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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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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가 먼저 죽게 될지 궁금할 정도로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 p.12

이 책은 페트라 펠리니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어디까지나 사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노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거기에 세대가 다른 청년이나 청소년과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만의 베스트셀러인 <레니와 마고의 백 년>이라는 작품과 비슷한 결이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린다라는 인물이다. 현재는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으며, 차에 치여 죽는 것이 목표인 청소년이다. 린다를 살게 하는 사람들은 거의 유일한 친구인 케빈과 근처에 살고 있는 노인 후베르트다. 후베르트의 요양보호사의 휴식을 위해 일주일에 세 번 후베르트의 집을 방문해 전반적인 케어를 해 주고 있다. 치매로 조금씩 변화되는 후베르트와 그를 바라보는 린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크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나 지식이 등장하는 소설은 아니어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세대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주제가 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그 역시 익숙한 부분이지 않을까. 37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이틀에 걸쳐 두 시간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았던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린다의 면모이다. 소설에서 린다는 후베르트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읽는 내내 깜짝 놀라는 순간들이 꽤 있었다. 후베르트가 상식적으로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 보는 장면들이다. 후베르트의 딸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지시하는 반면, 린다는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되 후베르트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지점은 나이를 떠나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케빈과 린다의 염세주의적인 태도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린다는 차에 치여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케빈은 세상에 뜻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아이로 등장한다.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성장하기보다는 살아가는 현재에 크게 미련이 없는 듯했다. 한참 성장할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태도를 가진 두 아이가 인간적으로 연민이 들었다. 무엇이 이들의 삶을 가로막을까.

큰 사건이나 굴곡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여서 일부 독자들에게는 슴슴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해서 끝까지 완독했지만 나 역시도 언제쯤 절정에 이르는지 궁금함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더니 린다가 세상을 살아가는 게 별것 없다고 말해 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래도 살만하다는 것 또한 함께 일러 주었다. 힘들 때 읽으면 인간적인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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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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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별거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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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공주
이지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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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와 세계관으로 꽉 채워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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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공주
이지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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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험한 무당이시여, 가슴이 허전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 p.11

이 책은 이지연 작가님의 유고 단편소설집이다. 기본적으로 SF나 판타지 장르와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인데 황금가지 출판사의 작품들은 그래도 믿고 읽는다. 스티븐 킹을 비롯해 서양 작가의 작품들도 발간하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의 <건널목의 유령>, 현이랑 작가님의 <새들의 집>, 연여름 작가님의 <달빛수사> 등 특이하게도 나는 한국과 동양 작가의 작품들이 좋았다. 한국 작가님의 작품집이어서 고민도 없이 바로 선택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 <산맥공주>를 비롯해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거기에 엮은이의 말, 그리고 편집자의 말이 함께 있는데 작가의 말은 없다. 그게 당연한 것이 언급한 것과 같이 유고 단편소설집이기 때문이다. 이지연 작가님께서는 2023년 8월에 세상을 떠나신 분인데 오랫동안 황금가지 출판사의 편집자로 근무하셨다고 한다. 새로 실린 작품들과 과거 다른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던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었다.

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스토리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아 재독한 적은 없었다. 재독은 무조건 인상 깊은 작품일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작품집이 바로 그 개인의 생각을 깼다. 내용은 어렴풋이 알겠는데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세계관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완독 이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그럼에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만찬: 콴 행성 라마 지역 상층부, 우위디야마구>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즈라는 인물이다. 세즈가 살고 있는 곳은 콴 행성이라는 곳이고, 콴 행성에 거주한 이들은 조금 특이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죽은 사람들을 먹는다는 것이다. 세즈는 이러한 식성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다. 세즈의 친구인 맥다이는 이러한 식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은 사람이 죽으면 땅이나 바다 등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간다. 타인이 먹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죽는다고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소설에서는 인간이 쓰임을 다 했을 때에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다른 인간들에게 공급이 된다. 맥다이가 인간에게 존엄성이 없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른 이들의 몸속에 들어가는 이 행위가 존엄성을 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작품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게 어디까지나 개인 차이에 따른 결과인 듯하다. 상상력의 차이, 그리고 깊은 뜻을 내포하는 작가의 의도. 이 두 가지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아직 독서인으로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광활한 평야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주었던 <산맥공주>, 신비로운 설산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었던 <눈 속의 요정>까지 역사, 동화, SF, 판타지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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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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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가 두려워한 건 종말이 아닌 삶이라는 걸. / p.15

이 책은 이희주 작가님, 김경욱 작가님, 김남숙 작가님, 김혜진 작가님, 이미상 작가님, 함윤이 작가님, 손보미 작가님의 작품이 실린 수상작품집이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만 알고 있다가 이렇게 책 리뷰를 남기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수상작품집 읽는 재미가 생겼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도 재작년부터 찾게 된 것 같은데 늘 만족스러웠던 작품들이어서 이번에도 기대가 되었다.

수상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가인 이희주 작가님의 작품 두 편을 포함해 우수작품상 수상작 다섯 작품, 작년에 수상하신 손보미 작가님의 자선작, 대상 작가 인터뷰와 해설 등이 실려 있다. 작품들마다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적의 작품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동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읽기 전에 이미 이미상 작가님의 작품과 함윤이 작가님의 작품은 다른 소설집으로 얼핏 읽은 기억이 있다.

술술 읽혀졌지만 편차가 조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읽었던 두 작품을 제외하면 임팩트 있는 서사를 가진 작품들은 금방 읽었는데 정적인 느낌을 주었던 작품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실린 순서가 또 기가 막히게 정적과 동적을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어서 그 지점이 재미있기도 했다. 40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반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래도 시간만 보자면 빠르게 읽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희주 작가님의 <사과와 링고>가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라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연년생 동생인 사야의 부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건 바로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사야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 주고 있는데 1500원짜리 커피도 먹지 않는 사라와 6000원짜리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야가 대비된다. 사라가 느끼는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녀로서 많은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작가님의 <최애의 아이>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서정적으로 흘러가는 듯한 스토리가 다르게 느껴졌다. 사라가 자주 관람하는 뮤지컬 내용과 대비되어 현실이 더욱 강하게 와닿았다. 특히, 큰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작은딸을 내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엄마와 비슷한 점도 찾았던 것 같다. 여전히 이 작품의 결말은 서정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이 또한 충격이었다.

그밖에도 주변의 편견과 시선에 대해 깊게 생각했던 김혜진 작가님의 <빈티지 엽서>와 사람들이 주는 낙인 효과의 위험성을 다시금 상시시켜 준 김남숙 작가님의 <삽>도 임팩트가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읽는다는 게 얼마나 독서인으로서 즐거운 낙인지 모르겠다. 이맛에 수상작품집을 읽는 듯하다. 앞으로 믿고 읽게 될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읽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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