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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벗어날 방법은 쭉 지나가는 것뿐이라는. / p.336
전쟁이 사람을 어떤 의미로든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많이 배웠다. 참혹한 상황이 인간을 폭력적으로 만들었고, 남은 가족들에게 기다림 그 이상의 아픔을 주었다. 그동안 전쟁은 세계사 수업에서 배운 두 차례의 세계대전, 혹은 소설 작품 속에서 접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전 세계 각지의 전쟁을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게 되면서 체감이 달라졌다. 단순하게 경제적 지표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찾다가 발견한 크리스틴 해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읽었던 전쟁 소설들이 나름 괜찮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미치 앨봄 작가의 <살로니카의 아이들>, 최근에 읽었던 앨리스 윈 작가의 <인 메모리엄>이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의도하고 찾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전작이었던 <나이팅게일>의 후기도 괜찮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신작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프랭키다. 결혼과 출산, 양육이 하나의 업적처럼 느껴지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성장했다. 오빠는 가문의 대를 이어 해군에 입대했고, 프랭키는 오빠의 친구인 라이의 말을 듣고 육군의 간호 장교로 들어가기로 한다. 부모님께 그 사실을 알리던 날, 오빠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상황에서 프랭키는 베트남에서 2년을 복무했다. 끝나고 돌아온 고향은 너무나 달랐고, 자신을 향한 대우도 변화되어 있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테지만 자세히 몰라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두께에 비례하는 몰입감이 상당했고, 지금까지 읽었던 벽돌 두께의 소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완독할 수 있었다. 어느 지점에서인가 프랭키의 서사에 공감하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충분히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스토리였다.
개인적으로 프랭키가 전쟁에서 돌아온 이후의 삶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여성이 군대를 가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사회여서 프랭키가 겪은 일들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PTSD를 경험하고 있지만 의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큰 상처를 받았다. 시대적인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사람 자체를 그 안에서 지운다는 게 솔직히 납득되지 않았다. 이는 지금의 우리가 시대를 지나온 후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느끼는 간극이 아닐까 싶다
프랭키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고 있으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떠오른다. 희로애락이 담겼고, 사랑과 이별을 겪고,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서로 죽고 죽이는 이 잔혹한 상황에서 왜 이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왔을까. 아마 인간이 함께하는 곳에서 느껴지는 인류애가 와닿은 것은 아니었을까. 각자 처한 일들에 대한 아픔 그 이상으로 치유를 받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