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안녕
도수영 지음 / 빈페이지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때를 아침이라 부르기로 하자. / p.84

​

문지혁 작가님의 <초급 한국어>라는 소설에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화자가 수강생들에게 그 인사를 설명하는 과정이 담긴 내용이다. 영어로 번역하면 'Are you in peace?'. 수강생들은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린다. 처음 만나자마자 평화를 묻는다는 게 그들에게는 어이없게 들릴 법도 하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말을 그렇게 들으니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

제목처럼 모두에게 안녕을 묻는 듯한 이 책은 도수영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님의 작품이어서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독서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것은 큰 매력이자 또 다른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접하는 작가님들의 신작도 설레지만, 새로 만나는 작가님의 작품들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대감과 걱정 사이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

소설집에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방역 체계로 단절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 기억을 잃었지만 어느 사건으로 시간의 개념을 찾게 된 한 여자, 바다를 메꾼 땅에 살아가는 한 가족, KT27이라는 메신저와 동거하게 된 한 생물학자, 루틴이 깨져버린 한 청년. 대부분의 작품들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해 SF나 스릴러 등 다른 장르의 색이 섞인 이야기다.

​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단편이 비교적 사십 페이지 전후로 짧은 편이어서 틈틈이 읽기 좋은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SF 세계관이 다른 장르 소설에 비해 생략된 듯하다.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머릿속으로 그리기가 힘들었다. 초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에서 소설 안의 허구의 세계로 넘어가는 순간 끊기는 흐름이 아쉬웠다. 짧게 진행되는 단편집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개인적으로 <루틴을 지키기는 어려워>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석준이다. 새벽마다 배송받은 닭가슴살이 곧 아침의 양식이 집앞에 없는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과를 수행하는 내내 도착하지 않은 스티로폼 박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도 박스는 보이지 않았고, 택배를 실은 트럭이 이수역에서 전복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실린 소설 중 가장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을 느꼈다.

​

일상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한순간의 어떤 사건으로 평화가 깨지기도 한다. 평화가 깨지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실감한다는 것, 그것이 여기에서 말하는 아이러니다. 그래서 소설 속 세계가 마냥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그 안에 사는 이들이 당신에게 묻는다. ​안녕하신가요. 매일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시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