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엄금 ㅣ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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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기척이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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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서울 것이 하나 없다는 사람들도 공포의 대상은 있기 마련이다. 작고 사소한 벌레가 될 수도,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귀신이 될 수도, 도시에서 마주치기 힘든 산짐승이 될 수도 있다. 평소 겁이 많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무서운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뱀이다. 어렸을 때 꿈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깊게 남은 탓인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뱀 특유 눈빛을 보면 큰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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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치넨 미키토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사적인 취향이지만 의료 분야의 미스터리 소설 작가 중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신한다. 예전에 읽었던 <구원자의 손길>에서는 차가운 의료 미스터리가, <이웃집 너스에이드>에서는 인간미가 가미된 따뜻한 의료 미스터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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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한낮 도쿄의 한 축제 현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공중전화 박스에 도와 달라고 외치던 한 청년이 도끼를 빼앗아 스물여덟 명에게 피해를 입히고, 그 중 열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용의자는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했고, 이를 조사하는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자는 각종 증거와 용의자를 정신 감정한 우에하라 가스미의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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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한때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나 소소하게 언급되었던 <가족 살인>처럼, 인터뷰나 기사, 사진 등으로 파편적으로 정보를 주는 형식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독자 입장에서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인물이 용의자를 관찰하는 인터뷰가 스토리를 연결하는 효과가 있어서 꽤 괜찮았다. 최근에 읽은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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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결말에 드러나는 진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녀는 단순하게 용의자를 정신 감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직접 발로 뛰면서 살인 동기를 찾으려고 했고, 용의자의 알 수 없는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를 취재하는 화자도 그 진실에 마주하게 되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읽으면서 이미 예상하고 있던 시나리오지만 알고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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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첫머리에는 독자에게 예기치 못한 정신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문구가 실렸다. 절대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읽더라도 언제든 중간에 그만둘 수 있다. 용의자가 직면한 공포는 어느 독자에게는 트라우마로 남고, 또 다른 독자에게는 뇌리에 깊이 박히지 않을까. 상상력과 거리가 멀지만 작품에 실린 시각적 효과에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시선이 곧 공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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