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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소기 - 듣지 말았어야 했다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나 '오감' 시리즈의 후각과 미각은 아쉽게도 나의 창작 자세에서 벗어난다는 기분이 들었다. / p.10
오감 중에서 청각에 가장 예민하게 발달된 편이다. 멀리 있어도 어머니의 휴대전화 벨소리를 바로 인지하고, 주변에서 듣지 못하는 소리를 은근히 잘 포착한다. 심지어, 눈으로 보고 놀란 적보다 귀로 듣고 놀란 적이 더 많다. 호러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도 시각적으로 보이는 귀신의 모습보다는 그들이 내는 효과음이 더욱 거슬리기 때문이다. 눈앞이 깜깜한 것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청각을 매개로 공포 분위기를 내는 이 책은 미쓰다 신조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주로 읽는 장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을 읽은 듯하다. <우중괴담>, <죽은 자의 녹취록>, <화가>, <걷는 망자>, <괴담의 숲>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총 다섯 편을 읽었는데 내용에 따라 호불호가 큰 편이었다. 이번 신작이 가장 관심이 가는 소재를 다룬 작품이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은 한 작가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원래 청각을 매개로 한 괴담에는 큰 흥미가 없던 그는 편집자에게서 괴담 노트를 건네받는다. 노트에 담긴 이야기는 얼핏 보면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백물어'라는 이름을 가진 괴담 모임에서는 기이한 일화에 또 다른 경험담이 얹어지면서 점점 큰 공포를 만들어낸다. 이들이 겪는 공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귀를 정화하라는 경고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야기다.
조금 어렵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초반에는 청각이라는 감각을 활자로 읽어내기가 낯설었다. 내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를 공포로 느끼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듯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특히, 입으로 전해지는 괴담을 활자로 표현한 방식이 새롭게 다가왔다. 독자에 따라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독창적인 괴담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청각을 활용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을 소재로 잘 살려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괴담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손으로 귀를 만지거나 주변의 소음에 집중하게 되었다. 혹시 나도 등장인물들처럼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은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적응이 된 이후로는 깊이 몰입했는데, 다른 작품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신선한 자극이었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미풍으로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거실에서 들려오는 배우의 목소리. 작품을 읽기 전이라면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으로 흘려보냈을 소리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불현듯 와닿는 이 공포감은 괴담이 주는 스산한 기운일까, 듣지 말아야 할 소리의 힘일까. 아마 당신도 이들의 괴담을 듣는 순간부터 소리가 무해하게 들리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