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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인연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3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6월
평점 :




설령 임기가 한 달밖에 안 되었어도 너는 최고의 경찰관이었어. / p.302
시리즈물에는 크게 관심없다. 길어지면 그만큼 집중력을 잃는 편이기 때문이다.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짧고 굵게 마무리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혼자 사적인 여운에 내내 몰입하는 편이다. 주변에서는 단편보다 중편이, 중편보다는 장편이 더욱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편의 재미를 역으로 묻기도 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답변을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단편을 선호하는 나에게 기다리는 시리즈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오야마 세이이치로 작가의 붉은 박물관 시리즈다. 그리고 읽게 된 작품은 세 번째 작품이다. 사실 첫 번째 소설집이었던 <붉은 박물관>은 그렇게까지 임팩트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재미로 읽게 되었던 장르 소설이었는데 두 번째 소설집 <기억 속의 유괴>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하지 못했던 인류애 한 스푼이 지금 이렇게 이끌었다.
소설집에는 총 여섯 작품이 실렸다. 붉은 박물관은 영국의 검은 박물관에서 모티브를 담은 가상의 건물이다. 경시청 소속으로 미제 사건이나 종결 사건에 남은 물품을 정리하는 자료관인 것이다. 박물관의 관장 사에코는 늘 냉철하고도 꿰뚫는 추리로 이 사건들을 해결한 능력자인데 부하 사토시와 사에코는 이미 끝난 사건을 다시 재수사해 범인과 진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던 독자로서 문체나 흘러가는 방향이 반가우면서도 매력 있게 다가왔다. 선입견을 틀어버리는 사에코의 추리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추리 장르가 여전히 어려운 독자로서 트릭을 하나하나 맞히기에는 부족했는데 그저 읽는 재미로도 충분했다. 초보 수준의 장르 소설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가벼우면서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봄은 남색>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사에코의 경찰대학 학생 시절의 이야기로, 동기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다. 동기 중 한 명의 안경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사격 훈련 중 그 동기는 외부로 나가 안경을 구입했는데, 주인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동기의 다리미가 사라졌다. 사에코는 이 두 사건의 범인과 추리를 동기들에게 털어놓는다. 가장 인류애가 느껴져서 흐뭇하게 읽었다.
수없이 벌어지는 사건들도 결국 인간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상의 세계에서 기괴하고 잔인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안 그래도 없는 인류애가 사라지지만, 그것을 살리는 일 또한 인간이다. 사에코의 직감적인 촉보다 같은 인류를 향한 애정과 관심이 더욱 강하게 와닿는다. 시리즈를 무엇보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 앞으로도 사에코와 사토시 콤비의 능력을 기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