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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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것이 삶의 의미라면, 지금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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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 막상 곱씹어서 생각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넘기게 되는 순간이 있다. 보통 논리적으로 답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을 때 그럴 일이 많다. 사회에서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상대방의 주장이 터무니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불현듯 가만히 지나가고 있는 결과에 의문을 가지면서 경험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성적으로 시원하게 해답을 찾는 경우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식으로 맡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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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개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작품은 아사네 주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어떤 책을 읽든 독자로 하여금 납득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추리와 스릴러 장르는 개연성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 중 한 사람이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장르 소설을 발간하는 많은 출판사들 중에서 이 출판사에 나름의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더 따질 것도 없이 선택했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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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생물학자와 교사, 실험 관련자, 실험 관련 하청업체 직원, 대학생, 재벌, 연구개발직 직원 등 총 일곱 명이 냉동 수면 실험에 참가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천 년이 지나 이들은 깨어나게 되었는데 한 사람만이 등에 칼이 꽂힌 채로 누워 있다. 외부에서 출입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인 용의자가 된 여섯 명의 참가자들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조사해 사건의 범인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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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우선, 세계관부터 흥미로웠다. 추리 장르의 소설로 알고 읽었지만, 점점 페이지를 넘기면서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초반부가 떠오를 정도로 SF 장르가 약간 섞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꽉 닫힌 밀실 추리를 선호하거나 이제 막 장르 소설에 입문해 철학적 메시지를 조금 더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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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실험에 참여하는 이유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야기는 쿠란이라는 인물의 시점으로부터 전개된다. 쿠란은 아내와 사별한 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실험에 지원했다. 또한, 실험 관련자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권력을 얻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유는 제각각이었는데 읽으면서 살아가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오래도록 곱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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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결말은 취향과 다르게 마무리가 되었다. 논리적으로 이것이 왜 이렇게 전개가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해석이 그 단순한 생각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버렸다. 인물들은 사건을 쫓으면서도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고민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끝난다. 하지만, 그들은 살기 위해 행동한다. 그 모습이 꼭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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