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꿈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의 노예가 되고,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는 주인이 된다. / p.279

요인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유전력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신체적인 특징은 유전자를 통해 결정이 될 테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생활 습관이나 성향 차이는 그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거나 내향형인 성향은 아버지를 닮았고, 무던한 사회성은 어머니를 닮았다. 유전자라고 보기에는 동생은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향과 예민한 사회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이건 또 어느 부분의 요인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미겔 본푸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영미권과 유럽 작품들은 종종 경험하지만 남미가 배경이 되는 작품은 거의 읽지 못한 것 같다. 라우라 에스키벨 작가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대표 고전 문학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미국 국적의 작가인 손턴 와일더 작가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정도가 유일한 듯하다. 남미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강렬한 문학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찾다가 선택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베네수엘라의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한 가족의 삼대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아 고아가 되었지만 살던 동네를 일구었던 안토니오와 편견에 맞서 동네 최초로 여성 의사가 된 아나 마리아, 가족의 반대에도 바다를 건너 외국으로 떠나간 그들의 딸이자 국가와 같은 이름을 가진 베네수엘라, 다시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그녀의 아들 크리스토발의 긴 역사를 담는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남미 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은 독자로서 낯선 문화적 배경이 가장 큰 걱정이었고, 많은 등장인물이 부담이었다. 이런 걱정과 부담이 무색하게 서사가 쉽게 와닿았다. 베네수엘라의 정보를 이미 이해하고 있더라면 조금 더 풍부한 감상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만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남미의 현대 문학을 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성향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 삼대의 가족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돌진하는 인물들이다. 가족의 우려, 세상의 차별 등은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피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국에서 자주 듣는 '너 같은 자식 낳아 봐.'라는 우스갯소리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남미의 뜨거운 태양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재규어의 용맹함과 올곧게 뻗은 뿌리들이 있다. 혼란스러운 국가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주관을 잃지 않으며, 자신들의 방법으로 조국과 마을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 나아가 인간 자체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소설에 담긴 남미의 매력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