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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루한 날들의 반복 속에서 이따금 이해 못 할 일들이 찾아오는 게 삶이 아닐까. / p.168
이십 년 전의 청소년인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청소년에게는 전공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말을 전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자리에 없는 두 분께는 그저 못했던 말들을 많이 건넬 것이다. 그리고 잘 기다려 달라고, 긴 시간이 지난 이후에 찾아뵙겠다고 할 듯하다. 지나간 과거를 논해야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닿을 수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과거와 닿을 수 없는 말을 건네는 이 작품은 이희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페인트>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지만, 다른 작품으로 먼저 접했다. 예전에는 청소년 소설인 <셰이커>를 읽었고, 올해에는 망한 사랑이 소재였던 <낙하>를 읽었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전자는 인상 깊게 읽었다. 반면, 후자는 읽는 내내 아쉬움이 들었다. 상반된 감상을 남겼던 작가님의 신작이어서 걱정이 되지만, 다시 경험해 보기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조슬목이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큰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고, 운전해서 오기도 힘든 한 시골 마을의 호텔로 이직하게 된다. 하루에 손님이 한 명 올까말까 한 곳에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한다는 사실이 의아했지만, 슬목은 이벤트 담당 직원으로 그곳에 합류하게 된다. 아는 사람 없는 이곳에서 일하던 슬목은 집에 들어온 낯선 흔적에 당황하게 된다. 슬목의 집에 방문한 불청객은 누구이며, 이 호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의 중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이 삼십대라는 측면에서 슬목의 상황과 심리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슬목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판타지에 가까운 사건이었는데, 이 지점에서 청소년 소설의 특징이 느껴지기도 했다. 스토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여운이 있어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독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등장한 마지막 사연자가 인상적이었다. 호텔의 이벤트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신청이 세 건이나 들어온 상황에서 선택된 것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어머니의 사연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직원들은 하나하나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아들 없이 어머니만 호텔에 방문한 것이다. 그 속에 감춰진 과거가 내내 마음에 남았다. 분명 잘못한 지점이 있었던 어머니에게서 형용할 수 없는 연민이 들었다.
삶은 이벤트의 연속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딱히 공감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까지의 삶을 가벼이 여겼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난하게 흘러간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진심을 전하고 싶은 시간이었을 수도, 스스로를 원하는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기회였을 수도 있다. 괜찮다는 위로와 함께 앞으로 흘러갈 시간을 붙잡으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