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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건 우리가 놓아 줘야 떠나는 거야. / p.284
가장 가까웠던 아버지께서 가족의 곁을 떠나셨고, 업무상으로 매일 뵙던 어르신들의 부고를 듣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라는 것은 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나이가 점점 들기 시작하고, 사회적으로 발이 넓어지니 이렇게 마음 아픈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하나의 물음에 도달한다. 죽은 이를 떠나보는 일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갑자기 떠난 이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이 책은 윤지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한국계 작가님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다. 대부분 디아스포라 문학 위주여서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모니카 김 작가의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라는 작품이 새롭게 와닿았다. K-호러의 작품들은 많이 읽었지만 대부분 한국 국적의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의 문화와 융합된 스토리가 기억에 남았다. 이번 작품 역시도 큰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진이다. 어머니께서 병으로, 언니가 호수에 빠져 죽었다. 늘 어른스러웠던 언니 미래와 다정했던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수진은 죽은 동물의 흔적을 땅에 묻으면 다시 소생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족의 금기를 깨고 언니의 치아로 미래를 만나게 된 수진은 가족의 죽음에 얽힌 전말을 알게 되었고, 잔인한 복수극의 중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장 먼저 한국의 문화가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소설을 접할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신선함과 친근함이 동시에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한국계 작가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일상적으로 다가온 문화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였던 것 같다. 거기에 중반부에 수진과 미래가 중심이 되어 사건이 시작되면서 드러나는 긴장감과 흡입력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개인적으로 수진의 애도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소설에서 수진이 언니 미래와 어머니를 직접적으로 애도하는 장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미래의 장례식 장면은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어느 순간에서 미래와 있었던 추억이나 미래가 수진에게 당부하는 이야기 등을 떠올리는 장면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읽는 내내 이렇게 떠올리는 것이 진정한 애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래의 복수극도 수진의 애도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한을 푸는 복수극의 섬뜩함보다는 떠나간 이들을 잊지 못하는 슬픔이 먼저 다가온다. 세상을 배워야 하는 수진도, 슬픔을 눌러 담았던 수진의 아버지도 어머니와 미래를 내내 그리워했고,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동서고금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했던 사람의 빈자리를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수진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를 언제쯤 원할 때마다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 평생이 흘러도 닿지 않을 능력을 애써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