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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피치
이서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굳이 찾지 않는 곳에서 헤매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 p.118
이팔청춘은 열여섯 살을 뜻한다. 인간의 삶에서 청춘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청소년 시기에는 당연히 속한다고 생각했다. 이십 대 후반까지는 그래도 젊기 때문에 언급해도 될 것 같았다. 삼십 대가 되고,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내 나이가 과연 꽃다운 청춘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무언가 주저하게 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과연 나의 시기는 청춘의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펼쳐든 책은 이서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여름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복숭아보다는 푸른색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덥고 습한 날이었는데 시각적으로 드러난 청량함이 조금이나마 무더위를 식혀 주었다. 책 날개를 읽다가 <노 이모션>이라는 낯익은 작품명을 발견했는데 SF 장르와 다른 소재의 이야기여서 궁금증이 생겼다. 그 작품이 인상 깊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 중인 가영이다. 그 센터는 '재회의 벽'으로 유명하다. 몇 가지 규칙을 이해하고, 검은색 탑 홀드를 잡으면 생각했던 사람과 재회한다는 것이다. 자주 드나드는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 풀리지 않는 직업, 이루지 못한 꿈 등 각자의 어려움을 안고 재회의 벽에 도전한다. 과연 그들은 재회의 벽에 있는 탑 홀드를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언가와 재회할 수 있을까.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힐링과 성장을 다루었기 때문에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볍게 읽다 보면 푹 빠질 수 있는 스토리가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의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읽기를 추천한다. 긴장감과 다른 무언가의 시원함이 느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센터장 가영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유튜버 일을 시작하면서 체중이 늘어나 거식증에 걸리게 된 주아와 성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체로 목소리를 드러내지 못했던 반페이 성우 현수, 신기가 사라져 힘든 상황에 처한 윤호,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늘 미끄러지는 세인까지 스스로 고민을 내보이는 것과 반대로 가영은 꽁꽁 숨겨져 있었다. 결말에 이르러 '재회의 벽'을 놓지 못하는 가영의 상황이 제일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갑이 지난 어르신들께서는 늘 청춘이라고 외치신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리면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신다. 가영과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분들의 노랫소리와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았다. 청년층에 속한 나는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감히 이들의 이야기가 어른들의 청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운동을 끝낸 뒤 느껴지는 개운한 시원함이 피부에 와닿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