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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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놈은 그저 벌레에 불과하다. / p.63

한계를 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안주하는 것보다는 도전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맞닥뜨리기보다는 피하는 게 편하다고 여기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럼에도 어려웠던 작가의 작품을 계속 접하게 되는 것은 내가 하는 저돌적인 도전이다. 과거에는 이해가 안 되었던 세계관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물론, 이게 뭐 대단한 것이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도전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정보라 작가님의 소설이다. 얼마 전에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이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벌써 또 신간이 나왔다. 그것도 미출간 단편선이었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신작을 연달아 읽게 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데 그래도 늘 믿고 읽으니 무조건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대와 설렘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작품집에는 총 세 편이 수록되었다. 이름을 빼앗기는 세상에서 '내 이름을 불러 줘'라는 희미한 소리를 듣게 된 한 경비대원 여자의 이야기, 이십 년마다 처녀를 요물에게 바치는 마을에서 금지된 사랑을 했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새끼를 살해당했지만, 인간으로부터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길고양이 귀야옹 씨의 이야기. 모두 여성이거나 암컷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가님의 작품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짧게 시작해 굵직하게 끝맺는 이야기지만,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확고하다. 거기에 결말 또한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이 낯설게 다가왔던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으로 입문해도 좋을 것이다. 세계관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되, 이해하기는 훨씬 쉽다.

개인적으로 <바늘 자국>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요물에게 몸을 내어야만 하는 한 처녀의 이야기다. 다른 마을 주민들은 말로써 위로하는 듯하지만 정작 그녀를 이해해 주는 것은 몸종 애련뿐이다. 애련과 주인공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요물에게 가게 되었지만, 가까스로 탈출했다. 다시 돌아온 마을에는 애련의 시신이 있었다. 그녀는 애련을 묻고, 이 모든 것을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가장 낮고 약한 곳으로 향하는 게 인간의 선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누구나 권력에 욕심을 부리게 되고, 높은 곳을 본다. 작가님의 작품은 늘 지름길의 이정표였다. 이름을 빼앗겼던 이에게 이름을 되찾아 주고, 순결을 잃은 이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길고양이의 상실을 생각해 주는 것. 허구의 세계라도 따뜻한 선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에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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