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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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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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흥미로운 글을 하나 보았다. '이 여권을 소지한 대한민국 국민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와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라는 여권 문구에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을 가진 인터넷 글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는 당연한 문장이었는데, 그 글을 읽고 나니 새롭게 다가왔다. T 성향 탓인지 눈물보다는 깨달음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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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희생시킨 국가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은 유즈키 유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장르 소설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가장 좋아한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는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국가의 안녕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출판사 소개 문구를 보자마자 내 취향이겠다는 감이 왔다. 큰 기대를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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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현경 홍보과 직원 이즈미다. 여대생이 스토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경찰이 부실하게 대응했고, 심지어 조사해야 될 시기에 야유회를 갔다는 사실이 기사로 밝혀지면서 현경은 거센 비난에 휩싸인다. 이즈미는 지카에게 야유회 이야기를 흘린 것이 화근이었다고 여기고 이를 추궁하지만, 지카는 끝까지 부인한다. 그러다 지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은 특종과 친구의 죽음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추적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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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 경찰 체계가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나왔지만, 아예 정보를 모르고 있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는 것이 주요 내용이기는 하지만 추리 장르의 서사보다는 인물 사이에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 장르에 조금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가지의 맛을 전부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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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직의 폐쇄성이 인상적이었다. 무고한 여대생이 살해당한 것은 뉴스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큰 사건이다. 심지어 스토커에게 쫓기고 있을 시기에 여대생의 부모는 경찰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직무유기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국민의 지탄을 받을 정도로 잘못한 일이었는데, 이들은 그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내부에서도 섣불리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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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와 그녀의 동료들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칠수록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아픈 과거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동안 보고 들었던 수많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들리는 듯했다. 과연 다수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명분 아래 소수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아도 괜찮은 것일까. 국가의 권력 아래 희생당했던 이즈미의 세계로부터 현실이 보인다. 부디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에서 시작해 끝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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