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이와 함께 살고 싶어지기 마련이라고. / p.57

어르신들을 매일 마주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 변화를 겪었다. 원래 노인 분야의 복지는 꿈도 꾸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자주 찾아 뵙지 못했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유독 커지고, 어르신들이 문득 귀엽다고 느껴질 때면 편견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가장 큰 변화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을 보면 직업병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발레리 페랭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요양원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관심이 생겼다. 일하고 있는 분야는 장애인 분야의 복지이지만 후천적 사고나 노화의 현상으로 장애 판정을 받으신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언급한 것처럼 어르신들을 자주 뵙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 것 같다. 기대를 가지고 가제본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쥐스틴이다. 프랑스어로 수국이라는 뜻을 가진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인데 사촌이지만 남동생 그 이상으로 가까운 쥘,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조부모님의 영향으로 노인을 좋아하는 소녀이기도 하다. 요양원에서 일요일마다 보호자에게 가짜 임종을 알리는 장난 전화가 반복되면서 전개된다. 쥐스틴의 가정사와 요양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읽히긴 했는데 낯선 부분도 있었다. 나름 전공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 하나로 읽게 되었는데 프랑스어를 몰라 단어가 이해되지 않거나 프랑스 문학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가 적응되지 않았다. 나름 아니에르노 작가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등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들을 종종 읽는 편이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이 어렵게 다가왔다. 두꺼운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세 시간 전후로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일요일의 사건이 조금 흥미롭게 다가왔다. 언급한 내용처럼 요양원에 일요일마다 보호자에게 요양 중인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전화가 온다. 보호자가 급하게 방문하면 웃으면서 가족을 맞이한다. 그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는 가족들은 그저 장난 전화의 안도감보다는 약간 부정적인 감정 또한 숨기지 못했다. 가족의 입장이 너무 공감이 되다가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항상 먼저 말을 걸어 주시던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출근길에 근무지까지 모셔다드리는 순간에도,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복귀할 때에도, 퇴근길에 집에 돌아가시는 그 시간까지도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마치 소설처럼 펼쳐 놓으시던 분들이다. 어쩌면 그분들 역시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화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또한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050 이판사판
하야시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데리고 산다는 게 허구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네요. 이야기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냐하면 동이 트기 전에 이 시체를 묻어야 하니까. / p.12

학창시절에 누구나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 정도는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단골 이야기 소재이면서 사춘기 시기의 공통적인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평범한 첫사랑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그 감정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청소년과 성인의 불건전한 관계. 소설의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이 된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 책은 프리다 맥파든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얼마 전, 우스갯소리로 예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면 현재는 프리다 맥파든이 있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요즈음 다작 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가인데 이렇게 신간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네버 라이>, <더 코워커> 등 그래도 최근 작품들은 접했던 터라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네이트와 이브로,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부부다. 네이트는 훤칠한 외모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데 이브는 이 지점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 듯하다. 특히, 관계를 자주 요구하는 이브와 다르게 성적인 욕구가 없는 듯한 네이트에 모습에 더욱 불안감을 느낀다. 학교 선생님을 내쫓았던 애디가 네이트와 이브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세 사람의 긴장감은 유독 높아진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프리다 맥파든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반가운 소설이지 않을까. 독자에게 몰아치는 긴장감과 빠른 전개는 작가의 전매특허에 가까운 매력이다. 이 작품 역시도 비슷한 감정을 선사해 주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음에도 두 시간 내외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가볍게 재미를 추구하고 싶을 때 선택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네이트와 애디의 관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애디는 예전 근무하던 교사와 추문이 있었다. 결국 그 교사는 불명예스럽게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친구들 역시도 애디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괴롭히기까지 한다. 네이트는 이런 애디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연민을 느낀다. 애디의 잘못으로 이브가 강경한 태도를 취할 때에도 좋은 쪽으로 해결해 주기까지 한다. 과연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 사이로 볼 수 있을까.

