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연재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한 흥분과 함께 형언하기 힘든 희열이 동시에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 p.40

이 책은 이종호 작가님과 홍지운 작가님의 소설이 실린 작품집이다. 매드 앤 미러 시리즈를 매번 읽게 되는데 독자로서 색다른 경험을 주어서 늘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가지고 온 문장이나 공통으로 가지고 온 소재를 찾는 등의 재미가 매력적이다. 물론, 의식하면서 읽는 편이어서 양심적으로 미션에 실패하지만 이번 신간 소식을 접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종호 작가님의 <스며드는 것들>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우진이라는 인물이다. 웹툰 작가로 마무리한 작품으로 꽤나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차기작 계약에 실패했다. 그러던 중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대학교 동기인 수희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수희의 부탁으로 노트북을 고쳐 준다. 그 과정에서 수희가 공모전에 출품하려던 소설을 훔쳤고, 수희는 자살한다. 죄책감과 기이한 현상으로 불안한 우진은 어떤 선택을 할까.

홍지운 작가님의 <이계전기 연재 중단을 요청합니다>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태양이라는 인물이다. 대륙을 횡단하면서 이름을 날렸던 유능한 용사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별볼일 없는 청년이 되었다. 택배 상하차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다 우연히 한 웹툰을 보고 놀란다. 웹툰 작가 사인회까지 갔던 태양이 작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가는 태양에게 웹툰 어시스턴트를 은밀하게 맡기게 되는데 이들은 무슨 사이일까.

두 작품 모두 술술 읽혀졌다. 책과 거리가 멀어지는 시기에 거리감을 좁히기 딱 좋은 작품이었다.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 문학의 매력을 가졌다.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올해 독서량이 작년 대비 낮은 편이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급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루틴이 돌아올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설 연휴 마지막날 읽기 시작했는데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두 작품 중에서 이종호 작가님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비교적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표절에 대한 기사를 종종 접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진이 겪었던 일들이 어쩌면 죄책감으로부터 시작된 심리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라면 우진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상상에 닿았는데 읽는 내내 우진과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성향상 비겁하게 훔치지는 않았을 듯하다.

스릴러와 판타지 장르의 조합이 꽤 재미있게 다가온 작품들이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비빔밥과 파스타처럼 다가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언급한 것처럼 이종호 작가님의 작품이 더 가깝기는 했지만 홍지운 작가님의 작품도 읽는 내내 큰 세계관을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웠다. 변명으로 느껴지겠지만 작품에 푹 빠지다 보면 어쩔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에 떠는 환자들의 포효가 그리웠다. / p.134

이 책은 요아힘 마이어호프라는 독일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줄거리를 읽다가 흥미가 생겼던 작품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성인들과 다른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와닿는 편인데 표지부터 스토리까지 기대에 충족해 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요즈음 독서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서 관심 있던 이 작품의 페이지를 신중하게 넘겼다.

소설의 화자는 의사인 아버지와 재활치료사 어머니, 형 두 명과 함께 살고 있다. 여덟 살 남자아이다. 화자가 살고 있는 곳은 많이 독특한 곳이다.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정신병원의 원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들의 집 역시도 정신병원이었던 것이다. 순수하지만 독특하게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으로 보는 정신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소용돌이 안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장편소설로 분류가 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닌 그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묶어 진행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드라마로 비유하자면 <순풍 산부인과>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느낌이었다. 설 연휴에 귀경길에 오르면서 기차에서 읽었는데 넉넉 잡아 이틀 정도가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화자와 강아지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화자의 집에서는 키우는 반려견이 있다. 주로 반려견을 관리하는 것은 작은 형이었는데 프로그램에 인간과 강아지가 피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감동해 이를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상처를 입은 강아지는 겁을 먹었고, 방에 깔린 카페트에는 피가 흥건해졌다. 아버지께서는 화자와 강아지의 봉합 수술을 맡았고, 형들로부터 두고두고 놀림을 산다.

성인에게는 무서움을 주는 메스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피부에 긋는 대담함, 반려견과 피를 나누겠다는 순수함이 너무 잘 그려져서 기억에 남았다. 특히, 결말에는 형들이 개처럼 물건을 물어오라고 한다거나, 안락사를 시키겠다고 장난을 치거나 개와 피를 나누더니 멍청해졌다는 농담을 던지는데 읽으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게 다가왔다. 성인이 되어 하나의 추억으로 나올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정신병원의 가운데에서 성장한 아동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 아이의 눈으로 보는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예상했다. 그런데 공간적인 배경을 떠나 아이들 특유의 시선이 잘 담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화자가 보는 사람들은 정상과 비정상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편견이 느껴지지 않아 그 지점이 너무 좋았다. 어쩌면 살아가는 어른들 역시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마치 화자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의 정원 서미애 컬렉션 4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엇인가 뇌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 p.11

어느 글에서 댓글 하나를 보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람 하나는 죽이는 소설이 재미있다는 뉘앙스의 댓글이었다. 이후 가장 가까운 사람도 그 이야기를 꺼냈다. 역시 장르 소설은 사람을 죽여야 제맛이라는 것이다. 장르 소설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독자는 아니어서 사람의 생사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댓글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체 왜 그게 눈에 띄었을까.

