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타이거!
앨프리드 베스터 지음, 해도연 옮김, 듀나 해설 / 다산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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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때문에. 당신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두에게.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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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히어로는 세상을 구하는 인물들이다.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성들이라면 슈퍼맨과 배트맨을, 여성들이라면 원더우먼과 세일러문을 한번쯤 장래희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세상물정 하나 모르는 유치원생 시절에는 그들을 동경 그 이상의 이상향으로 두었다. 성악설을 지지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조금이라도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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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히어로상을 깨부수는 이 책은 앨프리드 베스터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원래 상상력이 부족한 편이라 SF 장르를 자주 접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익히 들었던 SF 장르 소설 작가들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다. 특히, SNS에서 많은 호평 후기들을 읽었는데 속는 셈치고 도전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부담감과 기대감 그 사이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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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걸리버 포일이다. 그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정신의 힘을 모으면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존트'라는 이름의 정신감응 이동 기술이 상용화되었다. 포일은 우주선 노마드호에 탑승했는데, 사고로 우주에 표류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한줄기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보르가호.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야속하게도 보르가호는 포일을 그냥 버리다시피 지나가버린다. 그때부터 포일의 뜨거운 복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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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우면서도 난해했던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SF 장르 소설과 결이 많이 달랐다. 세계관은 넓고, 밀도는 농축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그림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게 신기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이렇게 쉽게 이해가 되었던 작품이어서 '나 SF 작품 좋아하나?'라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오히려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부분이 더욱 어렵게 다가왔다. 철학적인 느낌을 주는 장르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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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포일의 복수심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출판사 소개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히어로다. 편견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내가 알던 '히어로'라는 개념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체감했다. 보르가호가 그를 태우지 않았던 이유를 들으며 인간의 잔인함에 분노했지만, 돌이켜보면 포일을 움직인 본질적인 이유는 잔인함이 아니라 버림받았다는 상처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포일의 그 영웅 심리는 지극히 사적인 복수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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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히어로. 해설에서 등장하는 단어로, 영웅에게 기대되는 정의가 결여되거나 뒤틀린 인물. 포일의 행동이 결론적으로는 권력과 야망을 가진 이들을 격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그의 의도는 결코 선하지 않았다. 인류애보다는 이기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과연 포일에게 안티 '히어로'라는 닉네임을 붙일 수 있을까. 어쩐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영웅이 되어 버린 그의 모습이 페이지를 덮어도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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