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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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약 아니라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 p.117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에서 나오는 '망한 사랑' 소재들은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주말 드라마나 일일 저녁 드라마는 인간의 심연을 보는 듯했다. 드라마를 시청하시는 어머니 옆에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때가 많았지만 그 장면을 보기 싫어서 저녁을 급하게 먹은 적도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설정과 클리셰로 범벅이 된 일일 저녁 드라마는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열렬한 애청자이시다.

이 책은 이희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주변에서 청소년 소설 추천을 많이 받았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지만 <페인트>라는 작품이 좋으니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작 청소년 소설을 잘 읽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망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면 보지도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호기심이 결국 이겼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주인공에게는 잎새와 찬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다. 셋이 함께 술을 마시지만, 주인공은 유독 잎새에게 조금 더 의지하는 편이었고, 잎새에게 자신이 집필한 소설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소설에는 세 남매가 나온다. 이복 남매가 된 정과 현, 그리고 그들을 관찰하는 막내 진이다. 진은 첫째 정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지만 정과 현의 사이에 유독 신경이 쓰인다. 작품은 주인공, 잎새, 찬희의 이야기와 정, 현, 진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인물만 총 여섯이다. 다른 인물들도 조금씩 등장하는데 초반에는 이를 파악하는 게 힘들었다. 또한,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가 되다 보니 수시로 배경이 바뀐다는 점도 낯설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스토리의 몰입도가 있는 작품이어서 완독이 가능했다. 요즈음 소설에서 유행하는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리딩 가이드를 읽으면서 어느 정도 스토리를 예상했지만 결말을 읽는 순간 다시 물음표가 떠올랐다. 초반에는 잎새와 나의 사이에 집중했고, 중반부에서는 정과 현, 진 사이의 긴장감에 몰입했다. 그러면서 나름 예상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읽었지만 그게 의미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께서 즐겨 보시던 일일 드라마의 엔딩이 자꾸 겹쳐서 보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과연 망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이것은 금지된 사랑이다.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망했을 뿐이다. 아니, 이들은 망하지도 않았다. 사랑 그 자체로 끝난 것이다. 사랑의 정의가 다르듯 이 사랑 앞에 붙는 '망하다'라는 말의 의미도 각각 느끼기 나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게 '망하다'라는 동사보다는 '금지되다'라는 동사를 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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