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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 ㅣ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재회란 인생에서 일어나는 가장 일상적인 기적이다. / p.82
소설에서 '구원 서사'라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예전부터 유행했을 수도 있겠지만 체감하게 된 것은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았다. 내 기준 '망한 사랑'만큼이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독자들이 열광하는 지점은 충분히 공감되면서도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좌우명 중 하나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독립적인 스타일이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얼핏 취향과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다룬 듯한 이 책은 야기사와 사토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표지와 제목을 보고 든 느낌은 전형적인 힐링 장르라는 것이다. 황보름 작가님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처럼 인상 깊게 남은 작품도 있었지만, 일본 작품들은 대부분 금방 휘발되는 편이다. 오히려 숨겨진 힐링의 이야기를 더욱 선호하지만, 가끔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끌리기도 한다.
소설은 다방의 단골 손님 치요코, 주인의 친구 고타, 또 다른 손님 아야코까지, 트릉카 다방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방이 영화 촬영지가 되는데, 치요코는 우연히 촬영 감독의 이름을 듣고 과거 그 사람과의 재회를 꿈꾸게 된다. 또한, 고타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운동부의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받는데 시즈쿠에게는 터놓지 못한다. 아야코는 미래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재와 장르의 특성상 특별하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없었다. 이야기의 배경과 소재 자체가 현대인의 삶과 맞닿아 있어 현실감이 높았다.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라고 해도 될 만큼 자연스러웠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크게 힘 들이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표지 색깔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가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세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치요코는 영 감독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 한켠에 머물렀던 첫사랑과 다시 마주한다. 고타는 영화를 찍기 위해 온 배우에게 자신의 고민을 터놓으면서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한다. 또한, 아야코 역시도 과거에 만났던 애인 우츠이가 다방의 새 직원으로 들어오면서 재회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미래를 찾아 나아간다. 이들에게 만남은 단순한 사건 이상의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이들의 이야기를 감히 '일상적인 구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물론, 우리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구원 스토리는 아니다. 가령, 절망에서 끌어올린 희망이나 죽음을 목도하는 이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큰 서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각자 그립거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잊고 살았던 첫사랑의 설렘을,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미루고 있었던 미래를 경험한다. 이게 바로 작고 소소한 구원이 아니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