서두에 언급했던 그 불편한 진실이 소설 안에서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인 방식으로 등장했던 작품이었다. 허구의 세계라는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은 여전히 작가의 강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이면에 담겼던 시선이 과연 적절할까. 가벼운 재미보다 보편적인 상식선에 무게를 둔다면 그 온도 차이가 얼마나 선명한지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담아, 엄마가
일리아나 잰더 지음, 안은주 옮김 / 리드비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빨리 안 죽은 게 한이지. / p.8

애증이라는 감정은 무섭다. 정제되지 않은 증오나 애정이라면 선택도 훨씬 단순해진다. 그러나 두 감정이 뒤섞일 때, 우리는 끊어야 할 관계를 억지로 붙들고, 용서해서는 안 될 사람을 용서하게 된다. 그게 천륜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가족 간의 애증은 더욱 복잡하고 힘들게 만든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은가. 애증을 안고 평생 붙들고 살아가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일리아나 잰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제목과 소개글의 온도 차이가 기억에 남았다. 세상 따뜻한 제목의 온기와 소개글의 서늘함. 엄마는 딸을 애정하지만 딸은 엄마를 증오한다는 설정. 그 간극이 궁금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딸로서 공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매켄지다. 매켄지의 엄마는 렌지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명 소설 작가다. 갑작스러운 렌지의 죽음으로 매켄지는 유명 작가의 딸이라는 번거로운 자리에 놓이게 된다. 엄마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매켄지 앞에 죽은 엄마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이후로도 어디서든 편지는 그녀를 따라온다. 매켄지는 친구와 함께 엄마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형적인 영미권 스릴러의 구성을 따르는 작품이라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팽팽한 긴장감보다는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오는 흡입력이 강하다.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두 시간 안에 충분히 완독할 수 있을 만큼 전개가 빠른 편이다.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아침 드라마 스타일의 작품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켄지의 엄마를 향한 감정 변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매켄지에게 엄마는 없어도 되는 존재처럼 보였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것이 후련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귀찮음을 표시하지만 결국은 엄마의 편지를 계기로 직접 사건을 파헤친다. 이런 행동은 아마도 증오가 아닌 애정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무관심했다면 편지는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했을 것이다.

현실의 모녀 관계보다 훨씬 극적인 이야기임에도 읽는 내내 낯설지 않았다. 딸로서 나 역시 엄마에 대한 감정이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한 여성의 비밀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애증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랑과 미움이 얼마나 깊이 뒤엉킬 수 있는가. 나는 그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번째 장례
윤이안 지음 / 아작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뮬레이션 속의 지구는 빨갛고, 노랗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인 곰팡이 같았다. / p.9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가족 사이에서 금기시되었던 주제 중 하나였다. 내 입장에서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모님의 연세가 비교적 젊으신 편이어서 굳이 생각할 이유가 없었고, 어머니께서는 이미 부모님을 여의셔서 마음 아프셨을 것이다. 아버지 역시도 크게 죽음이라는 주제를 꺼내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대화 주제가 되었다. 가끔은 이 지점이 많이 서글프다.

이 책은 윤이안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출판사의 마케터 님께서 어버이날 추천 도서로 이 작품집을 소개해 주신 글이 기억에 남았다. 그 문구가 실제로 엄마께서 나에게 하셨던 부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기계들을 보고 나중에 하신 말씀이었는데 내내 마음에 남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좋은 기회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었다. 병에 걸릴 때마다 기억을 더미 신체로 옮겨 새로 태어나는 사람들, 장례식장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가지고 오라는 유언을 실행한 조카, 목이 잘린 상태에서 저승과 이승 사이의 도서관에서 범인을 찾는 한 남자까지 SF 장르의 소설집이지만 전통적인 SF 장르부터 미스터리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술술 읽었지만 작품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적으로 와닿는 주제를 가진 작품들은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은 머릿속으로 내용이 그려지지 않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세계관이 흥미로워서 완독할 수 있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번갈아 읽었는데 완독까지 네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한 호흡에 읽는 것보다는 끊어서 읽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화자와 큰이모는 연락을 안 한 지 꽤 된 듯한데 돌아가시기 직전 집에 있는 인공 지능 스피커를 장례식장으로 가지고 오라는 유언을 듣는다. 인공 지능 스피커는 굉장히 말이 많았고,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큰이모의 장례식 이후 재산 분할과 갑자기 화자를 찾아 온 전 남자 친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장 유쾌한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완독한 이후 엄마께 소설의 내용을 소개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한 S 성향을 가지신 분이어서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시기는 했지만 언젠가 돌아올 엄마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엄마와 함께 읽었더라면 더욱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책과 거리가 먼 분이셔서 그 지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물꼬가 트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