이 책은 서미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한국 장르 소설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님으로 알고 있다. 앤솔로지 작품집에서 읽었지만 이렇게 단행본으로 읽기는 처음이다. 요즈음 독서 루틴이 조금 깨진 상황에서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찾다가 선택하게 되었다. 역시 집중력에는 장르 소설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많은 기대를 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강지훈이라는 이름의 형사다. 오래 전, 자신을 찾아온 여고생 정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간판 뉴스 앵커의 살인 사건의 지원을 맡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로 한 여성의 머리 시체가, 이후에는 한 여성의 팔이 배달되었다. 그 머리 시체의 주인을 알고 있던 강지훈은 정아 살인 사건을 더욱 집요하게 파헤친다. 과연 그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는 누구일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종종 장르 소설을 읽는 편인데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스토리에 빠져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정도였다. 마침 최근에 이북리더기를 들이면서 습관을 만드는 중이었는데 종이책과 이북을 함께 번갈아가면서 읽다 보니 흐름도 끊기지 않고 한번에 완독할 수 있었다. 대략 400 페이지의 작품이었고, 완독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그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범인을 열어놓고 하나하나 의심하면서 읽었다. 처음에는 강지훈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과연 정아와 뉴스 간판 앵커를 죽인 살인자는 누구이며, 그 주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파렴치한 범죄자는 강지훈까지 위협하는 걸까. 중간에 강지훈과 범인이 전화 통화를 하는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강지훈의 이야기가 너무나 통쾌하면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K-스릴러 장르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용만 보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할 정도로 흔한 소재다. 경찰이 살인 사건을 쫓아가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많이 보고 또 읽었다. 그럼에도 그 익숙한 클리셰에서도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매력이 바로 대한민국의 스릴러 장르가 아닐까. 역시 입소문은 다르다. 읽는 내내 이 매력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의 정원 서미애 컬렉션 4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정할 수 없는 K-스릴러의 정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베네치아와 무라노처럼, 유리도 자기만의 속도가 있죠. / p.7

이 책은 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 작품이 꽤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나에게는 파란색 옷에 눈에 띄는 진주 귀고리를 한 여성 그림이 떠오르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호평을 들었다. 언제 시간이 된다면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최근에 신작 발간 소식을 접했다. 거기에 여성 화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오르솔라라는 인물이다. 오르솔라는 유리 섬 무라노에 사는 중이다. 무라노는 다른 세계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고, 그녀가 하는 유리 공예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인 오르솔라가 원칙적으로 유리 공예를 할 수 없음에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업을 이을 수 없는 오빠를 대신해 결국 금녀의 영역으로 드러서게 된다. 긴 시간동안 오르솔라와 유리 공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두꺼운 페이지를 가진 소설이어서 초반에 걱정이 되었다. 언급한 것처럼 주변에서 호평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읽게 된 것은 처음이었던 작가님의 소설이라는 점도 역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52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이틀에 걸쳐 완독할 수 있었다.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매력적이었다. 첫 번째는 시간의 흐름이다. 이 소설은 다른 작품들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보통 시간이 흐른 것을 주인공의 변화로 인지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주인공의 나이가 들거나 외모나 상황이 시대에 맞게 바뀌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오르솔라, 그리고 무라노는 바깥의 시간과 다르게 멈춰져 있다. 분명 연도는 바뀌어져 가지만 그들은 그대로 있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는 여성의 도전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소설에서 여성이 금녀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이 작품 역시도 그렇다. 유리 공예 하면 자연스럽게 여성이 떠오르는 직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무라노라는 도시, 그리고 그 시기의 유리 공예는 남성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전유물이었다. 그 안에서 편견과 압박, 차별을 깨고 유리 공예를 이어가는 오르솔라의 모습이 또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전체적으로 서사가 크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서사가 있으면 좋지만 조금 부족하더라도 필력으로도 만족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서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역시 소설은 서사의 맛이다. 읽는 내내 오르솔라가 되었고, 무라노의 가운데 관전자로 그곳을 바라보았던 시간이었다. 이해보다는 감성적으로 먼저 닿았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