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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평점 :


그리고 잭슨 패리시처럼 문화적 심미안을 자랑스러워하는 남자 역시 그런 순간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했다. / p.19
평소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삶을 뺏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단지 부러움과 동경, 그것에서만 끝난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그 나름의 노력, 또 하나는 그것을 뺏는다고 한들, 내 자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노력할 열정조차 없는 사람이 그것을 쟁취한다 해도 결국 남의 자리가 될 것이다. 사실 학창 시절 뜨겁게 오르내렸던 연예인의 특례 논란에도 별생각이 없었다.
질투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리브 콘스탄틴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관능적인 제목에 이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줄거리나 출판사 소개 등을 미리 읽고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독서 경험으로 쌓인 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길 가벼운 작품을 기대했기 때문에 모처럼 부담과 걱정을 내려놓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 앰버는 매일 헬스장을 드나든다. 목적은 운동이 아닌 신분을 상승시켜 줄 먹잇감을 찾기 위함이다. 그곳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패리시 부인을 처음 마주한다. 패리시 부인은 동생을 낭포성 섬유증으로 잃고, 낭포성 섬유증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앰버는 자신 역시도 같은 질병으로 가족을 떠나보냈다는 동질감으로 가까워졌고, 패리시 부인의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해 더욱 깊숙이 접근한다. 과연 앰버는 그토록 바라던 패리시 부인의 삶을 뺏을 수 있을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도파민이 터지는 소설에서 나타나는 모든 요소를 때려붓다시피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영화로 제작된 소설 한 편이 계속 오버랩되었다. 그 작품 역시 자극적인 스토리로 인기를 얻은 것으로 안다. 영화를 본 입장에서 보면 두 작품은 꽤 많이 닮아 있다. 다 읽고 나서야 이 작품이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형적인 재벌과 불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패리시 부인의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읽는 내내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보며 들었던 '재벌이 저렇게 허술해도 돼?'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패리시 부인 역시도 마찬가지다. 같은 질병으로 형제자매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재단 임원에 앉히는 것도 모자라 남편의 비서로 취업까지 시킨다. 대체 앰버의 어떤 면이 그렇게 신뢰감을 주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결말을 보고 납득했다. 독자인 나도 감쪽같이 당한 기분이었다.
내 삶에는 결코 없었던 질투가 다른 이에게는 삶을 나아가게 하는 연료가 되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성공하는 삶이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보고 들은 바로는 애정에 균열을 내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소비된 듯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앰버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는 패리시를 향한 질투에서 비롯되어, 앰버는 재앙의 길을 걸었다. 과연 앰버에게 질투는 무엇이었을까.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을 비로소 실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