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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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른 의사는 다들 환자 마음을 정확히 읽을 수 있을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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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자료 화면으로 자주 쓰이는 프로그램이 하나 기억에 남는다. 이휘재 님이 출연했던 <인생극장>이라는 코너다. 두 가지 상황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렴풋이 간접적으로 접한 프로그램이지만 무언가 선택할 때마다 머릿속에 그 장면이 재생되고, BGM을 흥얼거리고 있다. 이게 바로 세뇌의 힘인 듯하다.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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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가키야 미우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 세 권을 읽었고, 소장하고 있는 작품도 몇 권 있다.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 등장해 가부장적인 면을 깨부순다. 다른 작가에 비해 주제나 주는 메시지가 꽤 명확해서 자주 찾게 되는 편이다. 이번에 개정판 소식을 접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과는 결이 달라 새로운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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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근무하는 루미코다. 의술보다 그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환자와의 라포 형성이다. 말기 암 환자에게 약이 효과가 있다면 평온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다. 그런 루미코가 우연히 환자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청진기를 손에 넣는다. 환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선택으로 갈 수 있는 청진기. 청진기를 통해 만난 네 명의 환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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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청진기는 현실에 없지만,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황이 무척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후회라는 점에서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책 두께가 무색하게 국수처럼 후루룩 넘어가서 금방 완독했다.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고민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큰 공감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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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루미코가 성장하는 서사가 인상적이었다. 루미코는 분명 악한 사람이 아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폭언이나 저주를 퍼부을 정도로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번번이 말실수로 민원이 접수되거나 동료 의사들에게 좋지 않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청진기를 접하게 되면서 조금씩 사람의 마음을 읽기 시작하고, 공감의 방법을 터득해 간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장겨울 선생과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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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다른 길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그 길이 결코 정답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배우를 꿈꾸던 사토코에게 펼쳐진 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감시카메라 같은 대중의 시선이었다. 또한, 지토세가 반대했던 딸의 남자친구는 믿음직한 사위가 아닌 돈만 축내는 남이었다. 아마 우리의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가지 않았던 그 길은 꽃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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