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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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둘 중 어느 쪽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길을 찾았다면서.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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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자동으로 물음표가 떠오르는 소설들이 있다. 파트릭 모디아노 작가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댈러웨이 부인>처럼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장면을 붙잡아 두는 스토리 그렇다. 줄거리를 요약하는 습관이 있는 독자로서, 이런 작품 앞에서는 손이 멈춘다. 이런 소설의 리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렇다고 물음표 하나로 시작하고 마지막까지도 물음표 끝낼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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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아예 소재로 삼은 물음표 같은 이 책은 최수진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출판사 SNS를 통해 박지리문학상이 올해를 끝으로 마무리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적어도 나에게 박지리문학상은 금 난해한 문학상처럼 느껴졌다. 자주 시청하는 북 크리에이터님의 월말 정산 영상에서 현호정 작가님의 <단명소녀 투쟁기>에 관심이 갔지만, 단요 작가님의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는 어려웠다. 이번에 접한 작품 역시 걱정을 안고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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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총 세 편으로 구성되었다. 모두 근 미래인 2031년 원전 사고를 겪은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첫 번째 작품인 <길 위의 희망>은 2036년에 광주광역시의 국아시아문화전당에서 화자가 시위대와 함께한 이야기를 다룬다. 두 번째 작품인 <점거당한 집>은 2044년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는 용인에서 예술가 남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마지막 <금일의 경주>는 2044년 원전이 있는 경주가 무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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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세 편이 예술가의 이야기라는 점 외에는 세 편의 공통점이 와닿지 않았다. 세 편을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연결성이 보였지만, 하나의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그 관계가 너무 느슨하게 느껴졌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파악해야만 하는지 당최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박지리문학상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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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광주광역시의 아시아문화전당은 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소설 속 아시아문화전당은 시위대의 생활 터전이 되고, 백남준아트센터는 남매의 서사와 어울리면서 단순한 예술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역사적 건물이 많은 경주는 원전 사고로 폐허가 되었는데 내가 머릿속에 그려 왔던 장소들이 다르게 그려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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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예술의 기법 중 하나인 모자이크를 활자로 표현한 듯한 작품을 만났다. 처음으로 페이지를 덮고 나니 물음표가 떠올랐고, 두 번째 덮고 나니 그 물음표가 두 배가 되었다. 온전히 작품을 이해했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드는 것은 덤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등장하는 이들이 머물렀던 공간만큼은 머물렀던 공간만큼은 선명하게 남았다. 매일 스치고 지나가는 나의 공간들을 조금은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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