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녀
우샤오러 지음, 정세경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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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니, 오히려 사람은 때로는 슬퍼할 줄도 알아야 한단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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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마음이 갔던 환자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힘들어하는 후배 인턴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 5인방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하게 인상 깊었던 것은 김대명 배우가 환자의 죽음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과 달리, 마음껏 슬퍼해도 된다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직종을 떠나 나 역시 이런 상황을 자주 접하면서 내내 곱씹게 되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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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과연 어른스러운 것인지를 묻는 이 책은 우샤오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타이완 작가의 작품을 자주 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취향에 맞았던 작품이 바로 이 작가의 소설들이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깨우쳤던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와 사이버 범죄의 경각심을 되새기게 했던 <죽음의 로그인>까지 가장 좋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잘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도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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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우이광이다. 우수한 성적으로 유명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현재는 모교의 국어 교사로 근무 중이다. 우이광이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인 쑤밍쉬안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게 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똑같이 죽음을 생각했던 열일곱 살의 자신, 감정이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과연 쑤밍쉬안은 왜 자살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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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타이완을 배경으로 했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매체로도 자주 접하게 되는 소재이자 현실적인 내용이어서 더욱 공감이 되었다. 아마 혼란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냈던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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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심리가 인상적이었다. 우이광을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우이광이 쑤밍쉬안이 죽음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듣기 위해 만난 친구들은 이것저것 이야기하지만, 막상 중요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이광과 남편 세웨이저의 관계도 부부보다는 사적인 이야기를 섞지 않는 동거인처럼 보였다. 그나마 직설적인 인물이 우이광의 어머니인데, 그 사람이 가장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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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남은 자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우이광 역시 우이광이 놀란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가르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교사도 어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 마치 뜨거운 열병을 앓듯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활자 너머에서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과연 어른스러운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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