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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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모순은 단지 증거가 상충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삶의 일부이다. / p.41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하다.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개인이 변화하는 바탕이 되고,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겪는 일은 그 나라의 뿌리가 되고, 한 대륙에서 또 다른 대륙으로 향하는 항해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운명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시간 흐름이 아닌 큰 무언가를 바꾸고 기틀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자주 역사를 접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은 바바라 터크먼 작가의 역사 서적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역사 분야의 책과 거리를 두는 편에 가깝다. 아니, 역사가 주제인 소설 작품 역시도 다른 장르에 비하면 덜 읽는 편이다. 역사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멀리하는 것이 모순이지만, 지식이 부족하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작품이다. 특히, 서양의 역사를 모르니 독서의 갈증이 더욱 커졌고, 부디 이 책이 해소해 주기를 바라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이 역사 서적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귀족 앙게랑 드 쿠시 7세다. 한국에서 세계사를 배웠더라도 낯선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14세기 유럽 역사를 관통하는 인물이었다. 왕도 아닌 한낱 귀족인 그가 얼마나 큰 사람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책은 중세 14세기의 유럽을 무대로 그의 삶을 따라간다. 격동하던 당시 유럽의 시대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터크먼의 눈과 앙게랑의 발자취를 따라 그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다.

너무 어려웠던 책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역사와 거리가 먼 독자 중 한 명이다. 처음 접하는 인물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출판사에서 주신 정보와 AI를 활용해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읽었다. 쉽지 않았음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 옛날이야기를 듣던 것 같은 몰입감 덕분이었다.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일부만 접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흑사병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흑사병은 1347 년 무역선의 선원들에게 생긴 검은 종기 같은 증상에서 이름이 붙여진 질병이다. 앙게랑의 관점에서 보면 어머니를 잃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세계사 관점에서는 유럽을 휩쓸었던 최악의 질병이기도 했다. 흑사병 원인의 무지와 전염병에 걸릴 것 같은 공포가 인류를 잔인하게 바꾸어 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 시대와 다르지 않아 묘한 감정이 들었다.

광활한 역사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 거대한 이야기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전쟁과 권력 다툼,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에 이르기까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 내용만 다를 뿐 같은 줄기를 흐르고 있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역사를 피하는 이유가 이곳에 있지 않았을까. 이 도전이 어렵지만 의미가 있다. 이 리뷰를 읽는 당신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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