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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린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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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그들의 무의미한 생이 끝나는 것뿐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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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물음표가 뜨는 이 질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쁘거나 괜찮은 물건을 사 주는 것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될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너무 책임감이 없는 대답처럼 느껴진다. 말로는 뭔들 못하겠냐는 질책이 쏟아질 것이다. 그냥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주는 게 깔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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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제로 온갖 기이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차일린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출판사 소개부터 읽은 독자들의 서평까지 난해함을 안고 있어서 한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소설을 읽을 뿐인데 다짐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된다는 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호기심의 동물이었다. 얼마나 심하길래 그런 평가가 나오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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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는 총 열 편이 수록되었다. 연인을 먹는 남자, 집단 난교를 하는 부부, 벽간 소음을 피해 반지하를 알아보는 레즈비언 커플, 자신을 스스로 절단하는 의사, 물감을 먹는 화가, 청각을 잃은 피아니스트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보통의 상식과 반대가 되는 사랑이나 소수자들이 주인공인 사랑도 있다. 소설들의 전반적인 내용은 우리가 쉽게 범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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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스토리를 떠올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섯 가지 감각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읽는 속도는 더디게 흘러갔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심리적인 문제가 컸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터라 생각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잔인하거나 고어한 묘사가 읽는 내내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미성년자의 독자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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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셋의 의미>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청소년인 자녀를 둔 중년의 부부다. 두 사람에게는 은밀한 데이트가 있다. 이는 집단적으로 난교를 하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들과, 남편 역시도 다른 남자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는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과 하지 않지만, 매번 같이 참여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중 하나여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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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랑을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일개 독자가 인정의 여부를 따질 것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게 유교 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의 혼란일 수도, 경험할 생각조차도 없는 사람의 이질감일 수도 있다. 이렇게 멍한 느낌으로 소설을 읽은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이성적으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연속이었으나, 허구의 세상에서 가능한 이들의 순애보로 남겨 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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