서사가 기억에 남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가제와 유구레와 겹쳐서 보였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감성을 잡았던 작품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더불어, 살아가면서 정답이라고 여겼던 많은 물음들이 과연 시간이 지나도 정답으로 남아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가족도 렌털이 되나요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대 중앙에 서자 눈부신 여름빛에 휩싸였다. / p.9

​

꽤 오래 전에 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 윤윤제의 생일이 되면 성시원은 쿠폰을 선물해 주는데 졸업식에 부모님 빌려 주기를 사용한 것이다. 윤윤제는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는데 성시원의 부모님께서 윤윤제의 졸업식에 참여하고, 성시원이 졸업식 때 정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부모님이 없어요.'라는 대사를 날린다. 그때는 웃겼는데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보니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

이 책은 이누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성함만 보고 당연히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 옮긴이가 적혀 있어서 의아함을 느껴 검색해 보았다. 다시 확인해 보니 일본 작가의 소설이었고, 예명인 듯했다. 그러다 줄거리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가족 역할 대행이라는 게 상식적으로는 물음표를 가지게 되는데 어떤 식으로 감동을 주는 이야기일까. 가족 이야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독자로서 기대가 되었다.

​

소설의 주인공은 유나라는 인물이다. 고등학생이자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인데 극단이 망할 위기에 처했다. 꼭 서고 싶었던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동시에 독특한 제안을 하나 받는다. 가족 연기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극단에서는 이미 유나의 부모님께 허락을 받은 상황이며, 그 누구에게도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야 한다. 극단의 미래를 위해 낯선 가족의 일원으로서 연기를 하게 된 유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크게 생각이 필요한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 있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이야기는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힐링 장르의 소설이 대부분 가볍게 읽기 좋다는 점인데 이 작품도 딱 그 장르의 특성에 벗어나지 않았다. 28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 안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

개인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어떤 서사를 가진 가족의 딸로서 들어가게 되는데 다른 구성원들은 이를 몰랐을까 싶었다. 읽는 내내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떠올랐다.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얼굴이 다른 딸이 와도 그냥 넘어가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결말에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기는 했지만 그 자체에는 여전히 현실적으로 애매모호하다.

​

가족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이야기로 예상했지만 그것보다는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족도 물론 소중하지만 가끔은 물이 피보다 진할 때가 있는 법이다. 결말에 이르러 그 지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굳이 가족을 렌털할 일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타인이 필요하다면 성시원이 그렇듯, 그리고 유나가 그렇듯 기꺼이 어깨를 빌려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익명 연재 ㅣ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로서 읽는 재미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소설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익명 연재 ㅣ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한 흥분과 함께 형언하기 힘든 희열이 동시에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 p.40

​

이 책은 이종호 작가님과 홍지운 작가님의 소설이 실린 작품집이다. 매드 앤 미러 시리즈를 매번 읽게 되는데 독자로서 색다른 경험을 주어서 늘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가지고 온 문장이나 공통으로 가지고 온 소재를 찾는 등의 재미가 매력적이다. 물론, 의식하면서 읽는 편이어서 양심적으로 미션에 실패하지만 이번 신간 소식을 접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

이종호 작가님의 <스며드는 것들>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우진이라는 인물이다. 웹툰 작가로 마무리한 작품으로 꽤나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차기작 계약에 실패했다. 그러던 중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대학교 동기인 수희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수희의 부탁으로 노트북을 고쳐 준다. 그 과정에서 수희가 공모전에 출품하려던 소설을 훔쳤고, 수희는 자살한다. 죄책감과 기이한 현상으로 불안한 우진은 어떤 선택을 할까.

​

홍지운 작가님의 <이계전기 연재 중단을 요청합니다>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태양이라는 인물이다. 대륙을 횡단하면서 이름을 날렸던 유능한 용사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별볼일 없는 청년이 되었다. 택배 상하차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다 우연히 한 웹툰을 보고 놀란다. 웹툰 작가 사인회까지 갔던 태양이 작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가는 태양에게 웹툰 어시스턴트를 은밀하게 맡기게 되는데 이들은 무슨 사이일까.

​

두 작품 모두 술술 읽혀졌다. 책과 거리가 멀어지는 시기에 거리감을 좁히기 딱 좋은 작품이었다.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 문학의 매력을 가졌다.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올해 독서량이 작년 대비 낮은 편이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급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루틴이 돌아올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설 연휴 마지막날 읽기 시작했는데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

두 작품 중에서 이종호 작가님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비교적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표절에 대한 기사를 종종 접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진이 겪었던 일들이 어쩌면 죄책감으로부터 시작된 심리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라면 우진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상상에 닿았는데 읽는 내내 우진과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성향상 비겁하게 훔치지는 않았을 듯하다.

​

스릴러와 판타지 장르의 조합이 꽤 재미있게 다가온 작품들이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비빔밥과 파스타처럼 다가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언급한 것처럼 이종호 작가님의 작품이 더 가깝기는 했지만 홍지운 작가님의 작품도 읽는 내내 큰 세계관을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웠다. 변명으로 느껴지겠지만 작품에 푹 빠지다 보면 어쩔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에 떠는 환자들의 포효가 그리웠다. / p.134

​

이 책은 요아힘 마이어호프라는 독일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줄거리를 읽다가 흥미가 생겼던 작품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성인들과 다른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와닿는 편인데 표지부터 스토리까지 기대에 충족해 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요즈음 독서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서 관심 있던 이 작품의 페이지를 신중하게 넘겼다.

​

소설의 화자는 의사인 아버지와 재활치료사 어머니, 형 두 명과 함께 살고 있다. 여덟 살 남자아이다. 화자가 살고 있는 곳은 많이 독특한 곳이다.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정신병원의 원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들의 집 역시도 정신병원이었던 것이다. 순수하지만 독특하게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으로 보는 정신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소용돌이 안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장편소설로 분류가 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닌 그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묶어 진행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드라마로 비유하자면 <순풍 산부인과>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느낌이었다. 설 연휴에 귀경길에 오르면서 기차에서 읽었는데 넉넉 잡아 이틀 정도가 소요되었다.

​

개인적으로 화자와 강아지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화자의 집에서는 키우는 반려견이 있다. 주로 반려견을 관리하는 것은 작은 형이었는데 프로그램에 인간과 강아지가 피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감동해 이를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상처를 입은 강아지는 겁을 먹었고, 방에 깔린 카페트에는 피가 흥건해졌다. 아버지께서는 화자와 강아지의 봉합 수술을 맡았고, 형들로부터 두고두고 놀림을 산다.

​

성인에게는 무서움을 주는 메스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피부에 긋는 대담함, 반려견과 피를 나누겠다는 순수함이 너무 잘 그려져서 기억에 남았다. 특히, 결말에는 형들이 개처럼 물건을 물어오라고 한다거나, 안락사를 시키겠다고 장난을 치거나 개와 피를 나누더니 멍청해졌다는 농담을 던지는데 읽으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게 다가왔다. 성인이 되어 하나의 추억으로 나올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사실 정신병원의 가운데에서 성장한 아동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 아이의 눈으로 보는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예상했다. 그런데 공간적인 배경을 떠나 아이들 특유의 시선이 잘 담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화자가 보는 사람들은 정상과 비정상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편견이 느껴지지 않아 그 지점이 너무 좋았다. 어쩌면 살아가는 어른들 역시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마치 화자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