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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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존하는 신에게 악의 문제를 따지기란 중력이 중력인 까닭을 두고 세계와 다투는 일과 같다. / p.214

이번 주말부터 매주 한 번씩 온라인 독서모임으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 님의 <코스모스>을 함께 읽는 중이다. 절대로 혼자 페이지를 안 넘길 책이지만 독서가로서 한번쯤은 접해야만 하는 불멸의 고전 도서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안고 참여했다. 그 시간동안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손목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감히 위대한 책을 앞에 두고 그런 잡생각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민망했다. 역시 과학은 너무나 큰 벽처럼 느껴진다.

늘 멀고도 깊은 과학 분야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지점은 SF인 듯하다. 그렇게 접한 이 작품은 단요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작가님의 작품은 그래도 자주 접했다. 특히, 쌍둥이 이야기를 다루었던 <트윈>은 흥미롭게 다가왔고, 선악을 주제로 했던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는 SF이지만 철학적인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나름 믿고 읽었던 작가님의 신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각 작품은 컴퓨터 기술과 철학, 종교학 등 다른 학문과 융합해 작가님만의 독창적인 세계관 이야기를 다루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딸을 살리고자 하는 엄마, 종교 연구자와 기술직 사무관의 대화 등 어느 정도는 현실과 연결된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주로 등장하는 세계는 가능성이 없는 아득한 미래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솔직하게 많이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도 도전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는데 그 이상의 넓은 소재를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많은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나름 책 좀 읽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에 스크래치가 생겼던 순간도 있었지만, 힘겹게 따라간 만큼 세계관 하나만큼은 참 흥미로웠다. 다차원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마 상상 그 이상의 매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종교 역사를 다루는 학자와 송전탑을 관리하는 기술직 사무관으로, 이들의 전화 내용이 곧 줄거리다. 학자는 삼천 년 전에 온도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가정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것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영적인 시야 관념까지, 처음에는 뭐 이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지만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였다.

답이 나오지 않는 철학과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종교는 가볍게 생각하면 과학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비교적 과학은 명확한 답이 있고, 눈에 보이게끔 증명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계관들을 접하면서 나름의 공식이 산산이 부서졌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철학도 어렵고, 종교도 어렵고, 과학은 더 어렵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설명되지 않는 여운 하나가 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붙든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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